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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채꾼 우시지마(闇金ウシジマくん) - 마나베 쇼우헤이

_______! 2008. 2. 22. 18:52

 

STORY

 

도쿄의 모처에 있는 사무실, 그곳은 불법 사채회사 카우카우 파이넌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사장인 우시지마는 23살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채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뛰어난 수완의 인물. 우시지마는 봉을 벗겨먹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모든 양심을 버릴 수도 있는 무서운 인물이다. 그런 우시지마와 돈 빌려간 봉들의 무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부 만화 마니아 사이에서는 괴작으로 꽤 이름이 난 [THE END]의 작가 마나베 쇼우헤이(真鍋昌平)의 만화 <사채꾼 우시지마(闇金ウシジマくん)>은 야미킨(闇金)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야마킨은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금융업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불법 사금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채꾼’라는 번역도 그렇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한국의 불법 사채란 딱 저런 이미지니까)

 

일본의 소비자금융에 대해서 조금 알아두면 이 만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사실 일본에서는 워낙에 돈 빌려가라는 TV광고나 전단이 많기 때문에 이런 지식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일본에는 이익제한법(利息制限法)과 출자법(出資法)에 따라서 상한금리제도가 있다. 우리나라의 법정금리와 비슷한 개념인데, 이익제한법에 따르면 10만엔 미만의 채무는 연 20%, 10~100만엔의 채무는 연 18%, 100만엔 이상의 채무는 연 15%의 상한금리가 적용된다.

그런데 출자법에서는 연 29.2%를 상한금리로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연 20%~29.2% 사이의 금리는 법적인 해석이 매우 모호해지는데 그 법적 해석이 모호한 금리를 ‘그레이존 금리’라고 하며, 대부분의 소비자금융 회사들은 이 그레이존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을 흔히 고리대금업자를 지칭하는 ‘사라킨(サラ金)’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여기에 신용카드에 소비자금융을 결부시킨 그런 상품들도 성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금융상품을 ‘크레사라(クレサラ)’라고 한다. 소비자금융에 돈을 빌리면서 신용카드도 발급받는 것이며, 이자나 원금을 납부일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빠진다. 이렇게 되면 원금에 따른 이자에 신용카드 이자까지 겹쳐서 따따블 이자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이익제한법과 출자법을 어기지 않고도 연 50% 정도의 이자를 뜯어낼 수 있다.

 

이익제한법을 철저하게 따르더라도 얼마든지 이자를 더 받아낼 수도 있다. 이 법에는 다소 헛점이 있는데 만약에 120만엔을 빌렸을 경우라면 15%의 연이자만 내면 된다. 그런데 소비자금융에서 의도적으로 10만엔씩 12개의 대출상품을 구입하게 한다면 120만엔에도 연이율 20%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단속하면 걸리겠지만 이런 걸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합법적이고 양심적이다. 이익제한법과 출자법마저 무시하는 것을 흔히 ‘야미킨유(闇金融)’ 혹은 ‘야미킨(闇金)’이라고 하며, 만화의 주인공인 우시지마가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불법 사금융인 ‘야미킨(闇金)’이다. 이 야미킨에 한 번 말을 들여놓게 되면 그 때부터는 그 사람의 인생은 그냥 끝난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야미킨의 이자는 <사채꾼 우시지마>에 나온 것처럼 보통 십오(十五)라고 해서 10일에 50%의 이자를 적용한다. 여기에 빌려줄 때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10일 후 원금을 돌려받거나 혹은 기일을 연장할 때는 이른바 연장 수수료 10%를 또 제외한다. 이렇게 하면 5만엔을 빌렸을 경우 10일 후에 내야 하는 총 이자는 3만5천엔이다.(하루 이율이 7%다.) 이것을 연이율로 계산하면 2190%가 된다.(수수료는 제외했다.) 즉 5만엔이 1년 뒤에는 이자만 109만5천엔이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조금 더 질이 나쁜 야미킨으로 봉을 넘기게 된다. 상대편 야미킨에서 100만엔을 빌리게 한 뒤 그걸로 이자와 원금을 모두 탕감해주는 식이다. 그러면 봉은 다른 불법금융회사에 100만엔을 빚진 것이 되며, 이제는 여기에서 다시 십오이자를 내게 된다. 100만엔으로 십오이자를 내게 되면 10일에 이자+수수료만 70만엔, 1년이면 이자만 2,190만엔이고 수수료를 합치면 2,920만엔, 원금까지 합치면 3,020만엔이 된다. 5만엔의 빚이 불과 2년만에 3,000만엔이 되는 셈이다.

이 정도까지 오면 여자는 평생 매춘을 해야 하고, 남자는 장기는 다 팔고 가족도 다 팔아 넘기고 고깃배에 평생 타도 어떻게 안 되는 상태가 되면서 그 인생은 끝장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럼 “불법이니까,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한 번 야미킨에서 돈을 빌리고 안 갚기 시작하면 그 때는 경찰에 신고해도 별 소용이 없다. 왜냐면 이러한 야미킨의 배후에는 야쿠자가 있기 때문이다. 야미킨에 돈을 안 갚기 위해 경찰에 업자를 신고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그 야미킨 업자를 보호해주거나 돈을 대주는 야쿠자가 조직원을 보내 당사자(봉)을 반 죽여놓는다. 만약 그것도 경찰에 신고했다면,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조직원이 와서 봉과 가족들을 반 죽여 놓는다. 몇 번을 신고해도 야쿠자 조직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당사자는 야쿠자에게 당해야 하고, 이런 것을 일본 경찰은 지켜주지 못한다. 결국은 아무리 불법이라도 돈을 빌린 이상 안 갚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며, 법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물론 일본의 이야기다.)

 

이제 만화인 <사채꾼 우시지마>로 넘어와보자. 이 만화는 분명 불법 사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불법 사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불법 사채에 걸려드는 구제불능의 막장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막장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화에서 카우카우 파이넌스에 돈을 빌리러 오는 인간은 크게 3가지 부류가 있다. 가장 많은 부류가 파칭코에 미쳐서 군자금 확보를 위해서 찾아오는 인간들, 그 다음이 사치가 버는 돈을 감당 못하게 되면서 당장 필요한 돈을 충당하려고 오는 인간들, 그리고 소비자금융과 야미킨의 차이를 모르는 무지에 의해서 오는 인간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 인간들이 하나같이 멍청하다는 것이다.(물론 보증인으로 걸려 들어서 고생하는 인간도 나오긴 하지만)

 

엄밀하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시지마 같은 불법 사채업자는 사회의 어둠에 기생에 단물을 빨아 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우시지마에게 파칭코 군자금을 빌리러 오는 여자들이 파멸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 제공은 파칭코가 한 것이고, 그런 파칭코가 일본 전국에서 대놓고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아무 역에서 내려도 역 앞에 초대형 도박장이 4~5개씩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건 분명히 정상적이지는 않다. 거기에 빠져드는 개인의 잘못이 큰 것이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만연한데도 제제가 가해지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이 만화에서 가장 막장으로 망가지는 젊은 여자편의 무라타 쿠미코도 대기업에서 OL로 일하면서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주변에 돈 많은 OL들과 어울리면서 허영심이 커진 경우다. 허영에 빠진 것은 무라타 쿠미코 개인의 책임이 크겠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사회의 책임도 있다.

 

그러니 빚을 지는 것도 나약하고 멍청한 인간들이며, 빚을 감당 못해서 우시지마에게 오는 인간들도 나약하고 멍청한 인간들이고, 막장 인생으로 파멸하는 것도 나약하고 멍청한 인간들이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게 이 만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풍속업소 에피소드에 나온 하야마 요코의 경우 나약하고 멍청해서 우시지마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지만 업소에서 몸을 팔면서 재정신을 차려 결국은 사채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나중에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채꾼 우시지마>는 아주 냉소적인 만화다. 봉들이 막장으로 망가지는데 일말의 동정이 없어서 냉소적인 게 아니라, 그런 봉들을 양산해내는 사회에 대한 냉소 때문이다. 결국 일본이라는 국가는 불법 사채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으며, 그들이 어떤 불이익을 당해도 아무 것도 해주지 않고 관심도 갖지 않는다는 차가운 시선이다.

이러한 성향은 요즘 일본 만화들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생활보호대상자가 월 5만엔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사채업자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모르지 않는가.(심지어는 외국인인 나도 알고 있던 건데…) 어쨌든 결론은, 사채는 쓰지 말자. 인생 쫑난다.

출처 : 아까짱 블로그
글쓴이 : 김상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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