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자료

[스크랩] 전통슬로우 라이프체험기

_______! 2008. 8. 23. 19:12

전통슬로우 라이프체험기
2007/02/08 오후 2:01 | 기본폴더

-= IMAGE 1 =-

-= IMAGE 2 =-

있는 그대로가 보고 싶습니다- Wall교수의 전통슬로우 라이프체험기

“성숙한 관광객은 자연 그대로를 보려 합니다”

지난 5월,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Geoffrey Wall 교수(이하 Wall 교수)가 한 대학의 특별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다. 생태관광과 관광영향 등 관광학계의 세계적 거장인 Wall 교수는 웨일즈 태생으로,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아시아에 눈을 돌렸다. 인도네시아 발리 등에 대한 프로젝트를 통하여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의 관광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 및 영향 등에 대한 연구를 해왔고, 6년 전부터는 중국 하이난, 달리안 등 지역의 생태도시 프로젝트를 통하여 중국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특히 이번 방문에는 한국적인 삶의 문화를 보고자 우리의 서원문화지역인 안동과 영주 일대 탐방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슬로우라이프’에 대한 기획을 구상하고 있던 본지 편집팀과 필자가 Wall 교수의 방한 소식을 전해 듣고 그와 아주 특별한 문화탐방을 진행하였다.


하회마을에 살고 있는 유성룡 후손들은 참 슬로우라이프를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Wall 교수의 이번 여행은 편집진의 기획 의도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안동·영주지역은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본고장이자 대표적인 선비의 고장으로 전통적 삶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곳이 성리학의 대가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한 도산서원이 위치하여 있는 곳이면서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방문으로 외국인에게 유명해진 하회마을이 있다는 것도…….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안동 시내에서도 차로 30분은 족히 달려야 한다. 살기 편리한 고층 아파트와 쭉쭉 뻗은 신작로를 뒤로 하고 여느 곳에서 보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의 옛 삶의 풍속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 하회마을이다.
미리 전화 예약을 해두었더니, 관광안내센터에서는 통역안내를 해줄 해설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의 관광에 대한 의식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서양인 교수의 눈에는 안동과 영주 일대의 풍경은 매우 신기한 경치가 아닐 수 없는 모양이다. 하회마을은 두 번째 방문이지만, 선인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하여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말하기를 “한국 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어디서나 북적대는데, 이곳에서는 한국인의 다른 면,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는 한국적 정취를 닮고 있는 돌담길과 그 밑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작은 꽃, 그리고 대문과 담사이로 보이는 안뜰의 풍경에 연신 카메라 앵글을 가져간다. 또한 서애 유성룡 선생이 살았던 1600년대 가옥 ‘충효당’, 풍산 류씨 대종가인 1500년대 가옥 ‘양진당’ 등에서도 사진 찍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 한국 전통가옥의 자태와 가문의 훌륭한 기품을 느꼈으리라.
사실 하회마을은 관광지가 되면서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경관에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방문객에게 편의적 요소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지만,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겠다고 연못을 파 놓은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하회마을 입구 오른쪽에서는 방지원도형의 한국적 연못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주변 지형보다 2~3m는 족히 낮을 것 같은 곳이다. 오른쪽은 모내기를 끝낸 논이 있고 그 왼쪽에 연못이 자리해 있다. 필자가 보기에 분명 어색함이 있었다. Wall 교수가 어김없이 한마디 던진다. “위치적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폭우라도 쏟아진다면 배수가 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논밭으로 쓰이던 공간을 왜 연못으로 만들어야만 했는가? 이것은 원래 경관과는 맞지 않은 새로운 것으로, 지나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과 함께 “성숙한 관광객은 원래 있는 그대로를 보길 원한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슬로우라이프를 몸으로 체험하려는 마음으로 하회마을 내의 옛집을 그대로 이용한 찻집에 들러 한가로이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찻집 마루 창 너머로 보이는 뒷마당은 새로운 눈으로 자연을 보게 해주는 조그만 틀이었다. 우리는 찻집마루에서 외국인에게 매우 어려운 가부좌를 Wall 교수에게 요구해본다. 그는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가부좌를 시도한다.
옛 선조들은 이렇게 앉아 다도에 따라 차를 마시면서 시문을 논했으리라. 비록 우리 일행은 정식 다도도 아니고 시를 논하지는 않았으나, 주인아주머니의 구수한 입담에 넋을 잃어가면서 선인들의 지혜를 잠시나마 느껴보았다.



도시에서 느리게 산다는 것

하회마을의 아쉬움을 접고, 우리 일행은 화산(花山)을 사이에 두고 있는 ‘병산서원’을 찾았다. 병산서원은 낙동강 물줄기가 흘러 내려오다가 화산을 만나 센 물살을 만들며 물항아리 모양으로 휘감아 돌아 남쪽으로 흘러 나가는 강가 언덕에 있다. 500년 전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이라 그런지 접근로는 매우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입구에서부터 병산서원의 정적인 풍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Wall 교수는 이곳은 처음이라고 하였다. 그는 산과 강에 살짝 얹어놓은 듯한 한국의 건축 양식에 다시 한번 탄복하는 듯하였다. 병산서원 앞으로는 낙동강 물이 흐르고 강 건너에는 병풍처럼 펼쳐진 병산이 있다. 한국과 중국과의 문화적, 경관적 차이가 느껴지는지에 대한 질문에, Wall 교수는 중국과는 다른 자연과의 조화된 경관이 느껴지며, 한국 건축은 두드러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사람의 얼굴 모습에서 뿐만 아니라 의복, 음식에서 커다란 차이점을 느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은 단일민족 문화로 중국과 같이 소수민족 혹은 다민족 문화와는 커다란 차이점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7폭 병풍’을 보는 듯한 ‘만대루’라는 곳은 더운 날씨의 강행군으로 인한 지친 몸을 쉬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이 만대루는 유생들이 휴식도 하고, 풍광을 보며 시회(時會)를 가졌던 곳으로, 만대루의 기둥 사이로 강물과 병산과 하늘이 일곱 폭 병풍이 되어 얽히며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었다.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극적인 공간 분위기를 만들어, 바로 나 자신이 자연 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풍수 좋고 경관이 좋은 곳에 있으면 절로 학문에 정진할 생각이 날 것 같다”는 이야기에, Wall 교수는 정색을 한다. “오히려 너무 경관이 좋아서 사색하게 되고, 휴양을 하고 싶어지지 연구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를 던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스스로 문명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터라, 학문과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터넷도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분명 도시에서 슬로우라이프를 추구하기란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급한 결정, 패스트푸드 등에 의존하고 있는 도시생활에 있어서는, 생산성 향상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삶에서 좀 더 자연과 친화된 삶을 추구하고 정신적인 것을 미덕으로 살아감으로써 물질만능에 거스르는 삶으로라도 도시에서의 슬로우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무엇이 슬로우라이프인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뒤로 하고 향한 곳은 안동댐 주변에 조성해 놓은 드라마세트장.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드라마를 촬영한 곳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곳이지만 이곳으로의 안내는 한국적인 건축양식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의 촬영장을 통해 우리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Wall 교수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 매력을 느낄 뿐, 일부러 이러한 장소를 만들어 놓은 것은 큰 유인력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전통을 보여주는 곳으로서 건축과 공간의 조성은 매우 잘되어 있으나,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적다고 한다. 사람이 직접 살고 있고 동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활력이 있는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인도네시아나 중국의 경우도 이러한 형식의 민속촌이 개발되어 있으며, 상업적으로 개발하는 경우 대부분 감흥이 적을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수명도 오래가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것은 문화의 왜곡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Wall 교수와 촬영장을 돌아보는 동안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관광객 수는 단 두 명. Wall 교수의 말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세트장 중심의 ‘Model Culture Theme Park’가 지닌 성공의 한계에 관한 것이었다. 외국인은 진정한 민속촌 ‘하회마을’과 같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는 살아 있는 현장을 원한다는 것을…….
이번 탐방의 백미는 영주 선비촌에서의 하루 숙박 체험이었다. 저녁 느즈막하게 선비촌에 당도하여 짐을 풀고, 주막과 같은 식당에 찾아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풍기인삼 등 다양한 한약재로 만든 인삼불고기를 저녁으로 먹었다. 이곳의 음식은 도시의 삶에 찌든 우리에게 ‘여유로움과 신선한 맛’을 선사해 주었다.

숟가락을 들기가 무섭게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연신 폭우가 내렸다. 처마 밑으로 빗소리가 귀에 살갑게 다가왔다. ‘톡, 틱, 틱, 툭, 틱틱, 통통…….’ 한 가지 같지만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 빗줄기의 굵기와 마당의 울퉁불퉁함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소리, 빗소리를 들으면서 무엇이 참 살이고 무엇이 슬로우라이프인지를 새삼 생각해 본다.
Wall 교수에게도 이러한 경험이 처음이었는지 연신 처마와 마당을 번갈아 본다. 그도 분명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밥을 다 먹고도 한참을 그렇게 툇마루에 앉아서 빗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온 세상이 느리게 가는 듯하였다. 더욱이 TV를 통하여 전해오는 뉴스 소리가 없었기에 복잡한 세계와의 단절을 체험할 수 있었다.
무심코 쳐다본 음식점 벽에 액자 하나가 눈에 띈다. ‘無心’이라는 두 글자. 작가 문화영은 ‘無心’이란 걸림이 없이 받아들이는 마음이며, 완전히 몰입하여 잠재된 창조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Wall 교수를 따라 나선 필자가 이번 탐방에서 얻은 작은 소산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몰두하고 그리고 옳다고 가치를 둔 것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이 ‘無心’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확신이다.
Wall 교수는 전통적인 기와집인 해우당 고택의 작은 사랑방에서 한국인다운 하룻밤을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선비촌을 산책도 하고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을 둘러보면서 한국적인 정취를 다시 한번 느꼈다.
Wall 교수는 필자와 헤어지면서 “시간이 짧아서 아쉽기도 했지만 한국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고 인사를 전한다. 다시 찾아오고 싶다는 말과 함께…….


김향자│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출처 : 서민회의 - 서민의 정치 경제 연대
글쓴이 : 서민의 정치 서민회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