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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을 살아온 신비한 나무… 주목(朱木)

_______! 2008. 9. 18. 21:07
조선일보

1400년을 살아온 신비한 나무… 주목(朱木)

기사입력 2008-09-18 08:47 |최종수정2008-09-18 10:03 기사원문보기

‘두위봉’정상 부근에서 만난 주목. 1000살이 넘은 신목(神木)이다.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두위봉 정상까지 기를 쓰고 올라간 건 무려 1400년을 살았다는 신목(神木), 주목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북읍 관광 안내소는 두위봉 등산로에 이런 푯말을 붙여놓았다. '두위봉엔 1400살, 1200살, 1100살이 된 주목 나무 세 그루가 있습니다. 수형이 드물게 온전하고 거대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세찬 비바람과 눈보라를 1000년 넘게 견뎌낸 강원도의 영물(靈物)입니다.'

산행을 한 지 두 시간 반…,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세 그루의 주목 나무가 거대한 공룡처럼 서 있었다. 웅장한 모습에 그만 탄성이 나왔다. 과연 1000년을 넘게 견디며 목숨을 지탱해 온 나무다운 모습이다.

윤주복씨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주목 곁에 있는 나무들도 한번 살펴보라"고 했다. 맨 아래 가장 젊은 1100살짜리 나무는 자세히 살펴보니 거대한 신갈나무와 맞붙어 있었다. 신갈나무 가지가 한창 자라나 주목의 가지를 위협하는 중이다. 가운데 있는 1400살 주목은 전나무와 싸우고 있었다. 서로 가지를 뻗기 위해 몸을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1000살 넘게 먹은 늙은 주목이 이렇게 계속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면서 살아도 오래오래 살 수 있을까? 윤주복씨는 "주목이 할아버지라면 저 신갈나무와 전나무는 청년"이라고 말했다. "청년과 할아버지가 싸우고 있는 형국이죠. 할아버지가 청년의 힘을 감당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됩니다."

주목 열매를 보기 위해 세 나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붉은 헛씨껍질이 초록색 씨를 감싸고 있는 모양인데, 껍질이 씨를 완전히 감싸지 못해서 가운데엔 씨앗이 그대로 보인다. "진화를 덜 했다고 해야 하나…, 헛씨껍질로 씨를 완전히 감싸는 법을 못 배우고 태어난 거죠. 노인들이 요즘 유행 잘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까요?"

고개를 들어 주목의 가지를 올려다 봤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나뭇가지 위로 푸른 가을 하늘이 보인다. 이 붉은 나무는 그래도 어찌됐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오랜 세월을 견뎌낸 거다. 이토록 고집 세게 1000년 넘게 버텨온 이 나무를 이제는 우리가 마지막까지 품위 있고 꼿꼿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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