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자료

한·중·일 희귀한 ‘칼의 삼국지’ [중앙일보]

_______! 2008. 11. 24. 17:56

한·중·일 희귀한 ‘칼의 삼국지’ [중앙일보]

이성계 어도 … 중국 황실 여인 장도 … 일본 무사의 검 …
고려대학교 박물관 ‘칼, 실용과 상징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충무공이 찬 칼, 영화 ‘적벽대전’ 속 주유가 하늘 높이 치켜드는 칼, 영화 ‘자토이치’에서 맹인 검객 자토이치가 휘두르는 칼. 닮은 듯 달라보이는 한국·중국·일본 3국의 칼. 어떻게 다를까?

그걸 알아볼 기회가 왔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1월 18일까지 ‘칼, 실용과 상징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박물관과 경인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행사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어도(御刀), 철종 어진에 등장하는 어도, 선조가 임진왜란 당시 전라우수사를 지낸 명장 이억기에게 하사한 보검 등 희귀한 칼을 비롯한 100여 점의 도검이 전시 중이다. 그중 한국 도검이 약 50여 점이다. 국내에 공식적으로 소재가 파악된 한국 칼이 300여 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양이다. 전시는 기능과 사용자를 기준으로 ‘제왕의 칼’ ‘무사의 칼’ ‘선비의 칼’ ‘여인의 칼’ ‘신들의 칼’ 등 다섯 갈래로 구성됐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의 칼 ‘환도(環刀)’를 중심으로 장수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칼, 선비들이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불의를 경계하는 의미로 처소에 모셨던 칼, 무녀가 무속의식을 행할 때 사용했던 칼, 중국 황실 여인들이 사용했던 장도(粧刀) 등 다양한 용도의 칼이 전시된다.

인년(寅年)·인월(寅月)·인일(寅日) 간지에 호랑이 인(寅)자가 세 번 들어가는 길일에 제작해 귀신을 물리치는 강한 양의 기운이 담겨있다는 삼인검도 눈에 띈다.

이석재 경인미술관장은 “우리는 조상의 기상은 칭송하면서 정작 그 도구였던 칼은 흉물이라며 도외시했다. 그래서 우리 고유의 칼 모양을 잘 모른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을 호위하는 무사들이 일본도를 들고다니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고려대 박물관 배성환 학예사는 “한·중·일 칼을 망라한 이번 전시회를 통해 3국의 도검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중의 관심 밖에 있던 우리 도검의 과학성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 화려, 일본 - 예리, 한국 - 절삭력
이석재 경인미술관장 3개국 칼 비교


이석재(46) 경인미술관장은 ‘칼귀신’이다. 중학생 때부터 도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부친이 소장한 도검을 분해하고 조립하며 시간을 보냈다. 국내 최대 칼 박물관인 ‘어검당’을 운영 중인 그에게 삼국의 칼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칼은 어떤가.

“비교적 날 폭이 넓고 화려하고 웅혼한 느낌이다. 청나라 검은 전투용보다 아기자기한 장식이 붙은 보검이 많다. 이전 시대에 비해 민간인 무기 소지를 엄격히 금했기 때문이다.”

-‘사무라이 문화’가 있는 일본은.

“일본 칼은 날이 예리하고 칼날 끝이 위쪽으로 들린 것이 많다. 날이 선 쪽 부위를 열처리해 십여 차례 이상 숫돌에 가는 공정을 거쳐 만들어낸 ‘하몬(날문양)’도 일본도의 특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칼날이 더욱 날카롭고 단단해질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문양도 남는다.”

-우리 칼의 특징이라면.

“한 면은 평평하고 다른 한 면은 중간 부분이 각진 형태로 배가 나온 것이 많다. 이는 칼의 절삭력을 극대화시켜주는 구조다. 칼집은 중국보다는 단순하지만 다양한 재료의 특성을 이용해 내구성을 극대화했다. 나무 칼집 전체에 실처럼 가늘게 저민 갈대줄기를 촘촘히 감아 마감한 뒤 다시 얇게 가공한 어피(魚皮·물고기 가죽)나 저피(猪皮·돼지 가죽)로 감싼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옻칠을 응용한 주칠이나 흑칠로 마감한다. 일본·중국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가볍고 날씬하면서도 견고한 칼집이다.”

-과학적 장치가 있다는데.

“비녀식 잠금장치를 부착해 칼날이 칼집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 것도 우리 칼의 특징이다. 특히 조선 후기에 등장한 버튼 클립식 잠금장치는 버튼을 눌러야만 칼을 뺄 수 있는 독창적인 장치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에 만들어진 칼에서만 볼 수 있다. 또 360도로 회전하는 띠돈(허리에 찰 수 있도록 칼집에 부착된 고리형 장식) 장식을 달아 일상생활을 할 때는 칼을 몸 뒤쪽으로 돌려놓고, 전투시에는 신속히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 칼이 주변국보다 떨어진다는 말도 있다.

“조선 전기 200여 년간 우리 도검이 일본에 비해 발달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중앙집권제의 확립 등 선진적 정치와 통치 시스템의 발달, 화포 등 장거리 신형 무기 개발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도검 문화가 덜 발달했다.”

글=이에스더 기자, 사진=고려대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