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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무사도? 신사도? 한국엔 선비도가 있소이다!

_______! 2008. 12. 6. 16:18
위클리조선

[문화] 무사도? 신사도? 한국엔 선비도가 있소이다!

기사입력 2008-12-02 09:46 기사원문보기
19세기 작가 성협의 ‘길 떠나는 선비’. / photo 조선일보 DB
선비문화가 뜨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의 하나로 한국 특유의 선비문화가 재조명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김치, 불고기, 태권도 정도로 대변되던 한국의 이미지에 ‘선비’라는 고급 문화 아이템이 추가되고 있는 셈이다.

꼬장꼬장한 기개, 낡은 갓과 하얀 도포, 꼿꼿한 수염… 조선시대의 지식인인 선비 하면 그저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 생각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선비 특유의 여유와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풍류문화가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07년 문화관광부는 선비를 100대 문화상징 중 하나로 꼽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비문화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선비문화는 평화적인 이미지와 고매한 정신세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주 선비문화축제·산청 남명축제·서울시 과거제 재현…

선비문화는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과거 선비들이 모여 살던 고장에서는 선비문화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축제를 열고 있다. 또한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각종 선비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우리나라 고유문화인 ‘선비문화’를 이용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선비문화는 학술적인 뒷받침도 받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선비와 선비정신’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조선시대 선비 남명 조식(曺植)을 연구하는 남명학연구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서구의 신사도나 일본의 무사정신 그리고 한국의 선비정신은 그 시대 지성을 대표하는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의 선비문화가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 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체성을 지닌 대표문화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무겁고 따분하게만 느껴졌던 선비문화가 지역축제로 되살아나고 있다. 경북 영주에서는 지난 10월 선비의 꿈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2008영주 선비문화축제’가 열렸다. 영주시는 이 축제에서 영주 역사인물 거리 퍼레이드, 국제 서원 학술대회, 영주 역사인물 학술대회, 선비문화 골든벨, 선비 춤 놀음, 전국 한시 백일장 등 선비문화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관광객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한 경남 산청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민속축제로 선정된 ‘남명선비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이 축제는 남명 조식 선생의 실천정신을 기리고 고유한 선비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열리는 것으로 올해로 32회째를 맞는다. 민간주도 행사인 이 축제는 남명 조식 선생의 일대기를 극화한 서사극과 선생의 제자와 후학들이 의병장으로서 임진왜란 당시 국가를 위해 출전한 것을 기린 가장행렬의 재현, 선비복장 입어보기 체험, 어린이 선비문화 체험교실 등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남명의 흔적을 따라가 볼 수 있는 남명 유적 순례, 전통혼례 재현, 민속놀이 체험 등의 행사가 열렸다.

경남 산청군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선비의 이미지가 현대사회에서 조금은 어색했기 때문에 타 문화 관광축제에 비해 관광객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 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라며 “남명선비문화 축제를 통해 선조들의 선비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역시 선비문화를 십분 활용하여 관광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오전 10시. 서울 경복궁에 검은 유건을 쓰고 도포를 입은 유생들이 경복궁 근정전 앞에 모였다. 올해 15회째를 맞는 조선시대 과거제 재현행사 때문이다. 매년 실시하는 과거제 재현행사는 서울시가 전통문화의 재현을 통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고 시민들에게는 선조들의 선비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시행하는 것이다.

올해의 조선시대 과거제 재현행사는 경복궁에서 거행되는 문과시험과 경희궁에서 시연되는 무과시험으로 나누어 실시했다. 문과시험은 ‘國民總和(국민총화)’를 시제(詩題)로 하는 한시 백일장 형태로 열렸고 무과시험은 전통 무과시험 중 활쏘기 및 마상무예 일부를 시연하여 조선시대 과거제 원형을 복원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과거시험 체험행사에 참가한 부산 동래구 고교 1학년 학생들. / photo 조선일보 DB

“선비들의 지혜와 삶 배우자” 연수·체험시설도 잇따라

선비문화를 가르치는 시설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안동 도산서원 내 선비문화수련원은 2002년 7월 문을 연 이후 2008년 현재 연수교육 6년 만에 1만여명에 달하는 수료생을 배출하며 ‘선비정신’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영프로그램은 2박3일과 1박2일, 주간 3일, 당일 교육 등 참가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수련 기간 동안 도산서원의 전통 예절을 비롯해 퇴계 이황 선생의 생활체조인 ‘활인심방’ 체험, 퇴계 종택(宗宅) 등 안동지역 문화유산 답사, 선비문화 토론회 등을 통해 선비들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경북 영주에 현대적인 유교 교육의 산실이 될 ‘선비문화수련원’이 착공 5년여 만에 문을 열었다. 선비문화수련원은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이 운영을 맡아 현대적인 유교문화 교육의 장으로 청소년의 예절과 인성 교육은 물론 옛 선비들의 지혜와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영주시는 “선비문화의 정수를 담은 선비촌과 소수서원 등과 연계해 관광객 유치는 물론 선비문화를 체험하고 알리는 중심 시설로 가꿔가겠다”고 밝혔다.

전북 정읍에는 우리누리 선비문화체험관이 있다. 2000년 폐교를 개조해 전통음식과 차, 한자 등을 공부할 수 있게 꾸미고 신청을 받아 캠프를 운영한다. 캠프는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강릉과 영주는 전통문화 관광코스로 각광

‘선비문화’ 하면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를 빼놓을 수 없다. 영주시 순흥면에는 한국 최초의 서원이자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다. 소수서원 옆에 있는 선비촌은 영주의 선비정신 계승과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조성된 산교육장이다. 영주 선비들이 실제 살았던 양반가 7채와 초가 5채, 누각과 정자 등과 저잣거리를 복원해 놓았고, 전통 한옥에서의 숙박 등 생활체험과 다례문화, 전통염색, 예절교육 등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주시 문화관광과 최면기 과장은 “영주시는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했다”며 “이런 행사를 개최하면서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확립한 것은 물론,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경남 하동은 지리산 ‘청학동’으로 유명하다. 청학동이라는 마을 이름은 푸른 학이 산다는 데에서 생겼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금도 상투를 틀고 한복을 입고 생활하며 마을에는 서당이 있어 한학과 전통 예절을 배울 수 있다. 20여개가 넘는 서당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선비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단기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를 비롯해 오죽헌, 선교장 등 선비들의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선비문화는 한국 고유의 고급 문화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며 훌륭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비문화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영철 차장대우 ycpark@chosun.com

  김샛별 인턴기자·세종대 신문방송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