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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길,숲,섬]마을 지키는 신령한 숲, 군포 덕고개마을 숲

_______! 2009. 6. 24. 22:41

[길,숲,섬]마을 지키는 신령한 숲, 군포 덕고개마을 숲

 

숲의 시작점에 자그마한 표지판이 세워졌다. 산림청과 생명의숲 국민운동, 유한킴벌리가 주최한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는 기념비다. (이윤정기자)

수리산자락 군포 속달동 덕고개마을에 신령한 숲이 있다. 50여 미터 짧은 숲길 안쪽에는 300년이 넘게 제사를 지내온 당집이 자리 잡고 있다. 50여 그루의 나무는 덕고개마을과 군포시의 안녕을 기원하며 당당히 세월을 지켜냈다.

덕고개마을 당숲은 규모는 작지만 역사적, 민속적 의미 때문에 군포8경 중 하나로 꼽힌다. 가을 단풍이 매우 아름답다. (군포시청 제공)

군포시 산본역에 들어섰다. 번화가다. 여느 도시와 다를 것 없이 널찍한 도로에 상점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신령한 마을 숲이 있다. ‘덕고개마을 당숲‘이라 불리는 이곳은 내비게이션에 등록돼 있지 않다. 마을 근처 갈치저수지를 입력하고 수리산 자락에 들어섰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어물어 가까스로 덕고개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군웅제는 한때 마을 주민이 줄어들면서 고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제사 보존을 위해 군포문화원은 시에서 보조를 받고 전통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군포시청 제공)

아무리 둘러봐도 덕고개마을 당숲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산본역에서 차로 10분이면 다다르는 곳이지만 산골 마을이다. 마을 앞 좁은 도로에서는 수리산으로 향하는 차들이 조심스레 비켜가며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 오래 된 집들과 논 밭 사이에서 왕복하기를 몇 번. 그래도 당숲은 찾아내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마을 슈퍼마켓에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덕고개 당숲을 찾는다고 하자 하던 일을 멈춘 동네 아저씨 서너 분이 안내를 자처한다.

당집/3백년 제사를 지낸 곳/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서리는 당집은 군웅제를 드리는 곳이다. 매년 음력 10월 초하루가 되면 제사를 지내는 인파로 북적인다. (이윤정기자)

50m 숲길, “이게 다예요?”

서어나무/회색 줄기가 울퉁불퉁/당숲의 서어나무 다섯 그루는 회색 줄기가 울퉁불퉁 솟아 있어 눈길을 끈다. 마치 3백년동안 당집 근처를 둘러싸고 숲을 지켜온 것만 같다. (군포시청 제공)

마을길 옆 소박하게 펼쳐진 나무그늘. 숲의 시작점을 알리는 듯 자그마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산림청, 생명의숲 국민운동, 유한킴벌리가 주최한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는 기념비다. 수령 몇 백 년은 족히 될 만한 큰 나무 사이로 50m 정도를 걸어갔다. 움막처럼 생긴 당집과 출입을 통제하는 철망이 쳐져있다. 안쪽에 더 큰 숲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발걸음을 떼는 순간 마을 아저씨가 입을 뗀다. “여기가 끝이에요”

전통적인 마을 숲/논, 밭, 집이 힐끗/50여 미터의 숲길만 남은 당숲은 전통적인 마을 숲이다. 나무 사이사이로 논, 밭, 집 등 마을 모습이 힐끗 보인다. (이윤정기자)

“네?” 사진을 찍다 말고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말았다. 이게 다라니. 그런데 마을 주민 그 누구의 눈빛에서도 자랑스러움이 떠나지 않는다. 평생 군포 속달동 덕고개마을에서 살았다는 이재복반장(44)이 때마침 입을 연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매년 이 숲에서 마을 제사를 지냈어요. 매년 음력 10월 초하루가 되면 군포시청에서도 함께 제사를 지냅니다.”

단풍을 밟으며/가을에 한 번 더 오세요/수리산도립공원으로 가꿔질 당숲은 단풍을 밟으며 걷는 맛이 일품이란다. 이재복반장은 “단풍이 좋으니 가을에 한 번 더 오세요”라며 자랑한다. (군포시청 제공)

300여년 제사 지내온 신령한 숲

개발제한구역/숲이 지켜진 이유/3백년 수령의 나무가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시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을은 해제 취락지역이고 숲 안쪽만 개발이 제한된다. (이윤정기자)

군포문화원에 따르면 군웅제라 불리는 제사가 당숲에서 약 300년 간 이어져 왔다고 전해진다. 마을 주민이 줄어들면서 군웅제는 한때 마을의 고사로 축소되기도 했었다. 2004년 군포문화원은 군웅제의 역사적, 민속학적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 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당숲제를 치르고 있다.

세광슈퍼/옛 모습 그대로/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탓일까. 식료품점이자 식당인 세광슈퍼는 정겨운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이윤정기자)

덕고개 당숲은 규모만으로 보면 작은 마을 숲이다. 그러나 3백년 넘게 제사를 모셔온 역사의 숲이기에 군포8경의 하나로 꼽힌다. 군포문화원 문희경사무국장은 “한여름에도 당집을 중심으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당숲에는 무언가 신령한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당집을 건드리면 마을에 재앙이 온다는 설화 때문에 볏짚조차 갈아주지 못했다. 최근에 들어서 햇벼로 당집을 갈아주고 훼손을 막기 위해 근처에 철망을 설치했다.

50m숲길/밖에서 바라 본 숲/일제시대 주변이 모두 베어지고 50m만 남은 숲길은 밖에서 보면 작은 나무그늘 같다. (이윤정기자)

수리산 도립공원으로 거듭나는 덕고개 숲

녹음이 우거진 당숲/작지만 위엄 있는 숲의 위력/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당숲이라지만, 녹음이 우거져 푸르름을 자랑하는 여름이야말로 숲의 위력을 뽐내는 때다. (이윤정기자)

덕고개는 수리산 자락에 있다. 이곳 산골에서도 비교적 넓은 곳을 의미하는 납작골의 남동쪽에 위치한 골짜기다. 당숲은 이곳 납작골과 갈치저수지를 잇는 중간지점에 있다. 17세기말 효종 넷째 공주인 숙정공주와 동평위 정재륜의 쌍묘가 이곳에 만들어지면서 숲이 조성됐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는 당숲을 제외한 주변산이 일본인에게 매각됐다. 주변산은 베어지고 낙엽송, 잣나무의 인공조림지가 됐지만 당숲은 수령 300년 정도의 나무 50여 그루가 당당히 세월을 지켜냈다. 회색줄기가 근육처럼 울퉁불퉁 나와 있는 서어나무 다섯 그루는 당집을 중심으로 듬직하게 숲을 받치고 있다.

속달동 덕고개마을은 26가구 50명 정도가 사는 작은 부락이다. 옛집이 그대로 남아 작은 숲과 조화를 이뤄온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올해 초 취락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당숲을 제외한 마을이 모두 개발제한이 풀렸지만 마을 사람들은 큰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 수리산 일대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당숲 인근도 테마공원이 된다. 주민은 단풍이 드는 가을이면 당숲이 아름답게 빛난다고 자랑한다. 전통의식을 몇 백 년 간 이어온 숲은 작지만 위대한 힘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 길/

군포 대야미역에서 수리사 방향 갈치저수지 팻말을 따라간다. 저수지를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길을 따라가면 덕고개마을이 나오고 마을 길옆에 작은 당숲이 있다. 당숲에서 2.5km를 더 가면 수리사와 수리산 등산코스가 나온다. MTB(산악용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도 많이 찾는 코스다.

맛집/

산화랑밥상/ 덕고개마을에 있다. 031-437-6050

털보네가게 세광슈퍼/ 식료품가게와 음식점이 함께 있다. 삼겹살, 돼지고기찌개 등을 판다.



경향신문   2009-06-19 15:43

 

 

 

 

출처 : 조명래
글쓴이 : 야생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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