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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의 유라시안 리포트] 핀란드를 살리는 것이 노키아가 아니고 산타

_______! 2009. 12. 19. 21:28

[Why] [정병선의 유라시안 리포트] 핀란드를 살리는 것이 노키아가 아니고 '산타'라고?

 

라플란드 주도 로바니에미에 위치한 산타마을 전경.

핀란드 헬싱키-반타공항은 요즘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이다. 하나같이 '산타빌리지'가 있는 로바니에미로 가려는 발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핀란드에는 외화를 쓸어담는 계절이다.

얼마나 관광객들이 몰리는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3국 상공에는 '에어트래픽 잼'이란 용어까지 나왔다. 실제로 정기 노선 외에 전세기 수백편이 북유럽 하늘을 뒤덮고 있다.

자르코 코틴넨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 마케팅국장은 "시즌을 전후해 전 세계에서 600여대의 전세기가 투입되면서 올해 관광객 60만명이 로바니에미를 찾을 것"이라며 "영국에서만 전세기 300여대가 동원됐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도 1월까지 핀란드행 항공편이 동났다. 절정기에는 2분당 한 대꼴인 1시간에 최고 30편 이상의 여객기가 핀란드로 진입한다. IT 강국 노키아로 대변되는 국가 브랜드를 산타가 대신하는 형국이다.

산타 마을은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900㎞ 떨어진 라플란드주(州) 주도 로바니에미에 있다. 이곳 인구는 3만5000명에 불과하다. 북극권인 데다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12도여서 관광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지역이다.

이런 오지가 최고 겨울 관광지로 우뚝선 것은 동심(童心)을 한껏 자극하고 어른들에게는 자연의 신비감을 맛보게 하는 아이디어 하나 때문이었다. 13일 헬싱키서 키틸라로 행하는 여객기는 빈 좌석이 하나도 없었다.

키틸라공항은 로바니에미와 주변 리조트를 연결하는 전세버스들로 붐볐다. 관광객들은 버스를 타고 산타마을과 스키리조트 개썰매장, 순록썰매장, 스노모빌 사파리를 하기 위해 떠났다. 산타마을은 여기서도 160㎞를 더 가야 하지만 관광객들은 산타 복장을 한 운전사와 안내원들을 만나면서부터 흥분하기 시작한다. 사실 산타마을은 엄청난 시설을 갖춘 곳이 아니었다. 방문하는 데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돈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산타할아버지 집무실이 있는 건물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산타 로고가 새겨진 스탬프를 찍는 데만 6유로를 받는 식이다.

부근 산타 파크도 서울 롯데월드의 일부분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다. 하지만 두 관광지 사이에는 개썰매장, 스키장, 북극 동물 박물관처럼 산타와 연관된 아이디어 시설로 가득하다. 일례로 개썰매장은 알래스카산 경주용 개 허스키 10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15분 정도 설원을 질주한다. 그런데 순서를 기다리는 곳은 대형 텐트뿐이다. 여기서 차를 마시거나 기념품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에나 타칼로 로바니에미 관광국 직원은 "20개 스키리조트를 산타마을과 연계시켜 오로라를 보면서 스키를 타는 상품을 선보인다"며 "리조트에는 실내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어 악천후에도 전혀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나치는 1941년 핀란드가 소련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그 보복으로 로바니에미를 초토화시켰다. 그 결과 통나무 집 몇개만 남은 폐허로 변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산타로 분장한 화가들에 관광객들이 열광하는 일이 생겼다.

핀란드 정부는 여기에 착안해 산타 브랜드화 전략을 추진했다. 산타 주제 마을과 공원을 만들고, 산타할아버지와 순록 썰매를 등장시켰다. 산타 원조국 논란을 일으켰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라플란드 주도인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방문객은 2007년 48만442명으로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벌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55.8%인 26만8003명이었다. 라플란드 주 방문객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핀란드 GDP에서 차지하는 관광·서비스업종의 비율은 62%다. 노키아 휴대폰을 주축으로 한 산업 분야(34%)보다 훨씬 크다. 로바니에미 관광국은 산타마을 관광 수입이 최대 연 100억달러까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로바니에미 시민들은 "연말과 연초 핀란드에서는 노키아가 겨울잠을 자고 산타가 활동한다"며 "노키아보다 산타마을이 핀란드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했다. 나탈리 헤펠―니에미넨씨는 "테러도, 오염도 없는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고 싶은 관광객들과 산타를 직접 보려는 어린이들이 있는 한 산타마을은 영원한 베스트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세계 관광객들은 산타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핀란드로 몰려든다. 수도 헬싱키를 경유해 로바니에미를 찾는다. 스톡만 등 헬싱키에 있는 대형 백화점과 시내 중심가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했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병선 기자 bschung19@chosun.com

[정병선 기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