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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프리조나6 - 킨케츠 류노스케/고진호

_______! 2010. 4. 28. 11:04


위도 불명, 경도 불명, 어느 나라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그곳을 사람들은 그저 '섬'이라고 부른다. 그 섬에 있는 것은 단지 기억을 잃은 7명의 소녀들과 수많은 시설들 뿐. 소녀들은 어찌된 일인지 이 섬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는 전기도 가스도 수도도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식량도 누군가가 공급해주고 있으나 필요한 물자는 무엇이든 우체통에 요청서를 넣어 보내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데...대체 이 섬의 정체는 무엇이며, 누가 무엇 때문에 소녀들을 가두어둔 것일까?


<서유기 플러스 어게인>, <잭 프로스트> 등을 그렸던 고진호 작가의 일본 진출작입니다. 최근들어서 일본인 원작자에 한국인 그림작가를 기용한 작품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 작품도 그런 대열 속에서 당당히 단행본까지 나왔는데요. 일본에서 이런 한국 작가의 진출작(수입작이 아닌)을 볼 때마다 조금 미묘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이 작품은 드라마 <로스트>의 미소녀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섬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어째서인지 여러 생활에 필요한 물자들을 얻게 되고, 멤버들 간에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사정들이 얽혀 있는 등 로스트의 구도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로스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 각자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것과 모두들 미소녀들이라는 것입니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각 멤버들(특히 넘버6 중심으로)의 과거 회상과 현재 섬에서의 생활을 연결시키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넘버6가 지닌 섬에 오기 전 생활에서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섬 생활 도중 겪는 여러 상황들에 의해서 조금씩 기억해내고, 그 기억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조금씩 맞춰나가는 방식입니다.


여러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고, 그림도 훌륭한 작품인데요. 조금은 간이 덜 맞은 음식 같은 느낌을 주는 만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섬에 갇혀 있는 여러 소녀들의 평범한 일상과 미스터리를 조합하고자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너무 넘버6의 원맨쇼라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관점이나 여러 사건들이 넘버6 중심으로 일어나는 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너무 넘버6 페이스에 말려서 다른 캐릭터들이 전혀 살아나지 못한다는 건 조금 수정해나가야 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대사가 다소 많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는 건 그림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사가 많다고 해서 캐릭터들의 얼굴만 계속 나오는 게 아닌, 역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고 그 안에 대사들이 있기 때문에 지루함을 줄여주는 것 같습니다. 생동감 있는 만화랄까? 가만히 앉아서 말만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 그런 작품이니까요.


사실 이야기의 완성도나 디테일 등은 조금 떨어지는 작품이지만, 소재적인 측면 때문에 일본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잘 먹힐 것 같은 만화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이쪽 세계의 대세를 따르는 작품이고, 원작자가 미소녀 애니메이션 스토리작가이기 때문에 충분히 애니메이션화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네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다분히 로스트를 의식한 듯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는데요. 이건 당연한 것이겠죠?^_^



출처 : 아까짱 블로그
글쓴이 : 김상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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