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에 실린 1~48 항목에 해당하는 괴물이야기는 이 블로그 "별개시리즈" 카테고리에 올라간 이전 글에 있습니다.)
- 삼국유사 -
49. 장시상천
(신라 유물)
흰 색 말로 하늘을 날아 다닌다. 말임에도 불구하고 푸른색이나 보라색 계통의 커다란 알을 낳는다. 이 알은 자기 자손일 수도 있지만, 다른 동물이 들어 있는 것을 대신 뱃속에서 길러서 낳는 수도 있다. 울음소리가 큰 편이고, 날아 오를때 힘차게 울고나서 빠르게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원전1세기 무렵 신라의 첫 임금인 혁거세 거서간이 이것이 낳은 알에서 태어 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50. 중서함미
(신라 무덤 조각)
쥐 정도 크기의 작은 털달린 동물로 쥐와 비슷하나, 사람의 말을 할 줄 안다. 영리한 동물로 여러마리가 모여서 살기 때문에, 사람처럼 사회와 문화를 이루고 지하나 숲속에서 살아가는 듯 하다. 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서 서로 헤어나지 못하고 수없이 엉켜서 떼거리로 죽는 일과 관계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런 일을 주동하는 듯 보인다. 488년에 신라의 천천정이라는 곳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 조선시대 때는 수만마리의 쥐들이 떼거리로 움직이는데, 그 사체로 강물 위에 다리를 놓고 강을 건너 와서 고립된 지역의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류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실제로 들쥐가 사나워 질 때처럼, 이런 쥐들은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고, 온갖 시설물을 갉아서 무너뜨리거나, 곡식을 축내는 등 피해가 막심한데, 사람이 엄청난 쥐떼 때문에 죽은 기록도 왕왕 나타납니다.
51. 귀수산
(신라 무덤 조각)
산처럼 거대한 거북이와 닮은 커다란 동물로 수백미터를 훌쩍 넘는 엄청난 크기이다. 바다에서 사는데, 때문에 섬이나 암초처럼 보일 수도 있다. 등에는 대나무와 비슷한 더듬이나 촉수 같은 것이 조그마하게 돋아나 있다. 이 대나무 같은 것은 두 가닥으로 되어 있는데, 보통 때는 두 가닥으로 떨어져 있고, 잘때나 죽었을 때는 한 가닥으로 붙어 있다. 이것을 잘라내면 곧 도망치거나 죽게 된다. 이 대나무 모양의 더듬이는 조각조각을 잘라 물에 넣어 키우면 한 조각 한 조각이 그대로 변해서 이상한 동물의 새끼가 되며, 그 어린 모습은 용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것이 자라나서 커지면 이렇게 거대해지는 듯 하다. 600년대 말에 신라에서 동해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52. 구호구호출수로
(신라 토우)
거대한 뱀이나 도마뱀과 같은 비늘로 덮힌 생물의 머리를 갖고 있는 바다 동물인데, 거북이 처럼 등딱지를 갖고 있다.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매우 먼 곳에 있는 소리도 듣는 예민한 귀를 갖고 있으며, 사람과 사랑에 빠지거나,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등의 기묘한 습성을 보인다. 그러나 사람만큼 지혜로운 동물이라거나 사회와 문화를 이루고 사는 지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을 데리고 안전하게 바다속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등딱지 혹은 몸에 있는 주머니, 입 속 같은 곳에 사람을 넣을 경우 충분한 공간이 있어서 사람을 물속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짐작된다. 이것이 사는 바다속에는 사람이 숨을 쉴 수 있고 편안하게 살 수있는 묘한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삼국시대의 문명을 월등히 초월하는 기이한 도시와 궁전이 건설되어 있다. 이 동물은 그 도시에 살고 있으며, 이 도시에 다른 사람이 산다는 기록은 없다. 아마도 이 동물은 한 때 그곳에서 부렸던 가축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만 하다. 이 바다 속 도시는 이상한 향기가 감도는 곳인데, 원래 살던 사람들이 멸망했는지 많은 음식과 옷가지 등만을 남기고 텅비어 있는 듯 묘사되어 있으며, 이 동물만 살면서 어슬렁 거리고 있다. 신라 성덕왕 때, 강릉태수로 순정공이 부임하던 도중 천하제일의 미녀였던 그 부인 수로부인이 이 동물에게 붙들려 바다에 잡혀간 적이 있다. 사람들이 이 동물을 욕하는 노래를 다같이 바다를 향해 부르자, 얼마후 이 동물은 수로부인을 돌려 주었는데, 수로부인은 그때 구경한 바다속 도시를 생생히 기억했다고 한다.
53. 원토소주
(고대 유물)
자라와 비슷한 동물인데, 몸 속에서 진주처럼 구슬을 계속 키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크기에 이르면 내뱉는 습성이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이 구슬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따르고 좋아하게 되는 이상한 기운을 풍긴다는 점이다. 구슬에서 사람을 끄는 이상한 향기나, 빛, 소리 같은 것이 묘하게 퍼져나오는 듯 하다. 신라의 원성왕 때 황룡사의 묘정이라는 사미가 발견했으며, 이 구슬로 명망을 얻어 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가 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54. 도림죽전
(신라 금관)
유명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땅, 공간, 혹은 흙을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은 이 흙에서 자란 나무이다. 나무가 바람이 불 때마다 기묘하게 나뭇잎들이 부딪히고 문질러져서 사람 목소리 같은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사람이 이 곳에 와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것을 그대로 반복하기도 한다. 땅속에 어떤 존재가 있어서 나무들을 조종하는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지목하면, 신라의 경문왕 때 도림사 뒤편의 숲지역이다.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전설의 원형을 타고, 인도 설화, 아라비안 나이트 등등을 거쳐 전세계적으로 널리 전파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실명과 시대가 확정된 구체적인 "어느 나라 어떤 왕"으로 정해진 경우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주변에서도 신라 경문왕의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고, 기록도 중세때부터 확실하지만, 이웃 중국과 일본에는 이상하게도 상대적으로 크게 유행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문화의 교류관계를 연구하는데 여러가지 설이 돌고 연구도 많이 된 이야기거리가 많은 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미다스 왕의 이야기에는 땅에 구덩이를 파고 이야기했더니, 그 땅에서 갈대가 돋아났다는 식인데, 신라의 이야기는 땅에서 이미 돋아나 있는 대나무가 직접 말을 듣고 따라한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55. 오소사십
(고대 수막새)
사람의 집안, 특히 행랑과 복도안에서 사는 새로, 건물 안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 죽는 습성이 있는 듯한 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끼를 치며 숫자가 불어나 건물 안을 온통 새가 사는 곳으로 뒤덮어 버리기도 한다. 어느 건물로 들어 오느냐, 그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30, 40개 정도의 둥지를 하나의 건물안에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습성을 갖고 있다. 912년과 915년에 신라에서 발견되었다.
56. 자복남자
(고구려 무덤 벽화)
보라색 빛이 나는 발이 없는 길다랗고 굵은 벌레이다. 땅속에 사는데, 밤이 되면 기어나와 활동한다. 사람에게 이상한 꿈을 꾸게 하는 기운을 풍기고, 잠자는 사람을 희롱한다. 여자의 경우에는 임신을 시키는 수도 있다. 잠을 자는 사람은 그냥 보라색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범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800년대 말, 신라에서 견훤이 태어날 때, 바로 이것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57. 능원신물
(신라 토우)
10미터가 조금 못되는 길이의 커다란 뱀과 같은 동물인데, 눈에서 묘한 빛을 뿜을 수 있다. 이 빛은 번개나 불처럼 주변을 부수고 태울 수 있다. 사람의 커다란 무덤속에 들어가서 관을 집으로 여기고 산다. 그래서 근처에 접근하는 작은 동물을 공격해 먹어 버린다. 그러나 무덤 주인인 시체를 씹어먹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지켜 준다. 턱과 이빨도 억세어 사람도 쉽게 물어 죽일 수 있다. 신라 말에 능원에서 발견되었다.
- 뱀은 겨울을 나기 위해서 땅에 굴을 파고 들어 앉아 겨울잠을 자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땅에 묻은 곳 근처에서 겨울잠을 자기 위해 뱀이 파는 굴이 있었다거나, 생기게 된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통 "무덤 속에 뱀이 산다"는 류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무덤에 사는 뱀은 파 묻은 죽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상징하거나, 죽은 사람에 대한 저주와 연결되는 불길한 징조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눈에서 불을 뿜는 뱀 같은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후대에도 보입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뱀과 닮은 괴물은 이와는 다른 비교적 드문 사례입니다. 즉 그 뱀이 무덤을 보호하는 우호적인 수호신 형태를 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신라의 왕릉 등을 노린 도굴꾼 등이 뱀을 보고 놀라 달아난 이야기가 와전된 것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58. 지중사방불
(신라 유물)
땅 속에 사는 돌로된 것으로, 사방으로 뻗은 네 개의 사람 같은 머리가 있다.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 있으며, 인간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므로, 불경을 왼다거나 하는 일이 많다. 땅 밖으로 높이 꺼내어 놓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신라 경덕왕 때 백률사의 산 밑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 불상에 관련된 전설 중에는, 돌이나 나무가 사람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무척 많습니다. 가장 많은 종류로는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언뜻 본다거나, 말하는 소리를 문득 들었는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그 정체가 돌이나 나무였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불상으로 쓰기도 하고, 그 모양을 기초로 깎아서 불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땅속에서 불상을 파내는 종류의 위와 같은 이야기도 꽤 있는 편입니다.
59. 만불산
(백제 유물)
고대와 중세를 통틀어 로봇, 자동 기계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10미터 정도의 크기로 만든 모형 산 속에 모형 집과 나무가 있는데, 그 안에 수십 수백의 아주 작은 사람 모양의 자동 기계가 살게 되어 있다. 크기는 10센티미터가 안되는 매우 작은 정도이나 모습은 사람과 흡사하고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며 마치 사람처럼 울고 웃고 떠들고 걷고 달리고 앉고 누우며 생활한다. 완성된 것을 놓아두고 사람들이 구경하게 하니 모두가 크게 감탄했다고 한다. 신라 경덕왕 때 제작했다고 한다.
- 지금도 오르골 등의 장식품에 붙는 자동인형을, 대규모로 정교하게 제작한 것이 과장되고 와전된 듯 보입니다. 내용 자체는, "토탈리콜"이나 "트루먼 쇼"처럼, 자기가 현실 세계에 사는 줄 알고 열심히 인생을 살아왔지만, 어느날 자기는 매우 작은 자동 기계일 뿐이고, 자기가 사는 세상은 만불산 장치일 뿐임을 깨닫는 우화를 바로 떠올 릴 수 있을법한 것입니다. 우리의 지구가 만불산이고, 거대한 괴물들이 우주를 거닐면서 지구를 기이한 장식품으로 여기며 구경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60. 비우내포
(고구려 무덤 벽화)
깃털이 사람이 짠 옷감처럼 생긴 새이다. 다리가 길고 부리가 긴 새인데, 두루미 정도의 크기이며 색은 하얗다. 이 동물의 옷감처럼 생긴 깃털을 뽑아 그 깃털로 사람의 눈 앞을 가리면 사람에게 한 순간에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광경이 보인다고 한다. 신라 자장법사 생전무렵에 공주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한다.
-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점수" 중에서 "돈오" 쪽을 강조하는 우화적인 괴물입니다. 어떤 광경, 어떤 모습을 보게 되면, 그것을 보는 순간, 매우 쉽게 진리가 이해되면서, 세상만사의 모든 문제에서 자유로워질만큼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된다는 류의 이야기입니다. 진리의 속성이나 깨달음에 대한 철학적인 추구에 대한 정교한 일화, 우화는 중세 철학서적에서 좀 더 많은 해설이 딸린 것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 괴물의 이야기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그런 부류의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61. 만어산녀
(신라 토우)
만어산에 살았다는 괴물로 불교에서 말하는 인도 신화 속의 나찰녀와 동일시할 수 있다. 그 모습은 인간과 같으며 여자의 모습이고 다섯이 무리지어 다닌다. 그런데 그 외모가 매우 아주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특징이 있다. 또 여러 괴물과 마구잡이로 교접할 수 있는 기괴한 능력이 있다. 이때가 되면 신체부위의 모양이 상대방 동물에 맞게 형태가 변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이상한 기운을 내뿜어, 먹구름이 끼게 하고 번개를 치게 하는 등의 일을 일으킨다. 그렇게 햇빛을 가리게 되는데, 이것이 무척 오래가게 된다. 때문에, 자주 이런 일을 하게 되면, 근방에는 농사를 짓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또,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듯 하늘을 날면서 기이한 음악소리를 들리게 하는 일도 많다. 죽고나면 몸이 분해되어 이상한 금속 같은 것이 되는데, 이것은 모양은 그냥 돌멩이 같으나 두드려보면, 맑은 금속성 소리가 나는 묘한 재질이다. 그래서 이를 종석(鐘石) 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가락국 수로왕 시절에 만어산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며, 가락국 시절 조정에서 퇴치하려다가 실패하자, 불교로써 설복시켰더니 비구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종석은 지금도 밀양 만어산에 가면 널려 있습니다. 돌 중에 그런 돌이 있는 것인데, 삼국유사의 이야기와 어울려 점점 신비로운 내용으로 화하였고, 조선때에는 조정에서 이 돌로 악기를 만드는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삼국유사 자체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이 이야기는 관불삼매경 에 나오는 인도 설화를 계승해서 변형시킨 것입니다. 이 만어산 지역이 예부터, 불교와 직결된 신비로운 지역으로 여러 소문이 돌았기에 설화도 그대로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62. 오만진신
(백제 벽돌)
산 봉우리와 구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모습이 수백수천수만의 사람으로 마구 바뀔 수 있는 하늘에 있는 것이다. 실체는 알 수 없으나, 그 겉모습은 수만명의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신라 정신왕 때 보천암이 있는 산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 새벽 안개속에서 헛것을 보는 현상인데, 오랫동안 고행과 수도로 피로한 상황일 때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산에서 도를 닦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하는 전설로 흔히 나타납니다. 때문에 불교 계열로 보는 일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일종의 신기루나, 그림자와 기상 반사현상에 의한 착각으로 볼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경우는 독일 브로켄 산에서 발견되는 경우입니다. 독일 브로켄 산을 포함하여,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현상은 현재에도 매우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63. 지귀심화
(백제 벽돌)
사람과 비슷한 형상인데 온몸이 불덩어리로 되어 있어서 사방을 불태우고 다닌다. 특정한 사람에게 강렬한 짝사랑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집착에 미쳐 세상을 불태우며 싸돌아니는 것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영묘사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신라 선덕여왕을 짝사랑한 한 청년이 어느날 변해서 그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64. 지엽부포
(고구려 무덤 벽화)
지리학적으로 묘사해야 할만큼 거대한 나무로, 높이는 수천킬로미터에 달한다. 그래서 그 나무가지가 바다와 대륙을 가로지르며 늘어뜨리는 것이다. 그 가지 속에는 봉황이나 다른 거대한 새들이 것들이 산다. 이 새들은 알인지 무엇인지 모를 빛나는 기이한 보석을 둥지에 보관하고 있는데, 빛이 매우 강해서 먼데까지 뻗친다. 그러므로 나무 이곳저곳에서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신라 의상법사 생전에 의상법사의 상징으로 이야기 된 적이 있다.
65. 대귀소귀
(신라 석굴암 조각)
사람과 비슷한 모양인데 얼굴이 흉악하게 생겼고 덩치가 큰 것과 덩치가 작은 것이 있어서 서로 쌍으로 돌아다닌다. 두 마리 한 쌍 중에서 큰 것이 두목 노릇을 한다. 작은 것은 철퇴를 휘두르며 싸우고, 큰 것은 사람의 몸을 서로 붙게 하는 괴기스런 술수를 부린다. 따라서 두 다리를 서로 붙게하여 걷지 못하게 한다거나, 두 입을 서로 붙게하여 말하지 못하게 해버릴 수 있다. 아마도 그 몸에서 나오는 이상한 액체 따위를 쓰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괴물이 죽고나면 사람의 몸을 붙이는 기운이 다해서 사라지게 된다. 신라 태종 무열왕 때 발견된 적이 있다.
66. 김현감호
(고대 유물)
낮에는 호랑이, 밤에는 아리따운 사람의 모습인 종족이다. 낮이라도 햇빛이 안드는 으슥한 곳에서, 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만 있다면 사람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람의 모습일 때, 인간에게 정이 들거나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남자와 여자 두 종족이 있는데, 사람의 모습을 할 수 있는 것은 여자 뿐인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일종의 반성유전으로 가계에 따라, 남자만 혹은 여자만 이런 능력을 지니는 경우로 나뉘는 듯 하다. 신라때 흥륜사에서 김현이 만나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67. 오래명운
(신라 에밀레종 조각)
사람처럼 말하는 새로 사람보다 월등한 지혜를 갖고 있는 깨달은 존재이다. 까만색의 까마귀 같은 새이다. 깊은 산속에서 살다가 가끔 사람에게 나타난다. 목소리나 신체특징등은 여성이며, 노래와 음악에도 능한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불교와 인도 신화에서 말하는 "음악의 여신" 격인 변재천녀와 동일시 된다. 600년대 중후반 무렵에 신라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부록1. 강과 바다에 사는 용
"용재총화", "어우야담"에서 몇차례 용의 형태를 하고 있는 동물들을 언급한 적이 있고, 또, 이상의 글에서도 흑룡, 황룡 등 용의 일종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렇게 언급한 예들은 전형적인 용의 상례와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들이라서, 여러 문헌에서 보이는 가장 전형적인 "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가장 분명하게 공통되는 사항은 용이 강이나 바다, 혹은 개울이나 연못 등과 같은 물에서 산다는 것이고, 그 모양은 다리가 있는 거대한 뱀의 모양을 기초로 한다는 것입니다. 크기는 경우에 따라 다른데, 보통 사람 한 명 정도를 태우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묘사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숫자는 강이나 연못 마다 한 마리 정도의 꼴로 어떻게 보면 비교적 흔한 생물입니다. 다만 강이나 연못 밑바닥에서 살면서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보기 어렵다는 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모습에서 뱀과다른 가장 중요한 특징은 머리부분이 뱀보다 크고, 도마뱀이나 악어류에 더 가깝다는 점, 그리고 다리가 보통 도마뱀 종류보다 좀 더 길게 묘사된다는 점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으로 언급되는 점은 사슴 뿔 모양의 뿔이 아름답게 나 있다는 것입니다.
용의 색깔은 뱀의 가죽 색깔과 직결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만, 음양오행 등에 근거하여 방위를 색상에 일치시는 근거 때문에 파란색이 많습니다. 또 신라말부터 광적으로 유행한 풍수지리설의 영향도 매우 커서, 용은 곧 청룡이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습성과 위력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비바람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용이 물에 살기 때문에 이것은 물살을 거세게 하여 풍랑을 일으키는 힘으로 직결됩니다. 따라서, 강에 사는 용은 그 강을 배가 건너지 못할 정도로 풍랑이 일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용 역시 사람들의 항해를 방해하고 배를 엎어 사람들을 몰살 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런 일들은 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가뭄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용이 난동을 부려 비를 내려주기를 기원하기도 합니다. 보통 용은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음식, 옷, 보물 같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물에 빠뜨려서 바치면 즐거워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용의 습성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오랜시간 동안 굳게 내려왔습니다. 백제를 멸망시킬 때 사비하의 용이 난동을 부려서 백제로 다른 나라 군사가 들어가는 것을 막았는데, 백마를 미끼로 해서 용을 낚았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대표적입니다. 또 이후 거의 1천년 후인, 조선때에 나온 조선시대 해양문학 최고의 고전이라할 수 있는, "표해록"에는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된 선원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도, 풍랑이 벗어나길 빌면서 선원들이 앞다투어 바다의 용을 위해서 갖가지 물건을 물속으로 내던지는 모양이 잘 나타납니다. 한편, 조선 초기에는 조정에서 직접 용에게 비를 비는 기우제를 지내는 장면에 대한 기록이 "실록"에 자주 나오는데, 이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호랑이 머리로 나옵니다. 호랑이 머리를 물에 넣으면, 용이 좋아서 그러는지, 싫어서 그러는지, 비를 내리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기우제 풍습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이런저런 소문만 많은 미신처럼 생각되었지만, 또 그러면서도 상당히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조정의 기우제 외에도, 지방의 각종 풍습에서 비를 내려달라고 용을 달래며 비는 것은 상당히 깊숙히 자리잡은 풍습이었습니다.
용 그림에서는 자주 용 주변에 불꽃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보통 용은, 비늘 끝트머리나 등에 돋아난 지느러미-뼈처럼 생긴 끝트머리에서 불기운을 뿜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팔다리 관절이나 손톱에서 용이 불을 뿜는 것처럼 나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밖에 용의 새끼는 뭐냐, 용의 수명은 얼마냐, 변신, 하늘로 올라가는 조건, 등등에 대해서는 불교에서 전래된 인도 신화와 섞이면서 용에 대한 여러가지 다른 잡다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여러 시, 소설 등의 묘사가 차용되어 융합되는 경우도 여러모로 허다하게 나타납니다. 그런 반면에 삼국시대부터 조선대에 이르기까지 용에 대한 생동감있는 구체적인 기록들은 거의 전부가 바다에서 회오리 바람을 멀리에서 보고 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보통 목격담 속의 용 빛깔은 흰색이고, 비바람이 심할 때 구름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으로 목격되는 경우가 단연 많습니다.
용의 변신에 대해서는, 직접 용이 변신하는 경우보다는, 용과 사람 사이의 혼혈에 대한 기록이 주가 되는 편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몸에 비늘이 있다거나 비늘이 잘보이지 않는 어깨에 딱 하나 있다거나 했다는 류의 기록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록들은 고려 태조 왕건이 용의 자손이라는 류의 전설이 유행하고 채록되면서 굳어지는 것이 가장 큰 중심을 이룹니다.
부록2. 움직이는 청동 불상, 강철 불상
"삼국유사"의 지중사방불이나, "어우야담"의 은불은 이상한 괴물같은 것을 보았는데, 알고보니 불상 비슷한 것이었다는 류의 이야기입니다. 이와 매우 비슷하지만, 정반대 방향의 이야기들이 또 한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불상이 어느날 갑자기 신기하게도 움직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극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석불 보다는 보통 청동불상이나, 금동불상, 강철불상의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꼭 사람처럼 생긴 그 모양을 보고, 정교함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 전설의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상통하는 점이 꽤 있습니다.
청동 불상이나 강철 불상이 사람처럼 저절로 움직이는 이야기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냥 불상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불상이 표현하고 있는 약사여래나 문수보살 그 자체였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불상이 잠시 동안 조금 움직여서 사람을 구한다거나, 경고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불상이 사람처럼 땀을 흘린다거나,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불상이 직접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 높은 설화인 광포설화의 경우도 이러한 이야기의 전통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신라 장륙존상 이야기처럼, 만든 재료 자체를 신비롭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실린 장륙존상 이야기는 불상을 제조하기 위해서 옛날 인도의 어느 나라에서 재료와 부품을 준비했는데, 막상 불상을 만들려고 보니, 재료에 걸맞는 수준의 불상을 만들 기술이 없어서 포기했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인도 사람들은 그냥 그 재료를 배에 실은 뒤 바다에 띄워 보내버립니다. 그것이 수백년간 바다를 떠돌다가 마침내 신라까지 왔다는 것인데, 거기에는 기술을 갖춘 사람이 이 재료를 입수한다면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불상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가 같이 실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라 조정에서는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서 그 재료로 불상을 만들었고, 그것이 불상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장륙존상 입니다. 무게가 10톤 이상이 되는 육중한 거대 불상이었고 금을 발라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불상이 움직이고 힘을 쓰는 온갖 이야기거리의 단초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한편 불교를 단순한 주술이나 잡다한 미신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유행하는 조선 때에는 불상이 움직인다는 이런 류의 이야기가 헛된 괴소문으로 몰아 붙이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유관순 동상 이야기 정도로 멸시된 적도 있습니다. 오히려, "오늘 당장 내 눈앞에서 청동불상이 걸어다니며 춤을 춘다고 한들, 이상하고 신기한 사건일 뿐이지, 그런 괴상한 현상이 절이나 중에게 돈 바치고 쌀 바치며 주문처럼 불경 외우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 등등의 표현이 회자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움직이는 불상이 어떤 초능력이나 신비주의에 대한 믿음을 상징하는 비판적인 표현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 밖에...
삼국사기는 이 링크 http://www.koreandb.net/Sam/SamInfo.htm 에서, 삼국유사는 이 링크 http://bluecabin.com.ne.kr/samgukyusa/samgukyusa.htm 에서, 책 전체의 번역판을 자유롭게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 더 많은 괴물들에 대해서는 곽씨 괴물삼합 링크 http://gerecter.egloos.com/3273749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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