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hisisgame.com/board/view.php?id=1060083&category=203
메인에 올라온 게발대 핫이슈를 보다보니 아리에 대한 논쟁이 특히 눈에 띄더군요.
이른바 '한국적 캐릭터'에 대한 논쟁인데.. 막상 아리를 보니 이건 '구미호', '여우구슬'은 나루토에서 따온거고, 옷은 기모노같고... 그러니 일본색이 강한데 어째서 한국적 캐릭터냐 인데....
이런글들을 보면 정말 문화침탈이란게 무서워집니다.
사실 전 예전에 '문화침탈' 하면 해외문화가 국내에 들어와서 국내 사회를 장악하는것만 생각했는데요. 이런 형태를 보아하니... 더 무서운건 '국내 문화를 해외문화로 오인하는 사태'라는 겁니다.
아리에 대한 논쟁에서 그런 모습이 보였다면 좀 오버일까요?
참고 링크 첨부합니다.
http://www.seelotus.com/gojeon/gojeon/seol-hwa/yeo-u.htm
여우구슬에 대한 국내 설화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한 학동이 구미호를 꼬셔 여우구슬을 입에 물게 되었는데, 이때 땅을 보아 땅의 이치를 알게 되었지만, 하늘을 보지 않아 하늘의 이치는 알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죠.
여우구슬은 구미호전설에서 빼놓을수 없는 아이템인데요. 한국에서도 고소영의 영화 '구미호'부터 시작하여 여우누이뎐, 내여친은 구미호....등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이죠. 사실 구미호 전설은 한중일을 막론하고 여우구슬이 빠지지 않는데, 이는 여우구슬 자체가 구미호에게 있어 '용의 여의주'와 같은 개념의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천상의 주민인 구미호를 천상에 묶어주는 도구이자, 여우요력의 원천이죠. 여우요괴는 여우구슬에 정기를 모아야 승천하여 구미호가 되는 그야말로 핵심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구미호가 주 소재인 나루토에서도 당연히 이 여우구슬이 등장하게 된 것인데... 분명히 말할건 여우구슬은 구미호전설의 중심 소재라는게 진실이며, 따라서 여우구슬이 등장하니 나루토 를 차용한 것이란 주장은 '구미호 전설을 창시한게 나루토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주객전도형 주장이란거죠. 문제는 이걸 진지하게 믿는다면... 나중에 가면 한국의 모든 전통설화가 일본껄로 둔갑하는것도 시간문제란 생각이 들더군요.
두번째로는 한복과 기모노인데요.
사실 한중일은 예로부터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었고, 그 덕에 문화적 유사성이 상당히 많습니다. 같은 불교 문화권이자, 북방불교를 수용하였고, 같은 유교 문화권이자, 동시에 민족 신앙에서도 상당한 유사성을 보입니다.(도교, 무속신앙, 신토)
마찬가지로 복식에 있어서도 공통점이 상당히 많은데, 우선 삼국 모두 가슴이 부각되는 y자형태의 넥을 취하고 있다는게 큰 특징입니다. 서구의상은 대체로 목위까지 가리거나 혹은 라운드형 넥을 취하는 의상들이 대부분이죠.
또한 삼국모두 꽃을 유달리 좋아해서인지 화려한 의상들의 경우 꽃무늬가 많습니다. 특히 여성용이라면.... 애초에 동양에선 여성을 꽃에 많이 비유하기도 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의 전통의상은 분명한 차이점도 가집니다. 그리고 한복과 기모노의 차이라면...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컨셉이 다릅니다. 한복은 꽃이 컨셉이고(특히 개화한 꽃), 기모노는 대나무가 컨셉입니다.
일본이 무엇보다 좋아하는게 바로 '단순의 미'이자 '선의 미학'입니다. 일직선으로 깔끔하게 이어지고, 최대한 단순화되어 하나로 설명될 수 있는 것 이것이 일본이 추구하는 궁극의 '미'라고 볼수 있으며, 기모노는 이걸 형상화 한것입니다. 이를 알아볼수 있는 기모노의 가장 큰 특징은 치마의 끝단으로, 다른 의상들에 비해 유달리 치마 끝단이 좁은 것은 바로 의상 전체가 최대한 하나의 일직선을 이루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면으로는 기모노가 여성의 몸매를 잘 드러낸다고 하는데, 이 역시 일직선을 추구하다보니 굴곡있는 몸매에 타이트하게 맞춰지게 된것이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선을 추구한 덕에 기모노는 원피스를 이루죠.
반면 한복의 컨셉은 꽃입니다. 특히 개화한 꽃이죠.(여성한복 한정입니다.) 때문에 꽃자루라고 하나요? 줄기와 꽃을 있는 부분이 한복의 상의에 해당하고, 꽃잎부분이 치마에 해당합니다.
때문에 한복은 치마가 주변으로 넓게 퍼진 형상을 이루며, 후기로 갈수록 겉치마와 속치마로 분류되며, 속치마도 보다 복잡해지고 주름이 많아집니다. 이는 곂곂이 쌓은 꽃잎을 보다 상세히 형상화 한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의 역시 한없이 좊아지고, 짧아져서 조선후기의 한복을 보면 상의가 겨드랑이까지만 내려오는 수준까지 짧아집니다.(이정도면 상의가 가슴조차 가리지 못합니다. 덕택에 조선후기에는 '가슴가리개'라는 도구까지 등장했으니....ㅡ.ㅡ;;)
간단히 말하자면 한복은 상의와 하의가 분리게 특징입니다. 이는 만주족 의상의 특징이기도 한데, 애초에 한국문화의 근간이 만주쪽이다보니... 다만 차이점은 말 탈 일이 많던 만주족 의상들은 대체로 바지를 입거나 옆트임이 심한 반면(현재 중국의상으로 나오는 치파오 - 춘리가 입는 그거 -같은거) 한복은 치마.... 그것도 원뿔형 치마를 입는다는게 차이죠. 네. 한복의 이미지를 잘 보면 전체적으로 원뿔형을 유지합니다. 기모노는 원통형을 유지하고요.
또한가지 기모노와 한복의 차이라면 저고리의 매듭과 위치입니다. 한복은 상반신에 저고리를 매며, 앞부분에 매듭을 지어줍니다. 반면 기모노는 허리부근에 저로리를 매며 뒷부분에 매듭을 지어주는것도 차이점이죠.
결과적으로
한복 - 투피스, 치마끝단이 넓음, 상의 앞부분 매듭.
기모노 - 원피스, 치마 끝단이 좊음, 허리 뒷부분 매듭.
이라는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하죠.
하지만 대체로 인터넷의 애송이들을 보노라면.... 그냥 y자형 넥에 비단옷감. 그리고 섹시해보이면 '기모노필이 난다.'가 전부입니다. 아니... y자형 넥이나 비단옷감은 동북아시아 공통의 특징인데, 이걸 기모노만의 특징으로 이해한다는거죠. 참고로 아리 게시글 이미지를 자세히 분석하니 아리의 의상은 어느모로 보나 한복이었습니다. 위의 차이점을 기준으로 볼 경우 말이죠.
이런글들을 적다보니 예전에 네이버 지식인에 한 초딩이 올린 글이 생각나네요. 질문내용이
'신라시대 갑옷을 보니 일본 갑옷과 비슷해요. 신라는 일본땅이었나요?'
... 우리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초딩의 생각이 이렇다면... 참으로 암울해집니다.
이미 문화침탈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일본문화가 한국문화를 몰아내고, 한국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일본의 문화'로 왜곡시키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물론 이건 일본의 책임이 아니며, 일본은 그럴 의도도 없습니다. 멋도 모르고 무조건 '일본 문화'로만 인식하는 우리의 무지가 스스로 불러들인 비극입니다.
그러니... 공부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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