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아무 날도 아니다 , 유예

_______! 2012. 2. 14. 10:35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모태솔로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튼,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흰 눈, 그 속을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거리 너머로, 마주선 연인, 눈이 시리다.
연발하는 염장질,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과 같다.

아니 아무 날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눈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서 초콜렛을 건네주는 것 같다.

뒷허리에 허전함을 느꼈다.
아니 아무 날도 아니다.
아무 날도 아닌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연놈들은 멋쩍게 초콜렛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거리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모텔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염장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초콜렛들을 먹어 대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솔로이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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