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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졸졸졸과 서생원의 새벽 춤사위

_______! 2013. 2. 28. 23:31

집이 떠나갈 듯 세찬 빗 소리에 잠을 깻다.

밤마다 사각거리는 소리, 오늘도 변함이 없구나.

서생원이다.

 

우리집 바닥구조는 매립된 작지위에 부지포, 비닐, 모래, 스치로플, 은박보온씨트 그 위에 마루바닥의 구조로 되어 있어서 서생원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마루바닥 밑 까지 침투 할 수 있으며 때로는 덜 마감된 마루바닥 틈 사이로 마루나 방 위까지 접근 할 수 있다.

한 동안 뜸하던 서생원께서 방문을 하셨다.

 

어린시절 나에게 있어 서생원은 식구였던 것 같다.

양푼으로 밤을 먹던시절, 먹다 남은 밥이며 찬들이 그냥 상위에 방치 돼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서생원들은 별 다른 긴장의 기색도 없이 먹다 간다. 우리는 그 현장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하얀 밥 위에 남긴 검은 자국으로 그들이 왔다 갔음을 짐작한다.

그러면 검은 부분만 걷어내고 먹곤했다.

 

그런데 경이에게 있어 서생원은 가족인가 보다.

쥐잡는 끈끈이로 실패하자, 덧을 가져오겠다고 하니 경이가 말린다. 전에 덧에 걸린 쥐를 잡고 물 속에 담궈 처리한 일을 목격한 경이가 차마 그러한 광경을 상상하기가 끔찍한가 보다. 그러면서 "들어와도 그냥 놔두면 않되?"한다.

쥐와 사람이 가족처럼 공생 할 수 없음에 관한 부차적인 설명을 포기한다. 그도 생명이란 걸 경이는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 심지어 식물, 곡식에 있는 생명에 관해 성학이와 많은 얘기를 해 온 턱에 경이의 생명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고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루 틈 옆으로 콩껍질이 점점 많아진다.

 

옆지기 왈 " 쥐들이 마루 밑에 식량을 저장 했다가 한가로이 마루 위로 올라와서 콩을 까먹으며 우리를 놀리고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잠을 자는데, 이놈들의 장난기가 심한지 빠드득 거리기를 한 참이다. 잠자는 머리 맡에서 기껏 2미터다.

불을 켜니 벽체에 걸어둔 복인의 작품 "날봐 날봐 졸졸졸 " 나무가지위의 독수리 위에 앉아 도망도 가지 않고, 독수리 눈이며 부엉이 눈에 도토리며 콩을 까먹고 있다.

 

 

 

 

가만히 보아 하니 벽에 걸어둔 경이와 란이의 작품도 허전 하다.

 

 

 

 

 

허경 작 제목 "긴머리 소녀의 기도( 키 크게 해주세요)"

 

팥으로 만든 햇님은 거의 잡수셨다.

콩으로 만든 소녀의 얼굴은 어디로 갔을까?

 

 

 

허란 작 제목 " 나의 미래 집 풍경"

 

보리만 남겨두고 초가 지붕 위, 마당에 널려있는 곡식들은 모두 사라졌다.

 

위의 작가들을 정정해야 할까 보다, 서생원과 경, 서생원과 란, 서생원과 때리아........

이제 누가 또 다시 나타나서 자기도 공동 작가로 끼워 달라고 앙탈을 부릴지 모를 일이다.

 

경이야! 미안 하구나, 쥐들이 나를 깨우더니 이제는 작별이라는 듯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끈끈이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지더구나?

그래서 할수없이 하늘의 뜻을 따랐다. 아침에 깨어, 놀라지 말거라!

하늘이 우리를 이용 해 작품을 만들었구나!

작가 조물주, 자품명 "졸졸졸과 서생원의 새벽 춤"

 

 

출처 : 살림
글쓴이 : 졸졸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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