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내내 두려워 했던 일이었다. 이제 '업무상 기밀 누설죄' 따위는 두렵지 않다.
무엇을 말해야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그때 본 것들을 말할 것이다.
그 날, 연대가 비상 소집 됐다. 주둔지에 집결한 연대에 이동명령이 떨어졌다. XX주둔지에서 장비를 지급 받고 출발 할 때만 해도 우리는 재해지 수색 작전이라 생각했다. 쓰나미로 파괴된 도로와 잔해를 다른 연대가 치우면서 우리는 전진했다. 여진에 시달리며 나스 군을 지나 이와키의 주둔지에 도착하자 바뀐 명령이 떨어졌다. 후타바 군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이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3호기가 폭발한 이후 투입된 중앙즉응연대가 통신두절이 된 직후였다.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우리는 후타바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 연대의 임무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20km 떨어진 경계구역의 통제선에서 진입통제였다. 철조망과 바리케이트를 가설했다. 방사능 측정기를 지급 받으면서 수치가 200이 넘는 경우 임시로 철수 했다가 복귀하라고 명령 받았다. 측정기 수치가 200을 넘지는 않았지만 작전 내내 100 이하로 떨어진 적도 없었다.
통제선 경비 첫날 상급자인 T조장(한국군 상사 계급)과 같이 경비를 섰다. 방독면을 써서 표정을 볼 수 없엇지만 T조장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주민들은 모두 대피해 경계구역에서 나오는 사람은 없었고 들어가는 사람들만 계속 통제선을 통과했다. 육자대 즉응연대가 탄 장갑차, 소방구조기동부대가 탄 소방차,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이 탄 버스들이 계속해서 통과했다. 하늘에서는 치누크 수송헬기가 발전소 방향으로 여러대가 계속해서 날아갔다.
마치 말세의 풍경 같았다.
경비를 서고 며칠동안은 들어가는 사람만 있고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일주일째에 처음으로 경계구역을 나와서 돌아가는 버스가 통제선에 도착했다. 허가증을 확인하고 통과시키면서 왜인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통과 허가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그냥 피로와 스트레스로 신경이 곤두선 탓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돌아가는 버스가 도착해서 통과 할 때도 섬뜩한 느낌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나는 내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걸린 것인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세번째 돌아가는 버스가 통제선에 도착해 확인 후 통과 시킬때 무전기를 든 손이 덜덜 떨렸다. 그 때 세번째 버스를 통과 시킨 직후에 나는 깨달았다.
내가 본 '돌아가는 버스들'에는 모두 '자고 있는 사람'만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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