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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참복은 양식하는데 졸복은 왜?

_______! 2015. 5. 14. 21:04

어종 비슷해도 '경제성' 따져 양식하거나 말거나…

"복어는 모두 자연산이다!", "아니다. 양식도 있다!"

흰살 생선으로 육질이 단단해 씹는 맛이 뛰어난 복어. 복어회를 앞에 두고 종종 이런 논쟁이 벌어진다. 정답은 뭘까?

참복·황복 맛 좋고 수요도 많지만 
다른 복어는 수지타산 맞지 않아 

넙치가 국내 양식 생산량 1위 불구 
유사종 가자미는 '돈' 안돼 외면 

국내 횟감용 생선 80%가 양식 
넙치 다음으로는 우럭·숭어 많아


복어류 전체를 보면 정답은 '양식이 있다'이다. 

그러나 종류별로 보면 반드시 정답이 될 수 없다. 복어는 자주복(참복), 황복, 까치복, 은복, 졸복 등 종류가 다양하다. 최고의 맛 자주복과 민물 회귀 습성이 있는 황복은 국내에서 양식이 되고 있지만, 연간 생산량이 3t(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자주복과 황복은 중국와 일본에서 양식이 이뤄지며 국내로 수입된다. 자주복과 황복은 양식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머지 복어류는 양식이 없다. 왜 그럴까. 복어를 비롯해 즐겨먹는 횟감들 가운데 어떤 어종이 양식이 되고 있는지 알아두는 건 생선회를 즐기는 미식가들에게 요긴한 정보다.

■ ○○는 왜 양식이 없을까

'생선회 박사' 부경대 조영제 교수는 "참복과 황복은 맛이 좋고 수요가 높아 경제성이 있지만, 다른 복어류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양식이 이뤄지지 않아 모두 자연산"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은 양식업 발전의 중요한 잣대다. 복어처럼 기술적으로 양식이 가능하더라도 자연에서 많이 어획되거나 소비 수요가 적으면 정부나 양식업자들이 기술 개발과 저변 확대에 나서지 않는다. 성장 기간이 긴 어종도 돈이 안 된다.

조 교수는 "넙치와 가자미는 유사종이지만, 넙치는 1㎏으로 키우는 데 1년이 걸리는 반면 가자미는 3년이 걸린다. 가자미는 경제성이 떨어져 양식을 안 한다"고 말했다.

성질이 급하고 '역마살'이 낀 어종들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속박되는 걸 싫어해 양식이 어렵다. 참다랑어와 고등어, 갈치 같은 어종들이 그렇다.

국립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 전제천 연구관은 "회유성이 약한 어종은 양식장이 작아도 문제 없지만, 회유성이 강한 참다랑어와 고등어는 양식을 하더라도 양식장이 엄청 커야 한다"며 "일본이 참다랑어와 고등어 양식에 있어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데 우리도 수정란을 치어로 만드는 기술을 최근에 확보해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어종들도 종묘를 생산해 성체로 키우는 과정이 쉽지 않아 양식이 어렵다. 참다랑어의 경우 치어의 무게가 3~5㎏나 된다.

환경적인 제약도 있다. 우리 앞다바는 온대성과 아열대성으로 열대나 한대성 어종은 수온이나 먹이 여건이 맞지 않아 양식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일부 양식되는 능성어(2012년 기준 52t 생산)는 온대성 능성어지만, 종류가 많고 크기가 큰 열대성 능성어는 우리나라에서 양식이 불가능하다.

■ ○○는 양식일까, 자연산일까

횟감용 생선 중 양식과 자연산의 비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전문가들은 80% 정도가 양식이며, 양식의 절반은 중국,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먹는 생선회의 대부분이 양식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양식되는 어종 중 가장 많이 생산되는 어종은 넙치다. 넙치는 연간 생산량이 4만t 내외다. 다음으로 많은 어종이 조피볼락(우럭)이다. 우럭은 2만 5천t 내외가 생산된다. 세 번째로 많은 어종은 숭어로, 6천t 내외가 생산된다. 하지만 넙치와 조피볼락과 격차가 크다.

다음으로 참돔이 연간 3천t 내외, 농어가 1천500t 내외, 감성돔이 1천t 내외 양식된다. 돌돔, 쥐치, 고등어, 방어, 전어, 능성어, 참다랑어, 복어류도 양식되지만 생산량은 수t에서 수백t으로 미량이다.

우리나라 바다 어종 양식은 생산량의 80% 이상이 넙치와 조피볼락에 집중돼 있고, 두 어종에 대한 양식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연구관은 "가장 많이 유통되는 넙치와 우럭은 대부분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횟집에서 즐길수 있는 나머지 어종들은 양식 생산량이 적을수록 자연산의 비중이 높다고 보면 된다. 참돔과 감성돔, 돌돔은 양식도 일부 되고 수입도 많이 되고 있어 양식이 많다. 나머지 어종들은 이들에 비해 자연산의 비중이 높다.

수입산 어종으로 만든 생선회는 모두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횟감용으로 활어 상태로 수입하는 넙치, 쥐치, 돔, 농어, 가자미, 능성어 등은 모두 양식이다.

전 연구관은 "자연산은 그물이나 낚시로 잡혀 상처가 많은 데다 수입 과정에서 좁은 수조에서 금세 죽어 버려 횟감으로 쓸 수 없다. 양식종은 수조가 자라 온 기존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잘 살아 있다"고 말했다.

■ 양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생선회를 직접 보거나 맛보고 양식을 구별해낼 수 있을까. 활어 상태에서는 약간의 노하우만 알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 체색이나 크기, 꼬리 모양으로 다르기 때문. 체형도 달라 양식은 둥글고, 자연산은 날씬하다. 그러나 생선회로 잘라놓으면 구별이 어렵다.

맛으로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운동량이 많은 자연산이 양식보다 육질이 질기다. 사료를 먹고 자라는 양식은 지방함량이 자연산보다 높아 맛이 고소하다. 생선회 전문가나 미식가가 아니면 구별이 어렵다.

자연산이 더 맛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자연산은 활어차나 좁은 수조에 보관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육질이 퍼석해진다. 반면 양식은 기존 양식 환경과 차이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보관 기간에는 먹이를 거의 먹지 않아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운동 및 대사에너지로 사용해 지방이 감소되며 육질이 단단해져 식감이 좋아진다.

자연산이 몸에 더 좋다는 것도 오해다. 조 교수는 "양식종은 영양분이 풍부한 양질의 사료를 먹고 자라고,인위적으로 좋은 포식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자연산보다 육질의 단단함은 덜하지만 단백질과 지방질, DHA 등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법상 횟감의 원산지는 표시하게 돼 있지만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해서 표시하게 돼 있지는 않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장옥진 부산지원장은 "국내산은 국내산 또는 연근해산, 외국산은 괄호 안에 원산국까지 표시하게 돼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격 차별성을 두기 위해 '자연산'이라는 표시를 해 둔 곳은 많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