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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이오토픽] 세균의 왕 볼바키아(Wolbachia)가 남태평양을 모기에서 구원하리라

_______! 2017. 8. 3. 23:11

[바이오토픽] 세균의 왕 볼바키아(Wolbachia)가 남태평양을 모기에서 구원하리라


볼바키아라는 구세주 덕분에, 태평양 지역의 섬들이 향후 10년 내에 모기에서 해방될 것으로 보인다. 볼바키아 접근법은 천연세균에 기반하고 있어서, GM 모기를 사용하는 방법보다 대중의 저항감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볼바키아의 세포질 불일치(CI: cytoplasmic incompatibility) 전략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1) 단방향 CI(unidirectional CI): 감염된 수컷과 미감염 암컷이 짝짓기를 할 경우, 세포질이 불일치하므로 암컷은 생존 불가능한 알(CI)을 낳는다. 다른 경우, 암컷은 모두 생존가능한 알을 낳을 수 있다.
(2) 양방향 CI(bidirectional CI): 볼바키아 균주I에 감염된 수컷과 볼바키아 균주II에 감염된 암컷이 짝짓기를 할 경우, 세포질이 불일치하므로 암컷은 생존 불가능한 알(CI)을 낳는다. 암컷이 생존 가능한 알을 낳으려면 수컷과 동일한 균주에 감염되어야 한다. / © 위키피디아; 에드 용,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어크로스 (2017), p. 128


남태평양의 섬들은 오랫동안 선원과 여행자들에게 지상의 낙원이었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이제 이 섬들의 매력을 한층 더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 타히티 섬에 있는 한 생의학 연구실이 근처의 작은 섬에서 모기를 거의 박멸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이 성과를 좀 더 큰 유인도에 적용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구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태평양을 괴롭히고 있는 뎅기열, 치쿤구니아열, 지카열과 같은 모기매개질병의 전파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모기를 줄임으로써 그 지역의 새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와이와 같은 다른 섬들의 경우, 모기가 옮기는 조류 말라리아(avian malaria)가 새들의 개체군을 황폐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소시에테 제도(타히티, 무레아 , 보라보라, 후아히네, 라이아네아를 포함하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일부)의 모기 문제는 앞으로 10년 내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말라르데 연구소(Louis Malardé Institute; 타히티의 파에아에 소재) 산하 모기 연구실의 에르베 보상 박사(곤충학)는 말했다.


보상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볼바키아 속(Wolbachia) 세균의 특정 균주로 모기를 감염시키는 기술을 사용할 예정이다. 전 세계 곤충의 약 65퍼센트는 볼바키아에 감염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균주는 다르다. 만약 상이한 볼바키아 균주를 보유한 모기들이 교미할 경우, 그 결과로 암컷이 낳는 알이 잘못 발육하여 부화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세포질 불일치(CI: cytoplasmic incompatibility)라고 한다(맨 위 그림 참조). 만약 이 같은 '잘못된 만남(doomed pairing)'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그 일대의 모기 개체균은 멸종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볼바키아, 그는 누구인가?


1924년, 마셜 허티그와 시미언 버트 월바크(Simeon Burt Wolbach)는 보스턴과 미니애폴리스에서 채집한 흔한 갈색 모기인 빨간집모기(Culex pipiens)의 몸속에서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했다. 그 미생물은 월바크가 전에 로키산홍반열(Rocky Mountain spotted fever) 및 발진티푸스의 원인균으로 지목한 리케차균과 약간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새로 발견된 미생물은 어떤 질병과도 관련이 없는 듯했기에 거의 무시되었고, 12년이 지나서야 허티그는 친구(월바크)와 세균을 옮기는 모기(피피엔스)를 기념하여 볼바키아 피피엔티스(Wolbachia pipienntis)라고 공식적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생물학자들이 그 세균의 실상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또다시 수십 년이 지나서였다.


생물학계의 혁명가 칼 우즈가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미생물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을 세상에 보여주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물학자들은 볼바키아를 도처에서 발견하기 시작했다. 숙주의 성생활을 조작할 수 있는 세균을 각기 독자적으로 연구하던 생물학자들은 그제야 손뼉을 탁 치며 “우리 모두가 똑같은 것을 연구하고 있었구나!”하고 입을 모았다.


리처드 스타우트해머는 무성생식을 하는 벌의 무리를 발견했는데, 그들은 모두 암컷이었으며 오직 자기복제를 통해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생식 방법은 세균, 즉 볼바키아의 농간에 의한 것이었다. 스타우트해머가 항생제 처리로 벌에서 볼바키아를 제거하자 갑자기 수컷이 재등장하여 양성생식이 재개된 것이다. 한편 티에리 리고(Thierry Rigaud)는 쥐며느리에서 세균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 세균은 수컷의 호르몬 생성에 간섭함으로써 수컷을 암컷으로 변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세균도 볼바키아였다. 피지와 사모아에서 연구하던 그레그 허스트는 한 세균이 수컷 남방오색나비(Hypolimnas bolina)의 배아를 죽여 암수 비율을 100대 1로 만드는 것을 관찰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세균 역시 볼바키아였다. 혈통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생물학자들이 발견한 세균들은 허티그와 월바크가 빨간집모기에서 발견한 세균의 다른 버전들이었다.


볼바키아가 수컷에게 불리한 전략을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볼바키아는 생식세포, 즉 난자와 정자를 통해서만 숙주의 다음 세대로 전염되는데, 난자는 크고 넓어서 편안한 반면 정자는 작고 좁은 것이 옹색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볼바키아 입장에서 숙주의 암컷은 ‘미래를 보장하는 티켓’인 반면에 수컷은 ‘진화의 막다른 골목’에 불과하다. 따라서 볼바키아는 다양한 방법을 진화시켜 수컷 숙주를 골탕 먹이고 암컷의 개체 수를 확대했다. 그렇게 허스트의 나비에서는 수컷을 죽이고, 리고의 쥐며느리에서는 수컷을 암컷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스타우트해머의 벌에서는 암컷에게 무성생식을 시킴으로써 수컷의 필요성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전략을 볼바키아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세 가지 전략을 모두 사용하는 세균은 볼바키아가 유일하다.


※ 출처: 에드 용,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기상천외한 공생의 세계로 떠나는 그랜드 투어』, 어크로스 (2017), pp. 125-127


그러나 그 전에 과학자들이 할 일이 있으니, 그것은 모기 중에서 암컷과 수컷을 감별하는 것이다. 코코넛 야자수가 즐비하고 하얗고 향기로운 티아레 꽃(폴리네시아의 무궁화과 식물)이 만발한 타히티 동쪽 해안에 있는 작고 깔끔한 실험실에서, 수석 테크니션 미셸 청 상(Michel Cheong Sang)은 두 개의 유리판 사이에 물을 부어(두 유리판은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 폴리네시아숲모기(Aedes polynesiensis)의 유충 수십 마리를 목욕시키고 있다. 그러면 덩치가 큰 암컷들은 중간쯤에 가라앉고, 덩치가 작은 수컷들은 좀 더 멀찌감치 가라앉아 유리판 뒤에서 꿈틀거리는 까만 띠를 형성한다. "저급기술이지만 우습게보지 마세요. 이래봬도 모기 유충의 암수를 99퍼센트 감별할 수 있다고요"라고 보상 박사는 말한다.


모든 모기 유충들은 특정 볼바키아 균주에게 감염되어 있는데, 이 세균들은 폴리네시아숲모기의 근연종(흰줄숲모기: Aedes reversi)에게서 채취한 것으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자생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수컷만 골라서 목표지역에 풀어놓아, 야생 암컷모기와 짝짓기 하도록 할 예정이다. 외래종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한 암컷은 '쭉정이 알'을 낳으므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야생 모기 개체군은 점점 더 감소하여 멸종하게 될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총 다섯 군데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소시에테 제도의 럭셔리한 호텔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참고】 볼바키아 접근법


볼바키아라는 세균을 이용하면 남태평양의 섬들을 10년 내에 '모기 없는 낙원'으로 만들 수 있다.

1. 배경지식: 세균불일치 이론에 따르면(양방향 CI), 상이한 볼바키아 균주에 감염된 모기들끼리 짝짓기를 하면, 암컷은 쭉정이알(생존 불가능한 알)을 낳는다. (타히티 토종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 빨간색 꼬리, 외래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 파란색 꼬리)
2. 모기 박멸 전략
① 실험실에서 수컷 모기를 외래 볼바키아에 감염시켜, 섬 전체에 풀어놓는다.
② 실험실에서 외래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가 (토종 볼바키아에 감염된) 야생 암컷과 짝짓기 한다.
③ 암컷은 쭉정이 알을 낳는다.
④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모기의 개체군이 감소한다. → 멸종



"현재로서 섬들을 모기에게서 구원하는 최선의 방법은 볼바키아를 사용하는 겁니다"라고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시즈용(奚志勇) 박사(곤충학)는 말한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하여 중국 광저우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유인도에서 A. albopictus를 거의 멸종시켰다고 한다. "나는 5년 후 이 기술이 대규모로 사용될 거라고 보며, 10년 내에 열대지방의 커다란 나라들을 모기에서 해방시킬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라고 시 박사는 덧붙였다. 다른 연구자들은 브라질과 미국에서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참고 1), 미국의 경우에는 세 개의 주에서 최근 3년 동안 야생 A. albopictus가 70퍼센트 감소했다고 한다.


볼바키아 접근법은 천연세균에 기반하고 있어서, GM 모기를 사용하는 방법보다 대중의 저항감이 덜 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상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유전체 기반 접근법(유전자 드라이브)도 개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 방법이 볼바키아 접근법보다 빠르고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보상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5년 타히티 근처의 테티아로아 환초(Tetiaroa atoll)에 있는 작은 섬에서 최초의 대규모 연구를 시작했다. 한때 영화배우 말론 브란도가 소유했던 이 환초는 타히티에서 비행기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다. 연구진이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그물을 놓을 때마다 암컷을 한 마리씩 발견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 초기인 작년에는 하루에 한 번씩 그물을 놓을 때마다 암컷을 한 마리씩 발견했는데 말이다.


테티아로아의 예비연구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프랑스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실시되었으며, 환초에서 영업하는 작은 리조트에서 물류업무를 지원받았다. 올해 보상 박사가 묵으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호텔들도 그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계는 없다. 그런데 정말로 모기를 멸종시킬 텐가?


연구진은 한 유인도 전체에서 모기를 박멸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들은 정확한 장소를 곧 발표할 예정이며,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2년 내에 방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은 유충 생산을 늘리기 위해 실험실을 확장해야 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만약 연구가 성공한다면, 남태평양 최초의 '모기 없는 섬'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보상 박사는 CI를 이용한 기술이 태평양 전체의 섬들에서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모든 대륙으로까지 확장될지도 모른다. "유일한 한계는 생산시설의 규모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과연 인간 마음대로 모기를 멸종시켜도 되는 걸까? 무슨 배짱으로? 이탈리아 피사 대학교의 조반니 베넬리 박사(곤충학)는 대륙에서 모기를 박멸한다는 생각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며, 어떤 경우에도 모든 모기들을 멸종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모기의 환경적 역할은 아직도 중요합니다"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어떤 수서동물들은 모기의 유충을 먹고 자라며, 성체 모기들은 포유류와 조류에게 질병을 옮김으로써 개체군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라고 그는 덧붙었다.


보상 박사도 모기가 번성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단, 인간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 참고문헌
1.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2429


※ 출처: Nature 548, 17–18 (03 August 2017) http://www.nature.com/news/bacteria-could-be-key-to-freeing-south-pacific-of-mosquitoes-1.22392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생명과학  양병찬 (2017-08-02 09:55)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5543&Page=1&PARA0=5

출처 : 산포로기행(Sanporo BIO Trekking)
글쓴이 : 산포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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