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지간의 마지막 띠인 돼지해를 맞아 '돼지섬'이라 불리는 경남 마산의 돝섬과 창원 성주동 성주사를 향한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마산의 관광명소 제1호로 손꼽히는 돝섬(마산시 월영동 625)은 마산 앞바다에 떠있는 돼지 모습을 띤 작은 섬으로 섬 한가운데 황금빛 돼지상이 하나 있고, 창원시 성주동 불모산(801m) 기슭에 있는 신라시대 고찰 성주사 들머리에는 돼지석상 둘이 있기 때문. 게다가 돝섬과 성주사는 각각 마산과 창원 시내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어 잠시 틈만 내면 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 마산항에서 뱃길로 10분 거리에 있는 돝섬은 예로부터 황금돼지에 얽힌 전설이 깃든 섬이다. 전설에 따르면 옛 가락국 임금이 몹시 아끼고 사랑하던 후궁이 사라져 그 후궁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찾아다녔다. 그런 어느날, 신하들이 골포(창원 마산의 옛이름)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에서 후궁이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환궁을 재촉했다. 그러자 후궁은 어느새 금돼지로 변해 두척산(무학산)으로 사라졌다.
이에 임금이 군사들을 데리고 두척산에 있는 그 금돼지를 포위하자 갑자기 금돼지가 한줄기 빛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골포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으로 사라졌다. 그와 함께 작은 섬은 돼지가 드러누운 모습으로 변하더니, 밤마다 섬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돼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때 그 주변(해운동, 월영대)에 머물고 있었던 최치원 선생이 제를 올리면서 기이한 현상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골포 앞바다에 떠있는 이 작은 섬을 돼지의 옛말인 '돝'자를 따서 '돝섬'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 지역에 가뭄이 들 때마다 돝섬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신기하게 비가 내렸다고 한다. 지금의 돝섬 한가운데 '황금돼지'상을 세워놓은 것도 바로 이러한 전설 때문. 이 황금돼지상은 지난 1982년 5월 1일, 이 섬이 해상공원으로 탈바꿈할 때 세워졌다. 창원 성주사역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성주사는 가야시대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비(妃) 허왕후가 일곱 아들을 입산시켜 승려가 되게 했다는 전설이 서린 고찰이다. 성주사는 신라 흥덕왕 때, 무염국사가 남해안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를 물리치자, 이를 기리기 위해 흥덕왕 10년, 서기 835년에 절을 세운 뒤 성인이 상주하는 곳이라 하여 '성주사'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성주사 들머리에 돼지석상 둘이 있는 것은 풍수지리설 때문이다. 안내자료에 따르면 성주사가 자리잡고 있는 불모산의 모습이 마치 큰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형상이어서 불도를 닦는 절터로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에 뱀의 천적인 돼지 형상을 절 들머리에 세워 뱀의 기운을 물리치게 했다. 하지만 이 돼지석상을 언제 누가 세웠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예로부터 성주사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주사 경내로 들어가기 전에 이 돼지 석상 앞에 서서 합장을 하고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이 돼지석상이 성주사를 향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의 나쁜 기운을 모두 물리쳐주듯이, 이 돼지석상 앞에서 자신의 소원을 빌면 돼지석상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찾아오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것은 물론 재물복까지 가져다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일(수), 성주사에 처음 다녀왔다는 창원 시민 민아무개씨(48, 바둑교실 운영)는 "새해 들어 소원을 빌기 위해 성주사에 갔다가 절 입구에 돼지석상 둘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돼지띠인 새해 들어 불전 바로 앞에서 돼지 두 마리까지 우연찮게 만났으니, 올해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운수대통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마산 부림시장에서 목로주점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63)는 "마산에는 돝섬이 있으니, 돼지띠인 올해는 백화점과 마트 때문에 밀려난 재래시장의 졸린 숨통이 술술 풀리지 않겠느나"라며, "그렇찮아도 빠른 시일 안에 가까운 시장 상인들과 함께 제물을 조금 준비해 돝섬에 있는 황금돼지상 앞에 가서 정성을 다해 제라도 올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돼지가 재물과 복을 가져다 주는 행운의 동물로 여겼다. 고사를 지낼 때에도 젯상 한가운데 웃는 모습의 돼지머리를 올려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돼지와 관련된 땅 이름도 참 많다. <한국땅이름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돼지와 관련된 땅 이름은 모두 200여 곳이 넘는다. 그중 충북 청주시 서문동의 '돼지골'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모두 82곳. 경기 강화군 하점면 삼거리의 '돼지바우'란 이름이 58곳, 경남 통영군 욕지면 두미리의 '도야지배미'가 11곳,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의 '돼지고개'가 10곳이나 된다.
이처럼 돼지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동물임에 틀림없다. 오죽했으면 꿈에 돼지가 보이면 재물이 굴러 들어온다는 뜻이니 복권을 사야 한다는 말까지 떠돌겠는가. 그래.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돼지상이 있거나 돼지 이름을 딴 곳에 가서 저마다의 간절한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황금돼지든, 은돼지든, 흑돼지든 가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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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행
글쓴이 : 비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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