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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확 바뀌었다. 지난 가을쯤 국정원 출범(1999년 1월) 이래 최대 규모의 체제 개편이 단행됐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올해 2월12일 취임한 지 반년여만이다. 원 원장은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은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원 원장은 “정말 어떤 것이 국가에 도움되는가의 관점에서 안보와 경제도 모아서, 현실에 맞는 국정원을 만들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 사실 이같은 기능별 체제개편은 현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추진됐으나 현 정부 초대원장을 맡았던 김성호 전 원장 시절에는 영·호남 인사문제와 맞물려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권마다 초기에 국정원 개혁을 시도했지만 이같은 대규모는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6·15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을 담당하는 3차장제가 신설됐다. 통일기반을 확충하고 지원한다는 명분에서였다.노무현 정부 초기 조직개편은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간첩’을 잡는 대공분야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식이었다. 테러가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부각되면서 2005년 4월 대테러정보종합센터가 신설됐다. 이번 개편은 이같은 실·국 단위 차원을 뛰어넘는다.
10년 가까이 유지됐던 ‘1차장=해외, 2차장=국내, 3차장=북한 담당’이라는 지역별 구분이 이번 체제 개편을 통해 없어졌다. 대신 정보, 보안, 과학이라는 ‘기능’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모든 차장실은 정보수집 업무가 주어졌지만 수집에 보다 특화된 역할은 3차장이 맡게 된다. 분석, 판단 기능은 정보담당인 1차장이 총괄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수만명의 인력과 첨단 장비를 통해 수집된 첩보, 정보의 상당수가 아무 의미없이 사라져 왔다는 점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1차장의 역할은 막강해졌다. 3차장이 맡았던 북한 관련 업무까지 떠맡았다. 3차장은 역할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첨단 장비 등 과학의 도움을 받아 대북이든, 해외든, 첨단 과학, 국제테러 등 모든 정보 수집기능을 우선 담당한다. 최근 남북회담 관련 지원업무에서 3차장이 손을 뗀 것도 이번 개편 때문이다. 2차장은 보안을 담당하면서 대간첩 활동과 각종 수사 관련 일을 맡아하고, 국내 각종 정치현안 등도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직개편은 내부적으로는 인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늘 인사문제는 국정원 개혁의 요체로 인식돼왔으나 조직 내부의 반발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선진 정보기관을 목표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맞물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상협·방승배기자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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