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아트]최후의 성벽 ‘소녀팬티’ 몰입 일본인에겐 ‘신성한 행위’?
[에로틱아트]최후의 성벽 ‘소녀팬티’ 몰입 일본인에겐 ‘신성한 행위’?
6명 사진가 ‘팬티샷’클럽결성
치맛속 촬영 유료사이트 업로드
팬티는 하나의 에로틱한 성물
성도착 아닌 ‘적나라한 사랑’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치마 밑을 염탐하는 일이 국민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화 ‘자살클럽(自殺サ-クル)’을 만든 유명한 감독인 소노 시온(園子溫)은 최근 이를 주제로 한 ‘러브 익스포저(Love Exposure)’를 제작했다. 종교와 관음증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2월 5일 금요일 생드니의 한 영화관에서 시사회를 통해 프랑스에 처음 소개됐다.
일본에서는 ‘팬티 사파리’를 지칭하기 위해 ‘토사추(屠殺)’란 용어를 사용한다. 소녀들을 밑에서부터, 주름진 치마의 벌어진 틈이나 종종걸음을 걸어가는 소녀들의 양다리 사이를 사진 찍는 성도착의 한 형태다. 따라서 ‘토사추’와 관련된 모든 기술은 그런 모습이 보여주는 에로티즘을 가장 잘 포착하는 데 집중된다. 예를 들어 뜨거운 열기 때문에 음부에 찰싹 달라붙은 주름진 팬티가 그것이다. 그때 천은 젖은 모습의 그림자와 주름을 만들어내거나, 포동포동한 두 개 엉덩이를 감싸거나, 농익어 터져버린 과일처럼 둥글고도 불룩한 음부의 굴곡을 감싸면서 무수한 연상 작용을 낳는다. 멋들어진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은 관음증 환자 무리에 합류하기도 하고, 서로 사진을 교환하기도 하며,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구멍이 뚫린 미니어처 카메라를 가방 속이나 신발 속에 숨겨 다닌다. 자신을 닌자에 비교하는 ‘토사추’ 신봉자는 여성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면서 ‘염탐하는’ 훈련을 한다. 소녀들의 순진무구함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다. 사진을 통해 소녀들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토사추’는 거의 종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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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클럽’의 제작자로 유명한 영화감독인 소노 시온은 최근 한 유쾌한 영화를 통해 이 이상한 종교를 취급하고 있다. 영화는 무술영화와 로맨틱 코미디를 섞어놓은 형태다. 지옥열차 속에서는 서스펜스, 사랑, 섹스, 개그가 4시간 동안 이어진다. 영화의 제목은 ‘러브 익스포저’(일본어로는 아이노무키다시라고 발음)’다. 프랑스어로 보다 아름답게 번역하자면 ‘적나라한 사랑’ 정도가 되겠다. ‘무키다시’는 ‘솔직함’ 혹은 ‘나신(裸身)’을 지칭하는 단어다. 일본 사람들이 팬티를 나신에 연결시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티는 시선으로부터 피부를 분리시키는 최후의 성벽이다. 쿠프랭(Couperin)이 작곡한 섬세한 클라브생 연주곡 제목을 차용하자면, ‘신비스러운 장벽’ 정도라고나 할까.
영화 ‘러브 익스포저’는 거의 비의적인 탐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인 추노다 유는 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다. 종교적인 위기를 겪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그는 진짜 성도착자, ‘토사추의 대가’가 된 후 공공장소에서 소녀들 치마 속을 사진 찍기 위해 기상천외의 기술을 발명해낸다. 하지만 어느날 성모마리아에 비견될 정도의 이상적인 여성을 만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하지만 소녀는 사내아이들의 머리를 심하게 때리는 폭력적인 문제아다. 아버지에 의해 강간당할 뻔했던 충격 때문이다. 남자들을 증오하는 이 소녀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고심하다가 추노다 유는 여장(女裝)을 하기로 결심한다. 니카추 사가 제작한 영화들에 등장하는 멋들어진 여성 암살범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과 거짓으로 동성애를 나눈다. 자유분방한 핑크 영화의 전통을 따르면서 소노 시온은 종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중심에 ‘팬티 사냥’을 위치시키고 있다. 왜 일부 사람들은 팬티를 에로틱한 성물(聖物)로 간주할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우리 모두가 일탈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시온 소노는 아마도 실제 일어난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어 영화 제작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6명의 사진가가 ‘토사추카이’란 서클을 만들었다. ‘몰카사진협회’란 뜻이다. ‘팬티 샷’을 찍어내기 위해 6명의 남자는 ‘채트앤스냅(chat and snap)’이란 전략을 짰다. ‘카베야쿠’라 불리는 한 남성이 대상자를 에워싸기 위해 먼저 파견된다. 그가 대상 여성의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는 동안 ‘우추리코’라 불리는 공범이 젊은 여성의 치마 밑으로 카메라를 밀어 넣고서 위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자존심을 다투면서 남성들은 차례로 번갈아가며 역할을 수행하고 인터넷 유로 사이트에 사진들을 올린다.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은 최고의 몰카 사진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고, 상을 받은 이는 사이트의 비밀장소를 방문할 수 있다. 비밀장소에는 가장 음란한 이미지가 올라가 있다. 그들의 유희는 몰카에 찍힌 여성이 사진 속 자신을 직접 알아보고서 고소할 때까지 몇개월간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겁한 경찰은 희생자 수가 수백명에 달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토사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초상권 보호에 관한 법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고소를 당한 사람은 공공질서 훼손, 불법기기 사용 등의 명목으로 감옥행 언도를 받았지만, 그것도 집행유예가 대부분이었다.
1년 후 일본 정부는 팬티 속을 몰카로 찍는 행위를 처벌키로 결정한다. 관음증을 자극하는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이 불법으로 간주된 것이다. 2006년 여름 이후 치마 속을 불법으로 촬영한(candid upskirts) 비디오테이프는 판매가 금지되면서 이미 철 지난 소장품으로 전락해버렸다. 또 다른 법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강한 신호음이 나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관음증을 가진 사람들의 잔꾀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매달 각 신문은 새로운 관음증 행위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경찰, 교사, 그리고 때로는 정치인이 거기에 연루되기도 한다. 비록 가정에서는 좋은 아버지일지라도 그들 모두는 작은 팬티의 순결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몰카 이미지처럼 하찮은 그 무엇 때문에 감옥에 가는 모험을 치른다는 것이 정신 나간 행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토사추’는 단순한 성도착이 전혀 아니다. 이 나라의 신성한 기원으로 되돌아가는 하나의 형태인 것이다.
번역=이상빈 (문학박사·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