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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 오겡끼데스까?’…청주는 일본 술?

_______! 2008. 2. 7. 12:44

‘조상님! 오겡끼데스까?’…청주는 일본 술?

머니투데이|기사입력 2008-02-07 09:50 기사원문보기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오늘 아침 설 차례에 대부분 쓰였을 ‘청주’는 우리 술일까. 일본 술일까. 청주를 일본 술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틀린 생각이다. 청주는 일본 술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술이다.

청주가 일본 술로 인식된 것은 일제 강점기에 수탈 목적으로 조선총독부에서 공포한 주세령의 영향이다.

일본은 1909년부터 1934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5차례에 걸쳐 공장이 아니면 술을 만들 수 없도록 하고 주종을 획일화해 우리나라 전통 술 양조 문화가 단절되는 결과를 낳게 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청주도 값싼 주정을 넣어 일본식으로 만든 게 대부분이다. 이미 일본 청주의 맛에 길들여져 온 셈이다. 이 때문에 흔히 ‘정종’이라 불리는 청주로 차례를 지내는 것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복을 차려입고 갓을 쓰고 ‘오겡끼데스까?’라는 말로 조상님께 인사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에서다.

청주를 ‘정종’(正宗)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제시대에 들어온 청주 상표 중 하나가 일반 이름으로 굳어져 생긴 잘못된 표현이다. 정종(正宗)은 일본어로는 ‘마사무네’(まさむね)라고 읽으며 술 만드는 장인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결국 정종이라는 말 자체가 일제의 잔재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청주는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진 한국의 술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고사기(古史記)’에는 백제의 인번(仁番)이 응신천황(應神天皇, 270-312년) 때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방법으로 미주(米酒)를 빚었으므로 그를 주신(酒神)으로 모셨다고 전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주는 청주의 전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려시대 ‘동국이상국집’의 시(詩)에서는 “발효된 술덧을 압착해 맑은 청주를 얻는데 겨우 4~5병을 얻을 뿐이다”라고 했다. ‘고려도경’에서도 “왕이 마시는 술은 양온서에서 다스리는데 청주와 법주의 두 가지가 있으며 질항아리에 넣어 명주로 봉해서 저장해 둔다”라고 했다.

일본식 청주와 우리나라 전통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정(酒精)의 사용 유무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제례에 올려지는 청주는 주정을 섞어 만든다. 주정이란 무수알코올이라 불리며 물을 함유하지 않은 98%이상의 에탄올이나 에틸알코올을 말한다. 현재 희석식 소주에 많은 양이 쓰이며 방향(芳香)과 쓴맛이 있다.

이런 주정을 섞는 방법은 전통 우리 술을 빚는 방법에는 쓰이지 않는다. 국순당은 곡물원료를 순수하게 발효시켜 맑은 술로 차례나 제사를 지내왔던 전통 제주를 계승하기 위해 전통누룩과 ‘생쌀발효법’을 이용해 제례(祭禮)전용주인 ‘국순당 차례주’를 최근 내놨다.

주정을 전혀 섞지 않고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빚어 만든 100% 순수 발효주이다. 주정을 섞지 않아 쓴맛이 없어 차례후 음복례하기에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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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삼기자 arg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