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녹이는 해동화(解冬火)놀이를 아시나요?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광지원리(光池院里)는 조선조 여주의 영릉에 왕래하던 임금이 쉬시는 역원(驛院)이 있던 곳이다. 원이란 역(驛)과 함께 과거에는 중요한 교통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역은 파발마를 보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원은 여행자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는 곳을 말한다. 광지원의 옆에는 연못이 있었는데, 그곳에 햇살이 비치면 빛을 발했다고 해서 이 마을을 <광지원>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광지원에는 정월 열나흩날이 되면 해동화(解冬火)놀이가 전해진다. 달집태우기의 일종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1920년대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의 문화말살정책이 펼쳐지고, 모든 놀이를 금지시켰을 때에도 광지원의 해동화놀이는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그러한 해동화 놀이에 대해 상당한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해동화, 혹은 해동홰라고 불리는 달집태우기는 그 규모가 엄청나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다. 광주군지 민속편 집필을 맡아하면서 광지원리의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해동화놀이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다. 그때 느낀 것이지만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그치지 않고, 400여 년 동안이나 전통놀이를 계속해 왔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들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
해동화(解冬火), 말 그대로 겨울을 녹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겨울을 정월 대보름에 녹여야 할까? 절기별로 정월 대보름이 되면 농촌에서는 봄일 준비를 하는 시절이다. 일 년간의 농사를 위해서 겨울동안 묵혀두었던 농기구를 손질해야 한다. 그런가하면 겨울동안 작업을 하지 않아서 몸도 원활치가 않다. 이런 것들을 모두 준비를 하는 것들이 모두 정월 대보름의 놀이다. 줄다리기를 하면서 겨울동안 찌뿌듯했던 몸을 추스르고, 지신밟기나 다리밟기를 하면서 힘을 키웠다.
우리의 전통민속은 단순히 그 내면이 갖고 있는 사고에만 그치지를 않는다. 그 놀이마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줄다리기의 경우에도 먼저 마을마다 작은 줄로, 줄다리기를 한 다음, 그 줄들을 합쳐 보름 전에는 대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큰 줄은 그 길이가 50m,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원줄기에 곁줄기를 매달아 마치 지네발처럼 만든 다음, 인근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물론 이기는 편은 풍년이 든다고 하는 내적 사고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줄을 당기면서 힘을 키우게 되고, 이웃마을의 사람들과 서로 몸을 맞대고 함께 힘을 쓰면서 공동체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깡통에 불을 지펴 빙빙 돌리면서 하는 쥐불놀이나, 논두렁 밭두렁에 놓는 쥐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놀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쥐불놀이를 하면서 태운 논두렁이나 밭두렁의 마른 풀들은 자연히 퇴비가 된다. 그리고 겨우내 풀밭에 숨어있던 들쥐나 많은 해충들을 불로 태워버리는 지혜가 담겨있는 것이다.
오늘 정월 대보름. 전국에서 많은 놀이가 행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이 바로 달집태우기다.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가 달집에 불을 놓고, 마음속에 염원할 것을 빈다. 불은 모든 재액을 태우는 힘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일 년간 재액을 막고,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 바로 보름날의 놀이들이다. 단순히 가서 즐기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내재된 사고와 뜻을 알면 더 즐거운 보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내용을 알려준다면, 우리 전통 놀이에 대해 조금은 더 흥미로움을 갖지 않을까 해서다.(사진은 2000년 속초 달맞이 행사)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스포츠칸〉[엽기인물 한국사]30.애국자를 찾아서…① (0) | 2008.02.21 |
---|---|
[스크랩] 썩어가는 석호 되살리면 한국의 ‘베네치아’ (0) | 2008.02.21 |
소다회 공장의 수상한 바다 (0) | 2008.02.21 |
일본의 한국에의 ODA (65년 ~ 98년) (0) | 2008.02.19 |
[스크랩] 세상을 바꾼 오덕, 니콜라 테슬러 (0) | 2008.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