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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은 있어도 비빔밥은 없다 (64)

_______! 2008. 9. 25. 17:18

볶음밥은 있어도 비빔밥은 없다 (64)
[하성봉의 중국이야기] 중국 음식문화 특징과 한국 음식문화와 차이점
2004년 05월 07일 (금) 16:04:55 하성봉 한겨레 기자 ( sbha@hani.co.kr)

“한국 사람은 손재주가 좋다. 이는 한국사람들이 쇠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쇠 젓가락으로 작은 콩을 집을 수 있는 사람은 한국인 밖에 없다.”

황우석 교수가 세계 최초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의 성공담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실제 중국인들은 젓가락 사용 빈도가 많다. 그러나 보통은 굵고 약간 긴 나무 젓가락이다. 젓가락을 다루는 순발력과 숙련도에서 가는 쇠 젓가락을 따라 갈 수 없다. 중국인들은 식사를 할 때 한국 사람들보다 오히려 젓가락 사용률이 높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음식이 젓가락을 통해 입으로 들어간다. 중국은 밥을 먹을 때도 젓가락을 사용한다. 홍콩 영화에서 잘 생긴 류더화(劉德華)가 작은 공기를 입에 대고 젓가락으로 음식물을 입 속에 털어 넣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인들에게는 스타일을 구긴 모습이지만 중국인들에겐 친숙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 밥 먹을때도 젓가락 사용 숟가락 거의 사용 안해

   
▲ 한국 숟가락은 납작한 것이 마치 삽날을 축소해둔 것처럼 생겼다. 이는 삽날이 건축공사때 시멘트 콘크리트를 비빌 때와 마찬가지로 숟가락이 비빔밥을 비빌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중국 숟가락은 짜리몽땅해 기능이 ‘퇴화’했다. 중국 젓가락은 일회용이나 나무 젓가락을 씻어서 사용하는 데 한국의 쇠 젓가락보다 가볍고 굵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음식 천국’인 중국의 음식 종류와 음식 먹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볶음 요리가 많다. 모두 젓가락으로 집을 경우 잡힌다. 숟가락은 국물이 있는 찌개나 탕을 먹을 때 사용한다. 그러나 중국 음식은 찌개로 볼 만한 국물 있는 음식이 한국만큼 많지 않다. 탕도 국내처럼 어엿한 주식이 아니라 작은 그릇에 담아 마시는 보조음식일 뿐이다. 따라서 숟가락은 뒷전에 밀리게 된다. 숟가락도 손잡이가 짜리 몽당하다. 국내 군대 숟가락 보다 손잡이가 더 짧다. 이는 탕 국물을 흘리지 않고 정확히 입안으로 ‘조준’하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재질도 철제가 아닌 사기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차이는 한국 음식과 비교하면 훨씬 잘 나타난다. 한국은 식사 때마다 찌개와 국이 반드시 오르는 편이다. 찌개와 국의 건데기는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지만 국물을 떠먹는데 젓가락을 사용할 수 없다. 자연히 숟가락의 용도가 많다. 특히 한국 음식에 ‘비빔밥’을 비빌때 반드시 숟가락이 필요하다. 또한 잘 비비기 위해서는 숟가락의 손잡이가 길 필요가 있다. 손잡이가 길기 위해서는 철제 숟가락이 편리하다. 한국 사람들은 밥을 비비기도 하지만 국과 물에 말아 먹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비비거나 말아먹는 방식은 없거나 적은 편이다. 실제 중국 음식에는 볶은밥은 있어도 비빔밥은 없다. 한국 음식 중 가장 독특한 음식은 비빔밥으로 꼽힌다. 중국인들이 한국식 비빔밥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빔밥 ‘천한음식’이란 편견있어…사스 이후 ‘한국 김치’ 인기끌어

중국 사람들은 비빔밥을 ‘반판’(拌飯)이라고 한다. 우리는 식탁에 무침 나물이 많이 오르면 넙적한 큰 그릇에 밥과 이것저것을 넣고 비벼 새로운 ‘요리’를 한다. 각자가 식탁에서 취향에 맞게 ‘비빔밥 요리사’가 되는 것이다. 중국은 우선 비빔밥에 대해 ‘천한 음식’이란 편견이 있다. 이것 저것 비벼먹는 것은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먹는 방식으로 일반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주식의 하나인 밥이 제일 마지막에 오른다. 주식은 미리 주문할 수도 있으나 보통 주문 요리를 다 비울쯤 해서 밥 혹은 면(麵)이 오르게 된다. 처음부터 밥과 일체의 요리가 밥상에 오른 뒤 ‘식사 시작’을 하는 한국식에 비해 밥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중국식은 ‘비빔밥 문화’의 발달에 근원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 중국인들은 김치를 먹을때 일반 요리를 먹는 동일한 방식으로 먹은뒤 ‘너무 짜고 맵다’는 평을 내놓는다. 중국인들에게 “김치는 밥과 함께 먹는다”며 먹는 방법을 친절히 일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에 있을 때 김치가 사스 이후 ‘한류 음식’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김치를 베이징 시내 까르푸 등에 배급하는 농수산물유통공사 베이징농업무역관(정운용 관장)은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김치 먹는 법’이란 전단을 함께 돌렸다. 중국 사람들이 김치가 몸에 좋다며 사가긴 하는데 먹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인들은 김치를 먹을 때 일반 요리처럼 따로 먹고 난 뒤 ‘너무 짜고 맵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중국 사람들에게 “김치는 밥과 함께 먹는다”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또 베이징 텔레비전을 통해 김치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찌개, 국 등으로 얼마든지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 김도 밥을 싸서 먹는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양국은 가깝고 식생활이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셈이다.

4명이상 모이면 ‘돌림판’ 사용 식사…‘한솥밥 문화’는 우리와 동질감

   
▲ 중국인들은 한국처럼 ‘한솥밥’문화로 사람들이 많을 경우 큰 원탁 한가운데 회전판을 놓고 올려진 요리를 ‘돌려 가며’ 먹고 싶은 음식을 당겨 먹는다.
중국인들은 4명 이상이 모이면 원탁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다. 때로는 한 원탁에 10명 가까이 될 때도 있다. 이 경우 가운데는 항상 유리 혹은 투명한 두터운 플라스틱으로 된 ‘돌림판’이 놓인다. 식탁의 반대편에 놓인 멀리 있는 음식을 ‘돌림판’을 이용해 자기 앞으로 끌어 놓는 것이다. 복무원이 주문한 음식을 날라 오면 초청한 쪽이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먹어 보라고 권한다. 이때 ‘돌림판’이 돌아가며 한사람씩 차례 차례로 ‘요리 낚기’에 나선다. 타이밍을 놓쳐 먹고 싶은 음식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처음엔 상당한 집중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다른 사람과 ‘충돌 사고’가 나기도 한다. 저쪽이 음식을 집고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돌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보통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가며 먹고 싶은 음식을 당겨 먹는 것이 보통이다. ‘충돌 사고’가 날 경우 중국인들은 ‘두이부치’(對不起)라며 가벼운 미안함을 표시한다. 베이징에서 한국 주재원의 집을 방문했을 때 돌림판이 편리하다며 사놓고 집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중국은 주식으로 면을 주문하더라도 큼직한 한 대접이 식탁에 오르고 각자가 덜어 먹는다. 국수가 작은 그릇에 각각 나눠 나오지는 않는다. 이런 ‘한솥밥’ 방식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문화에서 비롯됐다. 이는 일본의 ‘따로 밥상’문화와 차이가 난다. 일본은 식당에서 같은 일행이더라도 각자에게 밥상이 따로 주어진다. 중국인들은 식사가 있을 경우 반드시 술을 주문한다. 식당에서는 술잔이 비면 대기중인 여성 복무원들이 항상 술잔을 채운다. 중국에서는 술자리의 가장 높은 사람이 전체 참석자에게 술을 권할 때 술잔의 밑바닥으로 탁자를 두 세 차례 가볍게 두들기면 다른 사람도 함께 두드리는 ‘건배’가 유행하고 있다.

포만감 느낄때까지 식사 습관 있어…엄청난 음식쓰레기에 중국 정부 골치

   
▲ 중국의 접시는 여러사람이 함께 나눠 먹기 좋도록 대체로 크고 깊이도 깊다. ‘사오쯔’ (勺子)라 불리는 국자도 사기로 만든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청나라 때 건륭(乾隆) 황제가 회식자리에서 하급자에게 일일이 술을 권하지 못하자 왼손을 가볍게 주먹을 쥔 뒤 굽혀진 집게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 마디로 탁자를 두 세 번 두드린 것이 기원이라는 속설이 있다. 반대편의 사람과 술을 한잔 함께 마시고자 할 경우 서로 눈을 맞춘 뒤 잔 밑을 탁자에 함께 가볍게 두드린 뒤 마시는 ‘리모컨 주법’도 유행하고 있다.

중국에는 아직까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야 한다’는 관념이 있다. 중국인들은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는다. 이는 보통 중국 남성들의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와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인들의 식사량은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보다 많은 편에 속한다. 식당에서도 가정에서도 초청한쪽은 음식이 모자라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중국에서는 음식을 먹어도 먹어도 일어설 때 음식이 항상 남아있다. 복무원에게 요구할 경우 포장 용기에 싸준다. 그러나 대부분 음식쓰레기가 된다. 현재 중국의 음식 쓰레기 처리는 88올림픽 이전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식당과 가정마다 엄청난 음식쓰레기가 쏟아진다. 또한 식당에서 일회용 젓가락이 일반화돼 환경 파괴와 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최초입력 : 2004-05-07 16:04:55   최종수정 : 2004-05-07 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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