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개막작 입장권은 '빽' 없으면 못 구한다는데…
1분30초.
오늘(2일) 개막하는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작의 입장권이 예매 시작과 함께 동이 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컵라면 하나 끓이는 시간보다 짧은 역대 최단 기록이랍니다. 정·재계에서는 입장권 확보 여부가 영향력과 '끗발'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까지 하는군요. '빽 없는' 시민들은 일반상영작 표라도 구해보려 매표소 앞에서 꼬박 밤을 새웁니다. 이 가을, 또다시 부산에는 '영화의 바다'가 열렸고 전국에서 몰려든 영화팬들은 부산의 바다와 영화의 매력에 흠뻑 취해 갑니다.
'영화의 바다'는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가을을 구가하고 있지만 '영화의 실개천'은 흉한 바닥을 내보인 채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한길 건너 동네 골목마다 성업하던 비디오 대여점 얘기입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동네 비디오 대여점은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안방 영상문화를 선도했던 '문화사랑방'이었습니다. 영화가 좋아 가게를 차린 마니아들에게는 개인 '영화 박물관'이자 '영화 도서관'이었습니다. 지금 잘나가는 몇몇 배우들과 영화감독들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알바'를 하며 '할리우드 키드'의 꿈을 꾸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 되면 찜해 놨던 비디오를 빌려 보기 위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대여점으로 향했습니다. 1분30초까지는 아니지만 최신프로가 출시되는 날에는 10개 이상 들여놔도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단골들은 테이프를 따로 빼놓으라고 특별 청탁을 하기도 하고 몇몇 열혈 비디오광들은 테이프가 돌아올 때까지 아예 매장에 죽치고 앉아버립니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 에로 비디오 한 편을 잽싸게 집어 들고는 나쁜 짓이라도 저지르는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돈을 내밀던 목마른 청춘들도 많았죠.
그리 오랜 기억도 아니지만 머지않아 시대물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이 10년 만에 10분의 1 토막이 났답니다. VOD, DMB, IPTV 등 최신 기술 앞에서 구닥다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별 죄의식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하는 '다운족'들에게 수차례 다운을 당하고 이젠 그로기 상태에 빠졌습니다. 극장은 멀고 PC는 가깝습니다. 비디오·DVD는 귀찮고 온라인에는 '공짜의 바다'가 열려 있습니다.
가을바람에 힘없이 몸을 떨구고 마는 낙엽처럼 비디오 대여점의 가을 풍경은 스산하기만 합니다.
비디오 대여점 업주들은 말합니다. '잃어버린 10년'을 테이프 리와인더에 집어넣고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까요? 글=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ilbo.com
사진=문진우 프리랜서 moon-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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