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자료

[경제] 휴대폰 너 때문에…눈물 쏟는 사양 업종들

_______! 2008. 12. 2. 17:30
위클리조선

[경제] 휴대폰 너 때문에…눈물 쏟는 사양 업종들

기사입력 2008-12-02 09:46 |최종수정2008-12-02 14:34 기사원문보기
MP3·전자수첩·시계… ‘만능’ 휴대폰에 밀려 생존 고민

휴대폰 소액결제 1조7000억원… 신용카드에도 여파


‘1인 1휴대폰 시대’를 맞아 휴대폰으로 인한 사양 업종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휴대폰 사용 인구는 4473만명, 보급률은 92.2%에 달한다. 휴대폰이 남녀노소가 다 갖고 다니는 필수품이 되면서 휴대폰의 위력에 밀려 생존력을 잃고 시들어버리는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전자수첩·사전-수요 감소로 생산 중단

종이수첩·사전-휴대폰과의 제휴 모색


영어수업이 한창인 한 대학 강의실. 몇몇 학생이 버젓이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교수들은 아무렇지 않은 눈치다. 학생들이 보는 것은 휴대폰 안에 수록된 영한사전. 대학생 문보름(22·성신여대 3년)씨는 “깜박 잊고 전자사전을 갖고 오지 않은 날이면 휴대폰부터 꺼낸다”며 “즉석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휴대폰에 있는 전자사전 기능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단어의 정확한 발음까지 들려주는 휴대폰이 등장한 마당에 굳이 전자사전을 꼭 챙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던 전자수첩도 휴대폰에 밀려나고 있다. 전화번호부, 일정관리, 메모, 계산기 등 전자수첩이 담당하던 기능을 휴대폰이 흡수하면서 이제는 전자수첩을 판매하는 곳조차 찾기 힘들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홍성택(33)씨는 “전자수첩은 휴대폰에 밀려 몇 년 전부터 아예 신제품도 나오지 않는다”며 “현재는 남아있는 물품만 처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판매상뿐 아니라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10년 전까지 전자수첩을 취급하던 샤프전자 홍보팀의 김국현(39) 과장은 “IMF 사태로 전자수첩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을 중단한 이후 전자수첩의 빈자리를 휴대폰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시계에 밀려 패션기능을 강화한 손목시계. / photo 조선일보 DB

종이수첩과 종이사전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전자수첩의 등장에 이어 두 번째 맞이하는 위기다. 다이어리와 전화번호부·수첩 등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양지사(社)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와 품질 향상으로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와 경쟁하려 하지만 4~5년 전부터 매출액은 정체 상태에 있다”고 털어 놓았다. 시사영어사의 박정의(67) 편집위원장은 “학습효과는 종이사전이 제일이겠지만 길거리에서 갑자기 모르는 단어를 찾거나 급할 때 사용하기에는 휴대폰의 전자사전 기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시사영어사전은 삼성 애니콜 휴대폰에 내장된 사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알람시계-휴대폰 알람 기능으로 완전 몰락

손목시계-패션으로 승부… 액세서리로 재탄생


알람시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누르는 것은 알람시계 버튼이 아닌 휴대폰 ‘종료’ 버튼이다. 특히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여행객의 가방에서도 알람시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6월 여름방학을 맞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이혜민(22·이화여대 3년)씨는 “로밍 휴대폰을 쓰면 한국에서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알람도 제 시간에 울려 국경이 바뀔 때마다 시간을 바꿔야 하는 알람시계보다 훨씬 편리하다”며 “한 번에 하나의 시간밖에 지정할 수 없는 알람시계와 달리 휴대폰은 여러 시간을 동시에 지정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을 들추기보다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이 같은 흐름 때문에 유명 시계 제조사에서도 시계 고유의 시간 알림 기능보다는 액세서리로서의 패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캘빈클라인, 오메가, 스와치 등의 유명 브랜드 시계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스와치그룹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시간을 보는 장치의 주류가 시계에서 휴대폰으로 넘어갔다”며 “최근에는 디자인을 강조한 팔찌형 시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요즘은 액세서리 개념으로 시계를 고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심지어 건전지가 떨어진 시계를 팔찌 대용으로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김대붕(52) 전무도 “부모님 세대에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구매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며 “시계도 패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계 스타일도 유행에 따라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바일 음원시장 2200억… 일반 음반시장 추월

MP3 플레이어-기능 추가 등 대책 마련 부심


휴대폰으로 인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대표적 상품은 MP3 플레이어. 전용 MP3 플레이어를 사용하기보다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박지훈(27)씨는 “MP3 플레이어가 따로 있지만 휴대폰과 MP3플레이어를 둘 다 가지고 다니는 것이 귀찮아 그냥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며 “외장형 메모리칩을 구입하면 전용 MP3 플레이어 못지않게 곡을 많이 담을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또 “요즘 대부분 휴대폰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문자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이동통신 3사에서도 MP3 플레이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휴대폰 제조사와 협력해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생산함은 물론 최신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포털사이트도 만들었다. SK텔레콤 ‘멜론’, KTF ‘도시락’, LG텔레콤 ‘뮤직온’이 현재 자사 고객의 휴대폰에 최신곡을 비롯한 각종 음원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에서 발표한 휴대폰 관련 모바일 음원시장 규모는 2200억원가량. 일반 음반판매 650억원과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음원시장 1500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의 김재환 팀장은 “특정 매니아 계층은 PMP나 MP3 플레이어를 계속 이용하겠지만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 인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휴대폰으로 은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photo 조선일보 DB

때문에 MP3 플레이어 업계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제조하는 레인콤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과 같이 휴대폰 기능이 있는 MP3 플레이어를 개발 중에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MP3 플레이어만이 아닌 전자사전, PMP, 내비게이션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차표-종이티켓 사라지고 모바일로 대체

영화표-휴대폰 구매하고 문자로 티켓 받고


종이티켓도 휴대폰에 밀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열차표. 휴대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종이 열차표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두꺼운 마분지 열차표에서 뒷면에 마그네틱선을 집어넣어서 전산처리가 가능한 열차표로 진화했지만 기본적으로 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휴대폰의 등장으로 종이표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예컨대 코레일네트웍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열차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열차표를 구매한 뒤 문자메시지로 표를 전달받는 것이다. 현재 SMS 티켓을 통한 열차표 발권은 전체 열차표 발권 매수의 8% 남짓. 코레일네트웍스 김동한 팀장은 “SMS 티켓의 편리성 때문에 종이열차표를 사용하는 사람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휴대폰으로 열차표를 구매하는 사람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화표도 마찬가지. CJ CGV, 롯데시네마와 같은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이미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영화표를 내려받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영화와 시간, 좌석 등을 선택한 뒤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받는 것. 관람객은 영화표를 사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좋고 영화관 입장에서는 종이표 발행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다. CJ CGV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SMS 티켓을 이용해서 영화표를 구매하는 사람은 아직 1% 미만이지만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SMS 티켓을 운영하고 있다” 고 말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매년 10% 이상 성장

신용카드-크기 줄이고 결제 간편하게


신용카드도 휴대폰의 ‘만능화’에 위기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는 현금과 함께 대표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신용카드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고 1만원 미만의 소액결제에 사용된 거래 건수 중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19.6%에 달한다.

휴대폰에 밀려 폐기되는 공중전화.

하지만 지갑 속에 자리잡고 있는 신용카드도 휴대폰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았다.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의 급속한 성장 때문이다. 매년 성장률이 10%를 상회하는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규모는 올해 1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청구대금이 익월 휴대폰 요금에 합산되어 나오기 때문에 10,000원 미만의 소액결제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미소지자도 휴대폰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어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다날의 박성찬 대표는 “휴대폰 결제는 활용 범위가 넓고 이동통신의 빠른 보급 속도와 높은 이용률로 인해 만국 공통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업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신용카드를 더 작게 만들어 휴대성을 강화하거나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카드 미니는 신용카드의 크기를 기존카드의 절반 정도인 57%로 줄였고 마스터카드는 ‘긁을’ 필요가 없는 비접촉식 카드를 선보여 신용카드의 편의성을 강화했다. 마스터카드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비접촉식 카드의 발급 개수는 200만장가량”이라며 “아직까지는 접촉식 카드에 못 미치지만 비접촉 단말기 등이 확산되면 소액결제 시장에서는 휴대폰 못지않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 전화-휴대폰과의 통합으로 살길 모색

공중전화-2000년 이후 매출 4000억 감소


집 전화도 휴대폰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03년 교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정아(27)씨는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지금까지 집전화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이사가 잦은 편인데 이사할 때마다 전화를 설치하는 것이 너무 번거로웠다”며 “휴대폰으로도 모든 연락이 다 되고 남편과 맞벌이를 하느라 집이 하루 종일 비어있어 집전화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적어도 20만원이나 하는 집전화 설치비는 아낄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물론 집전화도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집전화 1위 사업자인 KT는 집전화로도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화기를 개발했다. 또 KT 집전화와 인터넷 서비스인 ‘메가패스’, 휴대폰 자회사인 KTF의 요금을 결합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국내 2위 집전화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통신)도 계열회사인 국내 1위 휴대폰 사업자 SK텔레콤과 손잡고 집전화, 휴대폰, 인터넷을 하나로 묶어서 판매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국내 1, 2위 사업자 모두 휴대폰과 집전화의 합병을 통해 살길 마련에 나선 것이다.

공중전화도 집전화와 마찬가지 신세다. 휴대폰 사용과 함께 공중전화 사용인구가 줄어들자 요즘은 공중전화부스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지난 2005년 한국에 왔다는 인도인 방카지카 빌라(29)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공중전화를 사용하려 했지만 찾기도 힘들고 이용하기도 어려웠다”며 “결국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휴대폰을 개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에 56만대로 정점을 찍은 전국의 공중전화는 올해 9월 16만6571대까지 줄어들었다. KT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이 활발하게 보급된 2000년대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공중전화 부문에서 40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김소연 인턴기자·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3년

'특수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prostitution  (0) 2017.03.18
ainu  (0) 2017.03.16
evacuation in worst-case scenario  (0) 2015.10.23
투하  (0) 2010.04.11
[비디오 대여점의 쓸쓸한 황혼] 세월은 '되감기' 안되나요?   (0) 2008.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