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자료

조개 공동묘지?

_______! 2008. 11. 6. 16:23
중앙일보

조개 공동묘지?

기사입력 2008-11-06 01:36 |최종수정2008-11-06 14:00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이해석] 지난달 31일 오전 9시쯤 전남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 당두마을.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벌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었다.

이장 박완진(54)씨가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갯벌 안쪽으로 들어갔다. 10분가량 달려 육지로부터 3.5㎞ 안 지점에 이르자 '조개 무덤'이 나타났다. 장애물 하나 없이 평평하게 사방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 한가운데 느닷없이 조개 껍데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동행한 인경호(40) 염산면사무소 총무계장은 “저도 처음엔 두 눈이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나지막하게 봉우리를 이룬 곳은 갯벌 바닥에서부터 높이가 2m 이상이었다. 그리고 옆으로 500m가량 이어진 부분은 0.5~1m의 높이였다. 갯벌 표면 아래로 자연 침하된 층까지 합할 경우 훨씬 더 높아진다.

봉우리에 올라가 살펴 보니, 오랜 세월이 지나 대부분 하얗게 탈색된 조개 껍데기들이 무수히 쌓여 있었다. 아기 주먹만 한 백합 껍데기가 가장 많았다. 동죽·바지락·고막·굴·소라·고둥 껍질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손으로 20~30㎝만 헤집어도 조개 껍데기들이 부스러진 조각이나 더 부스러져 왕모래처럼 변한 것들이 나왔다.

마을 사람들은 조개 껍데기들을 일부러 퍼내기도 해봤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쌓여 전과 같아진다고 전했다.

인경호 총무계장은 “조개 무덤은 '나각(螺殼·조개 껍데기라는 뜻)'이라는 이름으로 영광팔괴(靈光八怪·영광에 있는 여덟 가지 신기한 것) 중 하나로 기록돼 있을 뿐 형성 과정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 폐사한 조개들이 조류에 떠밀려와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드넓은 갯벌과 함께 생태관광자원으로 가치가 커 연구해 보고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