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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테크놀로지] 지금보다 1000배 큰 다이아몬드 나온다

_______! 2008. 11. 21. 12:10
조선일보

[뉴 테크놀로지] 지금보다 1000배 큰 다이아몬드 나온다

기사입력 2008-11-20 04:05 기사원문보기
 
美 카네기연구소 헴리 박사 연구진 발표

전자레인지에서 쓰는 극초단파로 불순물 제거

다이아몬드 결정 크기 원하는 대로 조절 가능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에서 이수일은 변심한 심순애에게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 좋더냐"라고 절규한다. 하지만 이제 이수일도 애인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줄 수 있게 됐다. 그것도 김중배가 준 것보다 1000배나 큰 것으로 말이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크기 제한 없이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국내에서도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열에 더 강한 합성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졌다.

전자레인지로 다이아몬드 불순물 제거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러셀 헴리(Hemley)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 합성 다이아몬드의 흠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이론상 합성 다이아몬드의 크기를 지금보다 1000배 이상 크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탄소 기체에 대기압보다 5만 배 이상 강한 압력과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을 가해 다이아몬드 결정을 합성했다. 하지만 탄소 기체가 다른 물질을 흡수해 이때 만들어진 합성 다이아몬드는 황갈색을 띠게 된다. 불순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고압 상태에서 다시 열을 가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는 가장 큰 게 1㎝ 정도 크기의 34캐럿(1캐럿은 보석 200㎎의 질량에 해당)짜리에 불과하다.

헴리 박사팀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와 달리 열원으로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극초단파)를 사용했다.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데우는 바로 그 에너지이다. 이렇게 하자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도 처음 만든 다이아몬드 결정에서 불순물이 사라져 투명해지거나 밝은 연분홍색으로 변했다. 연분홍색은 다이아몬드 결정 사이에 질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방법의 장점은 다이아몬드 결정의 크기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탄소 기체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할 때는 고가의 고압실이 필요하다. 반면 마이크로웨이브 장치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은 큰돈이 들지 않아 합성 공간을 기존 고압실보다 훨씬 크게 해도 된다. 합성 장치가 커지면 다이아몬드 결정의 크기 역시 커진다. 연구진은 이론상 1000캐럿의 합성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연분홍색 다이아몬드는 보석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연보다 열에 강한 합성 다이아몬드

합성 다이아몬드는 1950년대 미국의 GE사가 처음 개발했다. 다이아몬드는 석탄이나 연필심으로 쓰는 흑연과 마찬가지로 탄소로 이뤄진 물질이다. 차이는 결정구조에 있다. 석탄은 탄소 원자들이 마구 흐트러져 있는 상태이고, 흑연은 정육각형으로 연결된 탄소 원자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 4개가 모인 정사면체가 상하좌우로 끊임없이 반복된 구조다. 지구 깊숙한 곳에서 용암이 뿜어져 나올 때 상상할 수 없는 높은 압력과 뜨거운 열기가 탄소 원자들을 다이아몬드 상태로 뭉치게 한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이런 자연과정을 모방한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빛을 잘 통과시키는 물질이어서 보석뿐 아니라 외과수술용 메스, 전자부품, 레이저 발생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건물 철거 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잘라내는 데도 다이아몬드 절삭기가 쓰인다. 청계천 고가 철거도 다이아몬드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에 천연 다이아몬드를 쓴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현재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세계 시장은 약 6억 달러 규모다. 합성 다이아몬드로 만든 공구까지 합하면 6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시장은 GE사와 드비어스사가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일진다이아몬드가 199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 신소재공동연구소 등과 산학연 협동연구로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일진다이아몬드는 시장의 18%를 차지해 세계 3위에 올라서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최근 합성 다이아몬드 표면을 티타늄으로 코팅해 섭씨 1100도에도 견딜 수 있는 제품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섭씨 900도 이상이면 타버린다. 또 합성 다이아몬드의 표면을 육각형에서 삼각형으로 바꿔 수명을 50% 늘린 반도체 가공용 다이아몬드도 개발했다.

합성 다이아몬드도 보석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보석연구원(GIA)은 합성 다이아몬드 역시 진짜 다이아몬드라고 인정했다. 대신 보석상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의 30% 가격에 불과한 합성 다이아몬드를 속여 파는 것을 막기 위해 감별기를 보급하고 있다. 머지않아 연분홍 합성 다이아몬드가 예물 반지로 인기를 끌지도 모를 일이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