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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이 핀 거리

_______! 2009. 6. 28. 13:04

 

 

 

 

배꽃이 핀 거리

영남일보 2007-04-05

수수하고 청순하며 눈송이처럼 새하얀 배꽃이 우리가 매일 다니는 거리에 활짝 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구에도 이런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 달서구 이곡동 국민연금네거리에서 성서공단역에 이르는 갈산로에는 지금 눈이 부시게 하얀 배꽃이 우아하고 청순한 자태를 뽐내며 지나는 사람을 온통 배꽃 향기에 취하게 하고 있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배꽃향기를 맡으며 아침부터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지나는 차들도 새하얀 배꽃때문에 한결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배꽃이 수려하게 핀 갈산로는 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 이 지역에 배나무가 많아 배실이라고 부른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이곡동에는 배실공원 등 몇 곳에서 이름의 흔적을 찾을 수 있고 가까운 와룡산 계곡에는 소수의 배나무를 볼 수 있다.

이곡동에 있는 배실마을 유래비에는 지금으로부터 460여년 전 처음으로 벽진이씨(李氏)가 삶의 터전을 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서지역의 북쪽은 성서택지개발지구이고, 남쪽은 성서산업단지로 조성되어 있다. 공업단지 부근의 황량하고 메마른 마을이 될 수도 있었으나, 옛 마을의 전통을 살려 배꽃이 핀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한 것은 멋있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에 아름답게 핀 배꽃은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시원한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전국의 많은 도시가 특색을 잃어가고 있지만 이곡동이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한 것은 정말 높이 평가해야겠다.

아름다운 거리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문화를 나타내며,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특색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배꽃은 장미꽃처럼 화려하지 않고 해바라기처럼 강렬하지도 않다. 달빛처럼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향기에 젖어들게 한다. 지금 갈산로에는 은은하고 수수한 배꽃축제로 밤에도 불을 켠 듯 환하다. 하이얀 배꽃이 눈송이같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며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