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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게임하듯’ 무인항공기로 지구반대편 敵 공격

_______! 2010. 3. 26. 22:28

< Global Focus >‘게임하듯’ 무인항공기로 지구반대편 敵 공격

 

 

에어컨이 나오는 조용하고 쾌적한 사무실. 헤드셋을 쓴 두 남녀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조이스틱을 움직인다.

“목표물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헤드셋을 통해 목소리가 들려온다. 5개의 모니터와 컴퓨터 키보드, 조이스틱 앞에 앉은 여성이 즉시 “알았다, 센서를 확인한다”고 답했다.

적외선 카메라가 부착된 무인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가 거리 풍경을 아주 세밀하게 보여준다.

“8개 미사일과 두 개의 폭탄, 무기 준비 완료.”

목표물이 건물 밖으로 나와 트럭 위에 오른다. 두 사람도 컴퓨터 마우스의 십자선으로 트럭을 천천히 따라간다. “스리, 투, 원.” 카운트다운에 맞춰 남성이 재빠르게 붉은색 버튼을 누른다.

트럭이 폭발하고, 그들은 마주보며 말한다. “아주 잘했어(Excellent job).”

미국의 대(對)테러전이 변했다. 그동안 대규모 파병을 통한 지상전 중심이었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장거리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첨단 전투무기인 무인항공기의 위력 덕분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 사무실에서 단 두 사람의 작동으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예멘 등 수만 ㎞ 떨어진 곳의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을 사살할 수 있는 것도 무인항공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난해 5월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 그 다음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 사살 때도 무인항공기가 이용됐다. 알카에다 지도자 중 한 명인 아부 라이스 알 리비, 이슬람지하드연맹(IJU) 지도자인 나지미딘 잘로로프도 CIA의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숨졌다.

이 소리 없는 장거리 전쟁의 한가운데에는 이른바 ‘리모컨 전사들(remote-control warriors)’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CIA는 랭글리와 워싱턴 교외에 무인항공센터를 두고 있다. 미군도 네바다주 사막의 크리치 공군기지에서 무인항공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사무실 풍경이 일반 컴퓨터실과 다를 바 없이 개성은 없지만 안전하다”고 소개했다. 특히 네바다주에서 무인항공기 조종을 맡고 있는 미 공군42전투비행대대 소속 대원들은 대체로 ‘전투 통근자들(combat commuters)’로 통한다. 라스베이거스 자택과 크리치 기지를 출퇴근하는 것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크리치 기지에서 4년간 무인항공기를 조종해온 공군 브라이언 캘러헌은 “아침에 카풀이나 버스 또는 자가운전을 통해 센터에 도착하면 8시간 동안 근무한다”면서 “아침에 e메일을 보내고 항공기로 갔다가 장소를 옮겨 햄버거를 사먹고 다시 e메일을 좀더 보낸 후 운전을 해서 집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물을 폭파하는 데는 2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이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은 목표물과 그 주변을 지루할 만큼 끊임없이 탐지해야 한다.

‘리모컨 전사들’은 항상 2인 1조로 움직인다. CIA의 경우 주로 남성이 무인항공기 조종을 맡고, 여성은 센서를 작동시킨다. 컴퓨터의 왼쪽에는 조종사가 앉아 무인항공기와 포격용 무기를 다룬다. 센서 운영자는 컴퓨터 오른쪽에 앉아 줌 등을 이용해 구체적인 영상들을 감시한다.

두 사람 앞에는 각각 5개의 모니터가 있어 실시간으로 무인항공기가 인공위성을 통해 보내오는 영상과 데이터를 생생하게 전달받는다.

소리 없는 비디오 게임 같지만 이들도 카타르에 있는 합동공군작전센터(CAOC)와는 라디오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미군기지 내에서 무인항공기 배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항공기의 목적은 단순한 감시와 물류지원, 데이터 수집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군측은 “무인항공기의 힘은 영상을 받고 그 시스템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엄청난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무인항공기 모델은 ‘프레데터(Predator)’와 ‘리퍼(Reaper)’. 프레데터는 적외선 감지기, 비디오 카메라, 기상레이더 등을 갖추고 지상 작전기지 및 인공위성과 6초 안에 이미지를 송수신할 수 있는 정찰기다.

리퍼는 프레데터의 개량형으로 정밀유도탄과 미사일로 무장한 사상 최강의 무인항공기다. 이들 무인항공기는 하루에 400시간 이상 분량의 영상물을 아프간 주둔 미군에 보낸다. 하나의 무인항공기 시스템은 4대의 항공기, 지상국, 인공위성 연결, 발사지점 관리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탈레반, 알카에다도 무인항공기의 탁월한 성능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아프간,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에서 무인항공기를 여러 대 격추시켰지만, 무인항공기가 효과적인 대테러 수단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서방의 최첨단 기술인 무인항공기에 대항해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26달러짜리 러시아 컴퓨터 프로그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