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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귀신이야기 ‘천예록’ 우리말로 옮겨

_______! 2010. 7. 23. 15:52

조선 귀신이야기 ‘천예록’ 우리말로 옮겨

경향신문 | 입력 2005.11.15 18:10

 


중국 산둥성 치박시에 자리한 포송령(1640~1715)의 생가는 꽤 이름난 관광 코스 중의 하나다. 이곳이 알려지게 된 것은 '요재지이'가 여기에서 창작되었기 때문. 특히 '요재지이'의 산실로, 포송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요재(聊齋) 앞에서 관광객들은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한다.

↑ 영화 ‘시실리 2km’ 의 귀신역을 맡은 배우 임은경의 분장 사진.

'귀신과 요괴에 관한 최고'로 일컬어지는 '요재지이'는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등과 함께 중국 8대 기서로 꼽힌다. 내용의 대부분이 신선·여우·유령·귀신·도깨비나 이상한 인간 등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어 지괴(志怪)소설로 분류되지만,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판타지 문학이라고 할 수있다. 삼국지연의처럼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돼 읽히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에 '요재지이'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천예록(天倪錄)'이 있다. 송시열의 문인인 임방(1640~1724)이 편찬한 '천예록'은 여러모로 '요재지이'와 닮아 있다. 천예록은 요재지이와 마찬가지로 신선, 괴물, 귀신의 이야기 등 기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예'란 '하늘의 끝'이라는 뜻으로 '천예록'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자연현상이나 세상사의 기이한 사건들을 기록한 책을 의미한다.

포송령과 동시대를 살다간 임방은 조선 땅에서 직접 겪었거나 주위에서 듣고 본 이야기 62편을 '천예록'에 담아냈다. 당시 인구에 회자되던 전우치, 윤세평, 장도령과 같은 신출귀몰한 이야기에서부터 고관과 기생의 사랑이야기 등 실제 있었고 있을 법한 사건들을 이야기체로 엮었다. 기생 일타홍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던 심희수, 아내로 둔갑한 이리와 하룻밤을 지샌 김수익의 이야기, 병을 앓다 홍어로 변한 아버지의 비화를 들려준 한 벼슬아치의 이야기 등이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전개된다.

임방 사후에도 '천예록'은 여러 종의 필사본 등으로 쓰여져 널리 읽혀졌다. 또 '고금소총'과 '명엽지해' 등 후대에 편찬된 소설·야담집에도 영향을 미쳐 '천예록'에 실린 작품들이 다시 수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천예록'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재지이'가 여러 언어로 소개되고 있는 데 비해 그간 '천예록'은 우리말 번역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정환국 연구교수(한문학)가 펴낸 '교감 역주 천예록'(성균관대출판부)은 그간 홀대받아온 천예록의 복권시켰다고 할만하다. 정교수는 일본 천리대소장본, 미국 버클리대소장본 등 국내외 천예록 이본들을 비교·대조하고 교감하여 정본을 확정한 뒤 원문을 우리말로 옮겼다. 또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천예록 62편 중에서 28편을 고르고 옛 그림을 곁들여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성균관대출판부)도 펴냈다. 정교수는 "역사 속의 귀신과 신선은 인간과 상당히 먼 존재 같으나 사실은 인간의 또다른 모습"이라며 "천예록은 인간의 삶과 의식을 이해하는 데 좋은 이야기책"이라고 말했다.

〈조운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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