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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_______! 2010. 9. 13. 00:51

1.1 신화상의 여신의 지위에 대한 논란

1.1.1 태초에는 여신이 주신이었다는 주장

많은 문화에서 여신은 그 문화에서 여성이 맡고 있는 역할을 반영하는 성격을 띠는데, 이는 대개 대지, 모성, 성애(性愛), 가사(家事), 치유 등이지만, 문화에 따라서는 죽음이나 전쟁, 파괴 등의 정반대되는 성격을 띠기도 한다(대표적으로 인도 신화의 칼리).
한편 모계 사회가 기본이었던 고대에 여신은 종교 · 신화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지만, 시대가 지나고 부계 사회로 넘어가면서 여신 신앙은 쇠퇴하고 남성 신격이 각 신화의 주신격을 차지하는 예는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빌로니아 신화의 티아마트와 마르두크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 이렇게 밀려난 여신은 신격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후 신화에서 마물로 격하되는 예도 있다.[2] 물론 반대로 여신에서 남신으로 변하면서 악신이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만주족 신화의 예루리 대신이 바로 그런 존재. 참고로 만주족 신화에는 수백 명의 여신이 있다.

태초의 신앙은 인류가 모계 사회로 시작했기 때문에 여신이었다. 아이를 낳는 점에서 인간(남자라 할지라도 여자의 배를 빌어나온다)과 가장 가까운 원초적 존재였기 때문.

1.1.2 반론

태초의 인류가 여신을 믿었다는 학설은 이미 폐기된 것이다. 태초의 인류가 모계사회였다는 학설부터가 이미 오래전에 폐기되었다. 태초의 사회가 모계사회였을 것이라는 설은 과거의 인류학자들이 "태초의 인류는 난혼을 일삼아서 아버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상상해서 나온 학설이었을 뿐이다. 실제 원시부족들을 조사해 본 결과 난혼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발견되지 않았으며, 부계사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더구나 모계사회라고 해서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남자보다 높은 '모권사회'인 경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모계사회에서도 어느 가문에 속하는지가 모계 혈통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일 뿐 결정권을 가진 것은 대체로 가문의 남자들이었다.

태초의 신화에서는 여신들이 주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티아마트메두사가 한 때 주신의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는 증거도 박약하다. 우선 바빌로니아 신화의 티아마트가 그 이전 시대의, 혹은 셈족에게 정복당한 민족의 주신인 여신이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수메르의 주신은 여신도 아니었고, 셈족의 여신들도 드래곤의 형상이 아니었으며 티아마트와 연결시킬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메두사의 경우에도 기껏해야 신전에 조각되어 있는 고르곤 정도밖에 제시되지 않는데, 한국귀면와를 보더라도 이러한 장식이 신격을 나타낸다고 볼 이유가 없다. 오히려 고전시대보다 훨씬 이전에 그려진 메두사는 더 원초적인 괴물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메두사가 의 머리를 한 메소포타미아의 여신에서 왔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으나, 정작 그 '뱀의 머리를 한 여신'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티아마트가 마르두크에 의해서 퇴치된다는 점이 티아마트가 마르두크 이전의 주신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이유부터가 없다.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누스크로노스제우스 이전에 우주를 다스렸다는 묘사가 있다고 해서 제우스 신앙 이전에 우라누스 신앙이나 크로노스 신앙이 있었다고 보는 학자는 없으며, 베다에서 인드라브리트라를 퇴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브리트라를 인드라 이전의 아리안족의 주신으로 보는 사람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몇몇 고대문명에서 여신이 주신이었거나 여자가 지도자였다고 볼 만한 이유는 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며, '모든' 혹은 '거의 모든' 고대문명에서 여신이 주신이었고 여자가 지도자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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