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숲 이야기] 서천군 마량리 동백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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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리는 주먹을 쥔 팔뚝을 바다를 향해 구부려 내민 듯 튀어나온 뭍 끄트머리의 안쪽 오목한 곳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포구이다. 이러한 지형조건이말해주듯 마량리는 천연의 요새로서 조선시대에는 수군 첨절제사(종3품)가지휘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찾아 갈 때 탁 트인 바닷가를 연상한다면 입구에서부터 실망하기 쉽다. 눈치도 없이 버티고 앉아있는, 괴물 같은 화력발전소때문이다. 동백나무 숲 어귀에 들어서면 산마루를 향해 계단이 나 있으며상록활엽수 특유의 반짝이는 이파리로 머리를 치장한 여러 무리의 동백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예전에 보였을 포구 쪽동산은 보이지 않고 화력발전소가 더욱 고압적으로 다가와 버티고 서있다.
서천 사람들은 동백정 해수욕장을 하늘이 주신 천혜의 선물로 여겼다. 새하얀 백사장은 동백나무 숲과 마량 포구 쪽 동산 사이에 마치 바다를 가르듯 형성돼 있다. 이 곳에서 뭍 끝자락 쪽을 향해 올려다보면 동산마루 위에 외로이 서있는 누각이 있는데 바로 동백정(冬柏亭)이다.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동백정 누각 발 아래에 펼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5백여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가 바닷가에 있는 꽃 뭉치를 잘증식시키면 마을이 번영할 것이라는 꿈을 꾼 뒤 계시대로 꽃 뭉치를 잘 길러 심은 것이 현재의 동백나무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현재 마량리 동백나무 숲엔 80여 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169호로 지정돼 있다. 헌데 이 숲은 숲이라고 하기보다 무리(群)라고 불러야 맞을 것 같다. 수목원이나 정원을 조성하듯 몇 그루씩 모아져 있기 때문인데, 예전에는 해송이 섞여 있어 자연미가 있었을 듯도 하지만 오래전 이 지역 수장의 지시로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한다.동백나무는 동백정이 서 있는 산마루 근처까지 있고 바다 쪽으로는 동백나무 대신 해송이 숲을 이룬다. 바닷바람의 영향일 것이다. 이곳의 동백나무들은 거센 바닷바람이 직접 닿지 않는 바다 반대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키는 대개 3~4㎙이나 5㎙가 넘는 나무도 있다.또한 아래 가지까지 잎이 온전하게 달려있고 마치 엎드려 있는 양 전체모습이 기다랗기 때문에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5~8그루가 모여 한 무리를 이루고 있다.
남쪽지방 섬의 동백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자라고 있으나 이곳은자기들끼리만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점이 특징. 그렇지만 품종은 다양해 잎의 모양이 다르고 꽃 색깔도 진한 붉은색 혹은 밝은 붉은색이다. 또피는 시기도 달라 3월에서 4월 중순사이의 비교적 긴 기간에 걸쳐 핀다.
이 시기라면 남쪽 섬의 동백들은 이미 꽃을 다 떨어뜨린 후다.
동백나무의 백미는 활짝 핀 동백꽃이다. 진녹빛 캔버스 위에 촘촘히 수를놓은 듯 붉은 꽃이 박혀있고 꽃잎 안의 샛노란 꽃술까지 어우러진 원색의조화는 동백꽃만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동백꽃의 또 다른 매력은 활짝 핀 화려한 모습 그대로 나무 언저리에 떨어져 있는 낙화가 아닐까. 동백꽃은 자신의 시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하는 양 꼭지가 쏙 빠져 꽃 전체가 통째로 떨어지므로 지는 모양이 깔끔하고 깨끗하다. 어떤 이는 이를 가리켜 ‘한 움큼 피를 토한 자리’라고 하였다.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얘기하면서 동백정을 그냥 지나칠 수 는 없다. 현재의 동백정 자리에 동백정이라는 누각이 있었음은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서 확인되고 있으나 언젠가 무너져 없어졌고 1965년에 조선시대의 한산군 청사 누각을 옮겨와 이 자리에 다시 세운 것이며 ‘冬柏亭’이라는 현판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쓴 것이라고 한다.
동백정에 오르면 넓고 푸른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힐 듯 바다위에 떠있는 오력도(烏力島)는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동백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동백정에 간다면 붉은 꽃잎에다 그 꽃을 닮은 붉은 노을, 그야말로 온 천지가 붉은 세상 속에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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