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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교괴담

_______! 2006. 11. 21. 11:12

민속학자인 그가 학교괴담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민속학계와 일반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민속학이 민간에 전래되는 요소 외에 새롭게 형성되는 민속을 그 연구대상으로 하여 민족의 특성을 밝히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과거의 화석화된 구비문학에만 천착하고 있고 일반인 역시 옛것에만 매달리는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치부하는 실정이다. 그는 시골이라는 공간과 과거라는 시간을 벗어난 현대도시의 학교괴담에도 충분한 민속학적 가치가 있다며 새로운 민속학 개념을 제시한다. 그는 학교괴담이 단순히 우스갯소리가 아닌 민족의 전통에 현대 민중의 습속과 생활문화가 가미된 귀중한 민속학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세계일보 / 송민섭 기자 / 2002.11.9>

 

내용약술

  · 지은이 : 김종대 지음
  · 판형 : 사륙판
  · 페이지 : 128쪽
  · 가격 : 4,800원
  · 출간일 : 2002년 11월 16일
  · ISBN : 89-7766-039-4




이 책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괴담을 다루었다. 일본과 한국의 이야기 가운데 유형이 같거나 다른 것에 대해, 그리고 한국적인 토양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학교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괴담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고유의 민속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현재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통과 단절된 것으로 속단하기 쉽지만, 자기 문화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필자는 2000년도에 중앙대학교에서 민속학을 강의하면서 리포트로 제출받은 학교 괴담 462개의 이야기 가운데 60여 개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으며, 이를 토대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학교 괴담을 민속학적으로 탐구하였다. 연령에 따른 서사적 구조의 차이, 주 관심 대상, 두려움의 대상, 이야기의 의도, 등장하는 귀신들의 유형, 귀신들이 활동하는 시공간, 이야기의 변형, 전통적인 관념 등에 대해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해석을 한다.

 

저자소개

김종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으로 있다.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및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근무해 왔다. 저서로 《민담과 신앙을 통해 본 도깨비의 세계》, 《한국의 민간신앙》, 《性, 숭배와 금기의 문화》, 《한국의 민간신앙》, 《민중들이 바라본 性文學》, 《33가지 동물로 본 우리문화의 상징세계》, 《저기 도깨비가 간다》 등이 있다.

 

내용요약

초등학생들의 괴담은 일본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과 새롭게 창작된 것으로 대별된다. 운동장이 갈라지면서 공룡이 나온다거나 동상의 눈에서 빛이 나온다거나 하는 것은 만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실상은 일본 문화를 근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잘 알려진 화장실 괴담이 일본의 갑파河童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일제침략기를 거치면서 학교의 화장실 구조를 토대로 형성된 일본 괴담이 그대로 수용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초등학생들의 괴담 중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와 관념이 반영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학교의 부지가 호수였고 그 안에 살던 용을 죽였기 때문에 학교의 중요한 행사 때마다 비가 내린다는 것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들은 서구나 일본의 만화에 나타난 이질적인 문화에 익숙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위의 괴담은 한국적인 상황, 특히 용이 물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전통적 관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재 도시에서 전승되는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전통과 완전히 대립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초등학생 괴담에서 중요한 소재는 '학교의 비밀'이다. 학교에는 100가지 전설이 있는데 이것을 모두 알게 되면 그 학생은 죽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7가지 불가사의'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에게 와서 '100가지 전설'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상상력의 변화에는 바로 한국적인 정서, 혹은 민속적 상징이 놓여 있다.

중학생들은 학교 괴담에서 특별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들의 관심은 초등학생의 만화 같은 공상보다는 인기가수, 배우 등 연예계 쪽에 있다. 그러나 학교부지의 문제나 학교의 동상들이 밤중에 싸운다는 학교의 비밀이 중학생이 되면서 완전하게 잊혀진 것은 아니다. 단지 소멸과정을 걷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학생들과 달리 고등학생들은 의외로 괴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16∼17세는 후기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년기에 이르는 시기로 정체성을 가다듬고 자율성을 성취하고 학업·진학이나 미래설계 등 자신의 관심과 목표를 변화시킨다. 고등학생들의 관심은 대학입시와 관련된 성적 향상에 있다. 성적과 관련한 불안과 심리적 갈등 등이 괴담이라는 이야기 형식을 활용해서 표현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동일한 경향을 띠고 있지만, 한국의 학생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또한 성적과 관련된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다.

대학생들의 괴담은 대개 죽음과 결부되고, 미스테리한 현상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괴기스럽거나 공포심을 자아내는 데 효과적인 소재가 많으며 또한 전통적인 공포를 찾아볼 수 있다. 호수 괴담이 그 좋은 예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공포와 현대적인 분위기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대학 괴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차례

지은이의 말
1. 학교 괴담에 대한 관심을 위하여
2.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는 괴담들
1) 학교부지가 연못인 경우
2) 학교부지가 공동묘지인 경우
3) 화장실
4) 교실
5) 특별실
6) 동상
7) 계단
8) 운동장
9) 학교의 비밀
3. 중학교 괴담의 성격과 특징
1) 학교부지가 공동묘지인 경우
2) 사고로 죽은 여학생 때문에 생긴 사건
3) 사랑하던 학생들의 자살
4. 고등학교 괴담의 성격과 특징
1) 공간을 중심으로 본 이야기 유형
2) 소재로 본 이야기 유형
5. 대학교 괴담의 성격과 특징
1) 실험실에서의 의문사
2) 강의실에 나타나는 귀신
3) 호수에 빠져 죽은 사건
4) 기숙사 소동
5) 동아리 방의 이상한 일
6. 괴담을 통해 본 학생들의 심리적 갈등과 해방
7. 괴담에 나타난 공간의 성격과 의미
1) 학교 공간의 성격과 의미
2) 시간의 의미와 기능
3) 출현 공간과 출현 인물의 상관성
8. 결어-학교 괴담은 현재 도시 사람들의 바로비터이다.
참고목록

미디어서평

1. 민속학이 포섭한 '학교괴담' /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 / 2002.11.7
2. 갇힌 교육 '학교는 공포다' / 문화일보 / 배문성 기자 / 2002.11.8
3. 책꽂이 / 중앙일보 / 2002.11.9
4. 책꽂이 / 중앙일보 / 2002.11.9
5. 편집자레터 '학교괴담'과 입시의 압박감 / 조선일보 / 박선이 기자 / 2002.11.9
6. 저자는 말한다 '한국의 학교괴담' 펴낸 김종대씨 / 동아일보 / 주성원 기자 / 2002.11.9
 
1. 민속학이 포섭한 '학교괴담' / 연합뉴스 / 김태식 기자 / 2002.11.7
기성세대로 화장실에 얽힌 '빨간종이 파란종이' 괴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빨강과 파랑은 모두 피를 상징한다. 빨강은 말할 것도 없고, 파랑은 피가 빠져나간 피부 색깔이다.
이런 괴담은 어디서 유래할까? 근원지는 일본의 갑파(河童) 이야기다.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관리과장 김종대 박사가 쓴 [한국의 학교괴담](다른세상)은 초·중·고 및 대학생 사이에 유행하는 이른바 학교괴담을 민속학이라는 학문영역에 포섭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중앙대 강의에서 수강생들을 통해 수집한 학교괴담 462개 중에 60여 개를 추려 분석한 이 책은 괴담을 '구승(口承) 문예'로 정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괴담은 입으로 전해지며 생성되고 변화하는 이야기다. 괴담은 신화에서 볼 수 있는 신성성이나 위엄성, 전설에서 보는 향토성과 역사성은 없다.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흥미 위주다. 하지만 괴담은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참새 시리즈나 최불암 시리즈와도 확연히 구분된다.
저자가 분석한 한국 학교괴담은 첫째, 대부분이 일본에서 상륙한 것이며, 둘째, 그럼에도 한국적 전통이 가미된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예컨대 초등학교 괴담 중에는 학교부지가 원래는 호수였고 그 안에 살던 용을 죽였기 때문에 학교의 중요한 행사 때마다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괴담은 출처가 일본이지만 용이 물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사고관념은 살아 있다.
다른 초등학교 괴담으로 학교에는 100가지 전설이 있는데 이것을 모두 알게 되면 그 학생은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 역시 일본의 '7가지 불가사의'의 변형이지만 한국에 건너와 100가지로 바뀌었다.
이처럼 이 책은 비록 외부에서 유입됐으나 한국적으로 변형되는 괴담을 민속학적으로 추적한다.
학교괴담이 갖는 또 다른 중요성은 대체로 도시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같은 출판사에서 동시에 번역 출간된 일본 민속학자 쓰네미쯔 토루(常光 徹)의 [일본의 도시괴담]은 일종의 자매편 정도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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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갇힌 교육 '학교는 공포다' / 문화일보 / 배문성 기자 / 2002.11.8
왜 학교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많이 떠돌까. 이른바 현대의 도깨비 신화라고 할 수 있는 학교괴담은 현대판 도시전설이기도 하다. 신화연구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소설가 이윤기씨는 '신화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신화나 민담이야말로 당대의 상상력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야기의 바다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학교 괴담은 오늘 한국의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현대의 신화인 셈이다.
학교 괴담을 눈여겨보면 한국 학교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학교 괴담이란 우스갯소리같은, 믿거나 말거나인 뒷방 이야기를 분석하고 있는 책 '한국의 학교 괴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학교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김종대 씨는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으로 재직중이다. '한국의 민간 신앙', '33가지 동물로 본 우리문화의 상징세계', '저기 도깨비가 간다' 등 한국민담을 소재로 한 다양한 저작을 펴낸 바 있다.
학교에는 왜 귀신이 많이 나타날까. 책은 딱히 적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의 학교를 폐쇄사회로 파악한다. 학교 괴담이야말로 학교사회가 전형적인 폐쇄사회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열린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외려 그 사회를 빗대고 조롱하고 흔들어대는 도깨비와 귀신이 출몰한다는 것이다. 학교 귀신은 바로 닫힌 사회를 알리는 상상력의 발현인 셈이다. 김씨는 학교 괴담은 여타 괴담처럼 "죽은 자의 원한 갚기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포감을 조성하고 그런 공포 속에서 긴장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이른바 한풀이의 공간으로 학교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학교사회의 긴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행위로 괴담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귀신은 학생이 다 떠난 교실의 천장에서, 화장실에서, 피아노만 한대 달랑 놓여있는 후미진 특별활동실에서, 달빛이 교교한 운동장에서, 운동장 한쪽에 서 있는 동상에서, 학교 뒤편 오래된 우물에서, 작은 연못에서 출몰한다. 오로지 공부와 진학만이 목표가 되고 있는 전형적인 폐쇄사회를 가로지르며 귀신은 여기저기서 그 긴장의 허망함을 조롱하며 다닌다.
한 가지 목표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 이런 사회를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셀 푸코는 파놉티콘(Panopticon)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원형감옥이다. 푸코의 정의에 따르면 감옥이 비정상인을 정상적인 사회와 단절시키기 위해 운영되는 것처럼, 학교는 공부 잘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목표를 중심으로 전 지역을 감시하는 현대의 파놉티콘이다.
학교의 도깨비는 이런 폐쇄사회를 구멍내는, 갇힌 사회를 흔드는 상상력으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학교괴담은 성적과 관련된 삽화다. 영화 '여고괴담'의 소재이기도 했던 이 성적 괴담은 1등을 한번도 못한 만년 2등 학생이 1등을 제거하고 1등이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는 줄거리를 가진다. 물론 성적괴담은 성적중심사회를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는 않다. 귀신이야기를 만들어낸 착한 한국의 학생들은 이런 성적중심의 학교를 만든 어른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런 현실을 다소곳이 인정하는 한편, 못 견딜 것 같은 공부중심의 학교를 귀신을 통해 흔들고 있을 뿐이다.
물론 책은 학교 괴담의 유형별 분석, 공간별 분석 등 흥미로운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이런 유형별, 공간별 분석이 꿰고 있는 현실대응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분석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또 한국의 학교괴담이 대부분 일본의 학교 괴담을 확대재생산한 것이란 부분도 일본 또한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다는 양국의 공통점을 지적하는 부분 외에는 특별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 않다.
공포를 바라보는, 공포를 생산하는 학생들의 심리는 어디에 닿아있는 것일까. 학교괴담은 공포를 통해 학교사회가 어떤 곳인지를 학생들이 말하는 바를 간절하게 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작품성★★★ 대중성★★★, 만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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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꽂이 / 중앙일보 / 2002.11.9
교내에 살던 용을 죽였기 때문에 소풍갈 때마다 비가 온다는 등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떠도는 괴담을 일본의 영향, 한국 고유의 민속적 상상력과의 연계에 초점을 맞춰 민속학적 탐구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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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책꽂이 / 중앙일보 / 2002.11.9
'도깨비 박사'로 잘 알려진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이 학교 괴담을 민속학적으로 탐구한 '한국의 학교괴담'(다른세상)을 펴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괴담을 한국적 전통과 사회적 상황을 아우르는 문화사로 접근한 것이다. 도깨비 연구에 천착했던 그가 학교괴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잠시 머물렀던 일본에서의 충격 때문이었다.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초청으로 3개월간 일본에 있으면서 요괴 관련 책을 들춰봤을 때입니다. 우연히 쓰네미쯔 토루의 '학교괴담'이라는 책을 보았는데 한국의 괴담 내용과 너무나 흡사하더군요. 대학 강의 때 모아둔 괴담자료와 귀국 후 수집한 자료들을 낱낱이 검토한 뒤에야 일본의 괴담이 한국으로 전파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 교사들에 의해 퍼지기 시작한 괴담들은 한국적 변이를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7이라는 숫자가 주를 이루는 일본괴담에 비해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완벽한 숫자를 뜻하는 100이라는 숫자로 변형된다.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동상 아래서 100번을 돌면 동상이 움직인다든지, '학교의 불가사의 백 가지' 등은 우리의 독창적인 수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한국 고유의 민속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호수에서 용이 출현하거나 공포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다가 해학적인 반전으로 끝맺는 한국적인 괴담으로 발전한 것이다.
민속학자인 그가 학교괴담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민속학계와 일반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민속학이 민간에 전래되는 요소 외에 새롭게 형성되는 민속을 그 연구대상으로 하여 민족의 특성을 밝히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과거의 화석화된 구비문학에만 천착하고 있고 일반인 역시 옛것에만 매달리는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치부하는 실정이다. 그는 시골이라는 공간과 과거라는 시간을 벗어난 현대도시의 학교괴담에도 충분한 민속학적 가치가 있다며 새로운 민속학 개념을 제시한다. 그는 학교괴담이 단순히 우스갯소리가 아닌 민족의 전통에 현대 민중의 습속과 생활문화가 가미된 귀중한 민속학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한국적 괴담이 많은 초등학교에 비해 고등학교에서 떠도는 괴담들을 살펴보면 주로 입시경쟁과 관련한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단군신화에서 나온 거울이 여고괴담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전통을 담은 요소도 상당합니다. 각 학교별 분석도 민속연구에 큰 도움을 줍니다."
김 씨는 '…학교괴담'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학교괴담이 한국적 토양 속에서 비롯한 문화적 정서와 관념을 거쳐 어떻게 창조적으로 수용-변형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그는 계속해서 아직 해명되지 않은 동-식물, 특히 곡물에 담긴 민속학적 가치와 의미를 연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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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편집자레터 '학교괴담'과 입시의 압박감 / 조선일보 / 박선이 기자 / 2002.11.9
초등학생 시절, 소풍 전날이면 몇 번이나 엄마에게 물어보다 야단을 맞곤 했습니다. 내일 비가 올까? 안 올까? 꽤 자주 소풍 날 비가 왔고, 책걸상 뒤로 밀어놓고 급조한 교실 오락회가 소풍을 대신하곤 했죠. 그럴 때 나눈 귀엣말이, "우리 학교 수위 아저씨가 용을 죽여서 소풍 날마다 비가 온대"였죠.
민속학자 김종대 씨가 펴낸 '한국의 학교 괴담'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떠돌던, 그런 말도 안 되는 귀신 이야기를 정색을 하고 들여다봄으로써, 억압과 공포의 연원을 따라 올라갑니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손이 나와 파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했다는 이야기며, 학교 자리가 공동묘지여서 자꾸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실은 일본이 발원지라는군요. 그럴 법도 합니다. 교육 제도에서부터 다다미 40장 크기인 스무평짜리 교실 규격까지, 일제 시대에 정해져서 지금껏 내려오고 있으니까요.
초고속 통신망 시대인 요즘도 학교에선 여전히 귀신 이야기가 새로 만들어지고 널리 전파되고 있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학교 운동장의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밤 12시면 싸움을 해서 세종대왕이 지면 책장이 한 장씩 넘어간다든가, 책 읽는 어린이 동상의 비밀이 드러나면 학교가 무너진다는 건 초등학교 괴담입니다. 고등학교, 대학교로 올라가도 귀신이야기는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1등을 2등이 떠밀어 죽였는데, 거꾸로 떨어졌던 채로 '통통' 거리며 교실에 나타난다는 통통 귀신이야기나, 야자(야간자습). 컴퓨터실, 미술실, 방송실의 귀신 이야기가 모두 입시의 압박감과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맞아서 죽은 아이가 계단에 묻혀있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괴담에서도 학교 체벌이 학생들에게 주는 압박의 흔적을 읽게됩니다.
공포 영화의 존재를 우리가 사는 현실이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한 역설적 확인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귀신 이야기와 공포 괴담 역시 학교의 압력을 이겨내려는 학생들의 건강한 반발력으로 볼 수 있을까요. 좀더 깊이 있는 연구서로 발전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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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저자는 말한다 '한국의 학교괴담' 펴낸 김종대씨 / 동아일보 / 주성원 기자 / 2002.11.9
"한국의 학교 괴담은 일본의 괴담을 차용해 한국적인 것으로 변형한 것입니다. 사실 '학교 괴담'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어느 학교에나 으스스한 소문이 있기 마련이다. 98년 영화 '여고 괴담'이 크게 흥행했던 이유도, '학교에 얽힌 괴담'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다는 느낌이 공감대를 형성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이 지은 '한국의 학교 괴담(다른세상)'은 학교에서 떠도는 소문과 괴담을 민속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현재 한국의 학교 괴담을 초·중·고·대학별로 정리하고 학교 괴담의 의미와 성격을 분석했다.
김과장은 '한국 도깨비담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도깨비 전문가'이기도 하다. 유독 '신비한 속설'과 관계가 깊은 그는 "한국의 학교 괴담과 일본의 학교 괴담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며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학교 괴담이 한국에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학교에는 '7가지 불가사의'라는 소문이 떠돕니다. 한국의 경우 이 소문이 '학교의 100가지 비밀'로 변형되어 나타납니다. 학교의 100가지 비밀을 모두 알면 죽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100이라는 숫자는 우리 민족과 아주 친근한 숫자입니다. 곰과 호랑이가 100일 동안 햇볕을 보지 않았다는 단군 신화나, 100명 아이의 간을 먹으면 사람이 된다는 여우의 전설에서 나타나죠. 즉 일본의 괴담이 한국의 전래 이야기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학교 괴담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괴담들은 2000년 그가 대학에서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과제물로 제시해 수집한 것. 지난해 3개월 동안 일본역사박물관에 머물던 중 그는 일본에서 민속학자 쓰네미쯔 토루(常光 徹) 박사가 엮은 학교 괴담 책을 접했고, 일본과 한국의 학교 괴담이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때 한국의 학교 괴담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토루 박사의 '소문과 속신(俗信)'을 발췌한 '일본의 도시 괴담'도 이번에 함께 출간됐다.
김과장은 "민속학은 과거학인 동시에 현재학이다. 시골에서 전승되는 과거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교나 아파트 등 도시에서 전승되는 괴담이나 이야기도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