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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돌아보지마...- 귀신 이야기

_______! 2006. 11. 21. 11:26
모처럼 여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에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텔레비젼에서는 납량물들이 많이 방송되고 이맘 때쯤에는 공포영화 한편쯤 생각납니다. '납량 (納 )' 말그대로 서늘함을 준다는 말인데요, 이상히도 귀신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는 여름에 더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특히 여름밤에 말이죠.

그래서 귀신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하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학창시절에 다들 한번쯤 진짜 같은 귀신이야기를 들어보신적 있을것입니다. 어느 학교나 내려오는 전설같은 귀신 이야기 하나쯤은 있지요. 특히 여고 같은 경우에는 더하지요.

귀신이야기 배경에 주로 많이 등장하는 곳이 바로 여고 등 학교입니다. 그리고 군대도 있군요. 아마도 이는 갇혀진 특수한 상황에서 생긴 듯 합니다. 어느 특수한 사회에 언로가 막혀있고 구성원들을 억압하는 보이지 않는 권위가 심하게 작용하고 있으면 대개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과 정서가 귀신이야기로 나타나는 듯 합니다.

여고 귀신 이야기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수 있는데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여고와 관련된 귀신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고 학생들 사이에 많이 퍼진 시기가 예전 학력고사 시절이지요. 그 어느 때보다 학생의 입시 부담이 컸고 억압이 심하던 현실이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괴담이라는 정서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교를 소재로 한 귀신 이야기를 보면 당시의 교육 현실을 읽을수 있지요. 예전에 학교 귀신 이야기를 보면 주로 늘 공부 일등만 하는 아이와 그 아이에게 늘 져서 늘 이등만 하는 아이가 등장했었지요. 뭐 그래서 죽였는데 나중에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여러 버전이 있지요. 이런 이야기를 토대로 당시에 학생들 사이에 있었던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입시위주의 교육 현실을 읽을수 있지 않나 합니다.

요즘의 경우에는 '왕따'가 귀신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듯 합니다. 뭐 한반에 늘 왕따 당하는 애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 애를 괴롭힌다고 과학실에 가둬놓았는데 그 아이가 어쩌다가 죽어서 뭐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예전에 학교 운동장에있는 유관순 누나 동상이나 이승복 동상과 관련된 귀신 이야기도 많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이야기도 당시 군부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하여 일종의 귀신형태로 나타난 교육 현실 비판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어릴적에 홍콩할매 귀신 이야기가 한때 히트(?)를 쳤었는데 이 때문에 해질무렵이나 밤에 혼자 길을 걸어가다가 할머니가 있으면 무서워 피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었지요. 아마도 이는 세대간의 의사소통 단절에서 오는 일종의 풍자적인 이야기가 아닐까요. 아니면 '홍콩'과 '할머니'를 멀리하게 하려는 어떤 조직적인 음모론이 있을 수도... ^_^

학교 다닐적에 선생님께 귀신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꼭 남자 선생님들은 군대 이야기를 많이들 하셨습니다. 실제로 군대에 귀신이 많은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군대와 관련된 귀신 이야기가 많은 것도 여고 괴담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혀집니다.

저가 훈련소에 있었을 때 그걸 경험했습니다. 군대, 특히 훈련소는 그 어느 곳보다 언로가 막혀있고 상부하달식의 커뮤니케이션만 있을뿐 외부 사회의 정보 유입이나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치 못한 특수한 집단 상황이자 사회라고 볼수 있습니다. 더구나 거기에는 그 어느 곳보다 강한 권위와 억압과 구속이 구성원에게 작용하고 있었을 겝니다.

그래서 일까요. 정말 훈련소에서 한 이주정도 지나자 우리 사이에서도 귀신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B동 막사에 가면 한 내무실이 폐쇄된게 있는데 그 이유가 예전에 거기서 자살한 훈련병 귀신 때문이라는 이야기나 화장실에서 예전에 전투화 끈으로 목매달아 자살한 귀신이 있다는 이야기며 많은 귀신 이야기가 있었지요. 물론 서로가 다 반농담식으로 하지만 나중에 밤에 불침번 설 때나 동초근무 설 때 그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더군요.

개중에는 황당한 귀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훈련소에서 '왼손파지'라는 게 있는데 밥먹을 때 왼손을 직각형태로 만들어 식판을 바치고 먹는걸 말하지요.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은 그것 때문에 지적 당하는 동기들이 적지 않았지요.

그 때문인지 '왼손파지' 귀신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밤에 불침번 서다 보면 복도에서 왼손을 직각으로 파지해서 '왼손파지, 왼손파지' 하면서 왼손파지 스트레스로 자살한 귀신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왼손파지 귀신이 나타날때는 당황하거나 겁먹지 말고 큰소리로 필승! 하고 경례를 '때려야' 그 귀신이 물러간다는 이야기였지요. 지금생각하면 그야말로 엽기적인 재미있는 귀신 이야기인 듯 합니다.

훈련소 뿐만 아니라 나중에 자대가서도 귀신이야기는 계속 이어지지요. 정말 아마도 각 부대에 있는 귀신 이야기들만 모아도 책 몇권을 나올겝니다. 혹시 그런 것만 전담하여 조사하는 엑스파일 같은게 우리나라에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_^ 우리나라에는 귀신이 전부 군대에 가있나 봅니다. 귀신도 국방의 의무를 하나.

암튼 그 어떤 사회나 집단에서 귀신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 집단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갇혀' 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귀신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 더위를 한번에 몰아내줄, 등골이 오싹할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정말 생각 나는 게 없군요. 어디서 주워 듣는 건 많았었는데 말이죠.

음...
이건 어떨까요.

지금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저 자신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거 말입니다. 사실은 오래전에 죽은 사람인데 혼령이 남아 인터넷으로 사람들을 만난다는...
그래서 저는 늘 0시에 이 칼럼을 올리지요.

지금 저는 당 신 뒤 에 서 있- 습- 니- 다. 돌아보지 마세요...


^_^;




출처 : 지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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