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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중국 무술 탐방기-2

_______! 2007. 4. 6. 23:11
류병관 교수의 중국무술탐방기 2 '역사'와 '쓰인역사', 다시찾는 소림사의 붉은 눈
류병관 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본지 전문위원

 

김은경 kekisa@naver.com

 

나는 20세기 중국의 대표적인 철학가 풍우란(馮友蘭_) 선생이 말한 “역사와 쓰인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잘 적용되는 것이 바로 모든 무술의 원조라고 말하는 ‘소림사’ 라고 말하고 싶다. 인류의 역사에 ‘실제역사’와 ‘쓰인 역사’가 있다면 소림무술 만큼 잘 쓰인 역사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처음 소림사를 접하고 난 4년 전부터 지금까지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항상 태권도를 생각하면서도 꾸며진 ‘쓰인 역사’와 실제 ‘역사’ 사이의 괴리에서 솔직히 갈등과 번민을 느껴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역사는 언제나 후세의 해석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일반적 관념으로 달랠 수밖에 없는…, 물론 해석을 내리는 시대의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또 다르겠지만…?
그래서 진가구(陳家溝)에서 느낀 그 태극 양생공의 위력이 이런 나의 주관적 맥락에서는 동양무술의 역사를 대표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어차피 태극권의 기격적 요소들이야 요즈음같은 이종격투기가 성행하고 2m가 넘는 거한들의 힘이 기술을 압도하는 한방의 파워게임들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그리 흥미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현 시대의 무술적 상황을 감안해 보더라도 동작과 호흡이 일치하는 동공수련(動功修練)으로 하나같이 장수한 태극권의 조사들이야말로 무술의 양생적 가치를 보여주는 역사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태극권에서 받은 느낌과 이미 4년 전의 실망감이 겹쳐 다시 소림사로 향하는 길은 솔직히 그다지 큰 기대감이 나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소림사는 남고 소림 무술은 사라지고

이연걸의 영화 ‘소림사’ 이전에 이미 소림사는 ‘와생룡(臥龍生)’과 ‘진청운(陳靑雲)’ 무협지의 그 현란한 필체 속에서 ‘무림태산’, ‘무림종정’의 이미지로 널리 향수와 추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4년 전 1월, 숭산(嵩山)의 칼바람을 헤집고 처음 소림사를 찾았을 때의 그 참담했던 느낌은 내 인생에서도 이미 잊기 어려운 아픈 기억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기가 서려있는 형형한 눈빛에 내공이 충만한 소림사 주지스님, 오랜 수련으로 절도와 공부가 느껴지는 무승(武僧)들을 기대했던 우리들을 맞이하던, 공산당 명함을 내밀며 계단도 제대로 잘 오르내리지 못하던 비만한 주지 영신스님의 모습을 처음대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내 가슴속의 영원한 무림성지, 무림최고봉 소림사는 ‘와룡생’ 무협지의 낡은 표지처럼, 숭산의 그 스산한 바람처럼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기를 지니고 오랜 수련으로 단련된 그런 모습의 무승들 대신 고사리같은 때묻은 손으로 장봉 단봉을 휘두르며 1월의 칼바람에 덜덜덜 떨던 그 어린 시범단들의 기계적인 모습들 속에서 나는 잘 쓰인 역사와 잘 만든 영화 한편의 위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절실하게 느꼈었던 것이다.
그래서 느꼈던 심정이 바로 ‘소림사는 있어도 소림 무술은 없다’였다. ‘소림사는 남고 소림 무술은 사라지고……’ 그런 씁쓸한 되뇌임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공부가 뛰어난 소림 무술가도 없잖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기대했던 것은 그야말로 전 세계 무림의 종단과도 같은 위엄과 분위기, 그리고 수련된 무승들의 일상적 모습, 그런 것들이었다. 소림사는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런 소림사의 이미지가 상실된 것은 이미 나에겐 커다란 무술의 이상향을 잃어버린 아픔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이었다.
무술! 그 단련과 공부! 수련하는 모습들이 소림사 일상의 생활이요, 무술이 수양의 방법으로 통하는 그런 사찰인줄 잘못 알았던 정보의 부재를 탓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그런 심정들을 안으로 조심스레 묻고 그래도 또 다른 소림무술의 그 무엇을 찾아보고 싶은 심정이 나도 모르게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도 있었다.

 

입력 : 2006년 03월 27일 10:48:20 / 수정 : 2006년 03월 27일 15:22:38
출처 : 청해류병관의블로그
글쓴이 : 루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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