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7월 11일 (월요일) 09 : 40 세계일보 | ||
[전교학신문]대학가 신촌에 ''성역사박물관(Erotic Art Museum)'' 개관 | ||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포르노가 범람하는 요즘 성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유물들은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시시한 물건쯤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이나 오늘날의 성이 다르지 않듯이 일상 생활의 일부분인 성을 제대로 생각하고 누구나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설립자 원명구(54)씨는 “일본 규슈의 남근박물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섹스박물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에로틱박물관, 뉴욕의 섹스박물관 등 성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성(性)박물관이 있지만 대부분 역사성이 결여된 섹스샵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곳은 역사와 교육을 고려한 유물들을 통해 시대에 따라 성을 어떤 식으로 의식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120평 규모(3, 4층)의 전시장에는 500여점의 성 관련 유물과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남녀 모조 성기를 비롯해 성행위 조각상, 각국의 춘화, 성행위를 그대로 묘사한 노리개, 와당 등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이 유물들은 원씨가 직접 25년 동안 각국의 풍물시장 등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멀게는 3세기에서 가깝게는 근대까지, 국내 유물을 비롯해 중국, 일본, 네팔, 인도, 아프리카 등 사설 박물관이지만 질적, 양적으로 다양한 성문화를 관람할 수 있다. 4층에는 생·노·병·사, 네 가지 테마로 각국의 민속신앙에 나타난 성관련 유물과 종교로 승화된 성, 생활 속의 성과 관련된 에로틱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남근숭배사상인 기자신앙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남근 모형들은 나무, 흙, 청동 등 재료 또한 다양하다. ![]() 3층은 전시장과 함께 공연과 토론,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세미나실로 꾸며져 있다. 또한 한쪽에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성관련 자료 300여권이 구비되어 있어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원씨는 “단순히 성적 흥미위주의 공간에서 벗어나, 음지에 놓여 있던 성을 밝고 건강하게 이끌어 갈 수 있수록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 중”이라며 “우리시대의 성 담론이 무엇인지, 과연 순결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함께 도출해 낼 수 있는 건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람문의:02-3232-999) ■ 젊은이가 터놓는 性담론 성역사박물관 관장의 설명으로 한 시간 가까이 전시장을 둘러본 정윤호(성균관대4 휴학중), 송민성(성균관대4), 이지혜(이화여대3)씨는, 잔뜩 할 말이 많다는 표정으로 관람 후 자리를 함께 했다. “성박물관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 이들은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다른 어떤 가치성이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역사성도 있고 보기에 값진 유물들도 많았지만, 단순 나열식으로 전시되어 아쉬웠습니다. 좀더 전시품에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고 다양한 성담론을 이끌어내는 문화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동서고금의 전시된 유물에서 남성위주의 성 권력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나름대로의 소감을 나타낸 여학생들은 성의 개방성, 수용성의 문제에서 남녀사이의 평등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아울러 이와관련 성매매 범람 등 최근의 문란한 성문화 현상을 한목소리로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기성세대의 성문화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성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태도,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성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조 등 왜곡된 부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이지혜) 또 좀더 진지한 성교육이나 성담론의 부재도 화제에 올랐다. “문제는 여태껏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중1때 커튼 치고 난자가 정자를 받아들이는 동영상을, 그것도 여학생들만 보고 남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문틈으로 킬킬대면서 엿봤던 기억뿐입니다. 결국 성은 커튼을 친 것처럼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거죠.”(송민성) “남자도 그런면에서 나을 게 없어요. 오히려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있지요. 그리곤 연애담을 무용담처럼 부풀려서 떠벌리곤 합니다. 솔직히 자신의 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할 상대가 없어요.”(정윤호) “어떻게 보면 교육이 중요하지만 위험하기도 합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로 성을 바라보는 잘못된 성교육은, 자칫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성으로 그만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송민성) “맞아요. 옷차림 등 여성이 원인제공을 해서 성폭행을 했다는 식의 세간의 발상도 말도 되지 않은 강변입니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광화문 네거리에서 스트립쇼를 하더라도 누구도 나를 범할 수는 없어요. 그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이지혜) 성박물관에서 오고간 대학생들의 많은 성담론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리고 그 시각이 점점 요즘 사회의 성문화로 이어졌다. 이들 대학생들이 나누었던 성담론의 종착역은, ‘서로가 존중되고 서로가 원하는 그리고 상식이 통하면서 폭력적이지 않는 성’이었다. 특히 사회문제화 되는 숱한 성 관련 사건들도, 그런 ‘유쾌한 성’으로 점차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아울러 어떤 방향성 모색을 통해야만, 그런 ‘의미있는 성’을 알고 느끼며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은 모두의 숙제로 남겨지는 듯했다. 채향란기자/rani6@segye.com ⓒ전국 교수·학생 신문-전교학 신문&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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