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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아시아 신화를 보는 두 개의 시각

_______! 2008. 8. 9. 21:18
동아시아 신화를 보는 두 개의 시각


0.오늘 강연의 주제는 동아시아 신화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그것을 어떻게 이른바 판타지 동화에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동아시아)신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혹은 신화란 무엇인가, 이런 것이 아니다. 신화 자체가 아니라 신화를 둘러싼 담론의 문제가 오늘 이야기의 중심이다.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신화라는 담론의 정체가 무엇인가? 신화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어떤 시각의 교정이 필요한가?

1.왜 동아시아 신화인가?
근래 신화가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문화 코드의 하나가 되었다는 말은 이미 진부한 언사에 지나지 않는다. '신화'라는 표제가 들어간 책이 대중적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신화가 인문학계의 우회하기 어려운 화두가 되어 있다. 오래된, 혹은 잊혀졌던 신화들이 새삼 자본이라는 주술사의 영매를 통해 영화·애니메이션·게임·판타지소설 들 속에 출몰하면서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화(Mythos)는 이성(Logos)이 쇠한 우리 시대의 철학적 탐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인기리에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상품의 하나이다. 신화적인 것은 우리 시대의 한 '징후'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신화라고 할 때 그 신화의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전문연구자들이 인식하는 신화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신화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이윤기와 그리스신화 현상'을 통해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왜 이윤기의 그리스 신화가 새삼 낙양의 지가를 올리면서 한국사회의 대중들 사이에서 소비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적인 답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왜 수십 종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책이 시장에 나와 있는데 이윤기의 그것이 불티나게 팔렸으며, 그 소비가 발휘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언론들도 그렇게 기사를 써대고 있듯이 (대형출판사의 기획 의도에 따라) 그리스로마신화라는 한국사회의 오래된 스테디셀러를 소설가로 글 솜씨와, 스스로 20여 년을 연구했다는 자칭 신화연구자의 다양한 지식을 잘 버무리고 화려한 도판까지 곁들여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잘 포장해 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1)왜 그리스로마신화는 한국사회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어 있는가? 2)이윤기 판 그리스로마신화의 베스트셀러화가 지닌 부정적 효과는 무엇인가?
이윤기는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그리고 "그리스 로마의 신화는 왜 윤리적이지 못한가요? 아이들에게 읽히기가 겁나요"라는 것이다. 문화적 사대주의'가 아니냐는 비난까지 섞인 첫째 질문에 이씨는 "내가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우리'란 조선 민족으로서의 '우리'라기보다는 인류의 한 갈래로서의 '우리', 즉 보편적인 사람으로서의 '우리'에 가깝다고 밝힌다. '우리'는 몇 가지 기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데, 죽음이나 성(性)적인 경험 등이 그 예다.<계속>

출처 : 그닥 시답잖은 나의 공간
글쓴이 : 이충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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