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빼앗긴 한국의 후천세계
신라시대 불교조각의 백미, 보믈 제121호 경주 굴불사지 사면석불상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신라 경덕왕이 백률사를 찾았을 때, 땅 속에서 염불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땅을 파보니 커다란 바위가 나와, 그 바위의 사면에 불상을 새기고 절 이름을 굴불사라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 이 지역의 발굴조사에서는 고려시대의 건물터가 확인이 되었다. 출토유물 가운데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금고에는 굴석사(堀石寺)라는 명문이 있었다.
굴불사지 사면석불은 경주시 동천동 산 4번지에 소재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탈해왕릉 쪽으로 가다가 보면 사거리가 나오고, 좌측 산길로 들어가면 사면석불이 있다. 사면석불은 높이 약3m 정도의 바위에, 여러 보살상을 조각한 사방불 형태이다. 사면석불을 보는 순간 신라인의 불심과 예술혼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이 간다.
불상은 길에서 올라가면서 가장 크게 보이는 서쪽 면에는 아미타삼존불이 서 있다. 그리고 동쪽 면에는 약사여래좌상이, 남쪽은 삼존입상, 북쪽은 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특히 북쪽의 관세음보살입상은 얼굴이 열하나, 팔이 여섯 달린 관세음보살입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다. 이 사면석불을 둘러보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주 어디를 가나 쓸 만한 바위가 있으면 으레 양각이나 음각을 한 마애불이나 석불 등을 발견할 수가 있다.
통일신라 초기의 작품으로 보이는 이 굴불사지 사면석불을 보면서, 참으로 맥이 빠져 버렸다. 특히 남쪽의 미륵삼존불을 보면서 울화가 치민 것은, 일본인들에게 이렇게 훼손이 된 이후에도 그 훼손은 그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을 보면서 좌측에 양각을 한 석불을 떼어낸 자리가 있고, 본존불은 머리를 떼어가버렸다. 결국 한국의 미래를 들고 가버린 것이다.
문화말살정책을 끊임없이 폈던 일본은, 우리의 정신세계마져 없애버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를 돌아보면, 일본의 짓거리에 울분을 토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보존하고 전승해야할 내 나라 사람들에 의해, 또 다시 훼손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답답하다.
지금까지도 이런 것 하나 제대로 간수를 하지 못하는 이 나라가 과연 문화대국일까? 개인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문화대국이란 말이 맞다.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절대로 문화대국이 아니란 생각이다. 그런것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나라가 무슨 문화대국일까? 나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없는 것이 한이 된다는 이유로, 그저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무관심에서 오는 방치로, 수도 없이 훼파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들을 보면서 느낀다. 우리는 이미 일본의 치하에서 부터, 지금까지도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짓밟고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은 우리의 정신과 문화의 미래마져 빼앗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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