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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유산 아카이브화로 첫 출발

_______! 2008. 11. 1. 17:40

무형문화유산 아카이브화로 첫 출발
2008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
무형문화유산 세계화 시키는 역할 수행
 
박두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 박두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 박물관뉴스
[문화칼럼]
나폴레옹 1세가 가장 아꼈다는 시계 바세론 콘스탄틴, 파리의 왕족과 귀족들의 필수 여행 가방이었던 루이 뷔통과 에르메스 핸드백… 이들 명품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유래 깊은 장인 가문에서 생산돼 아직까지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안성 유기, 옻칠 그릇, 나전 칠기, 한산 모시 등 ‘무형문화재’라는 장인의 손길에 탄생한 오랜 전통의 명품이 있지만 서구권의 그 것처럼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산업화되고 탄탄한 소비층을 형성한 경우는 드물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2008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10월10일~30일)가 열렸다. ‘무형문화유산 허브도시’로서의 기치를 내걸고 반만년 유구한 우리의 무형문화유산과 해외의 것을 전시⋅실연⋅공연으로서 선보이는 첫 행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올해 행사는 사전엑스포(pre-expo)이다. 준비 기간이 짧지만 강행하게 된 데에는 내년 엑스포(본행사)를 완벽하게 치러내기 위함이 컸다. 내년에 있을 본 행사에서는 한국 및 세계무형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이를 산업화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따르면 무형문화유산(혹은 무형문화재)은 표현ㆍ지식ㆍ기능 등의 무형유산과 이에 관련된 도구ㆍ공예품 등의 유형유산으로 볼 수 있다. 즉, 무형의 지식과 기능, 그 것을 보유한 사람, 사람이 만든 작품 등이 모두 무형문화유산인 것이다.
 
인간문화재(사람)가 생산한 무형문화재(작품)는 유산이 된다. 장인은 전설이 되고 그가 디자인한 작품은 세월이 지나 유물이 된다. 유산과 유물이 된다는 것은 곧 재산과 보물이 된다는 것이다.
 
가난 속에서 살다간 ‘빈센트 반 고흐’, ‘이중섭’ 등은 수천만달러, 수억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우리도 뛰어난 솜씨를 갖춘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은 서울시무형문화재 칠장 김환경 선생과 중요무형문화재 옥장 장주원 선생의 작품들이 듀바이와 파리에서 전시전을 통해 고가에 팔려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천년 문화의 결정체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어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무형문화는 일제시대부터 산업화시기까지 해외, 특히 일본으로의 반출이 적지 않았다. 민화를 담배 한 갑에 수집해 갔다는 일제시대의 증언이나, 현대 국내장인들의 작품과 도구, 재료들이 계획적으로 수집돼 나가는 것이 그 예다. 문제는 희소하고 귀중한 우리의 문화가 헐값에 해외로 유출되고, 결국엔 국내무형문화의 지식과 기술이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문화를 지키는 박물관의 역할이 크다. 특히 전국의 사립박물관들은 저마다 수많은 테마로 국가의 무형문화유산을 수집하여 국민들에게 선보임으로써 무형문화유산의 해외 유출방지는 물론 국민들에게 우리문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사립박물관들이 수집한 다양한 무형문화유산 작품들은 유물이 될 것이다.
 
부천무형문화유산엑스포 역시 국내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발전에 앞장설 것이다. 국내외 무형문화를 엑스포를 통하여 선보이고 무형문화유산의 정보를 수집, 정리, 가공해 디지털기술 등을 활용해 DB로 구축하는 ‘아카이브化’ 작업이 그 시작이다.
 
현재 존재하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생은 유한하다. 아카이브화 작업은 장인의 생존유무와 작업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 DB로 만들어 무형문화유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 산업과 이어줄 수 있다. 기념품⋅악세사리 등은 물론이고, 가전제품⋅자동차 등 첨단 산업으로의 접목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채화칠기장인 김환경선생이 제작한 고급화장품 케이스를 국내 브랜드 ‘설화수’에서 출시한 사례나, 자수장 한상수선생의 이미지 데이터가 ‘KB기프트카드’의 디자인 소재로 사용된 사례 등이 앞으로는 더욱 빈번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아카이브화 작업은 지적재산권(특허권, 디자인권 등) 문제 해결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유럽연합(EU)등의 경우, 개인과 공동체의 문화유산을 저작권으로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지적재산권문제 해결은 FTA체결에서 선결조건으로 제시되는 추세이다.
 
무형문화유산은 문화의 다양성 보존과 고유문화의 세계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부천무형문화유산엑스포’는 국내외 무형문화유산을 수집하고 기록화하여 산업화 및 세계화 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올 해 ‘프레엑스포 (pre-expo)’는 세계 최초로 ‘무형문화유산’을 테마로 개최한 엑스포라는 평과 함께, 무형문화유산이 아카이브化로 가는 첫 출발점이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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