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예전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들은 이야기다. 초등학교때 들었던 기억이 나는 걸 봐서는 한 70~80년전에 있었던 일이리라.
한 10년전만 하더라도 나의 큰 집은 오지나 다름없는 농촌이었고 그 당시에도 그러했다. 뒤로는 산이 자리잡고 앞으로는 개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농촌마을, 그러면서도 딴데보다는 더 외진 곳. 그 곳이 당시 할아버지가 살던 곳이었다.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절친한 친구 분이 결혼을 하시면서부터 시작된다. 농촌 마을답게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리는 큰 잔치가 벌어졌고 할아버지는 너무 과음하신 나머지 너무 일찍 잠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여흥은 계속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짖궂게 신혼집 방문의 창호지를 다 구멍내고서야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즐겁던 하루가 끝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새벽의 고요를 깨버리고 말았다. 조그만 마을 어귀마다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마을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다 뛰쳐 나왔는데....(잠이 일찍 깬 내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나오셨단다.) 놀랍게도 비명을 지른 여자는 바로 새색시였다. 그녀는 얼마나 급했던지 옷매무새도 엉망인 채로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모두들 집으로 향하고 한 쌍의 신혼부부가 한참 깨를 쏟아내던 그 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더란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문을 두드린다기 보다는 조그만 돌맹이나 모래를 던지는 것 같더란다. 동네 꼬맹이들의 장난인줄 알고 신랑이 문을 연 그 순간, 신랑은 '악!'하는 외마디 비명만 남긴 채 신부의 눈에서 사라져 버렸더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는 '범이다!' 외마디가 절로 새어 나왔다. 아주 드물지만 이 마을도 범의 사냥터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해가 밝는대로 신랑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1~2시간이 지나 해가 뜨자 마을 사람들은 산으로 향했다. 손에는 저마다 유사시 무기로 쓸 낫, 곡갱이같은 농기구들을 지참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두시간이 지났을 무렵, 마을 사람들의 눈은 한 커다란 나무로 향하고 있다. 그 나무의 가지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새신랑의 시체가 늘어져 있었고, 나무 밑에는 희생자의 옷가지들과 신체의 일부로 보이는 것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신부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그날이 있은지 얼마 안되어 신부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죽창을 들고 복수한다며 산으로 향했다 한다. 그리고, 그 몇일 뒤 나무하러 산에 올라간 한 마을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신랑과 마찬가지 모습인체로......
* 예전에 처음 들었을땐 '범'을 호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쓰다보니까 호랑이보다는 표범같네요. 예전 한국의 괴담이란 책인던가, 잘 기억은 안나는데 강원도 산골에서는 이런 행위, 그러니까 산 짐승들이 민가와 내려와 문을 두드리는 행위에 대한 낱말이 따로 있더군요. (거시선 새벽에 3번이상 두드리기전에 나가면 안된다고 써있었는데....) 혹시 그거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참고로 한국에서 잡힌 마지막 야생 표범은 1962년 경남 합천 오도산에서 잡힌 것이라고 합니다. 할아버지 고향이랑 그리 멀지 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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