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두구미(三頭九尾)
#간략
삼두구미(三頭九尾)는 제주도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로 머리가 셋이고 꼬리가 아홉인 괴물이다.
삼두구미는 무덤의 시신을 파먹는 괴물로, 시신을 이장할 때는 삼두구미 귀신이 옮긴 무덤을 알지
못하도록 달걀과 무쇠 덩이를 묻고, 무덤 위에 버드나무를 꽂아둔다.
#설화
터주나라 터주골에 삼두구미라고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백발노인이 살았다. 그런데 삼두구미가 각시가 죽어버리니 후처를 장만한 궁리를 했다.
하루는 삼두구미가 신산(神山)에 올라가 삭정이를 하는 나무꾼을 만나게 되었다. 이 나무꾼은 딸만 셋을 데리고 사는데 살림이 아주 보잘 것 없었다. 삼두구미는 이 나무꾼에게 가서 “어떠한 사람이 허락도 없이 나무를 하느냐?”고 하였다.
나무꾼은 “딸 셋과 사는데 살기가 어려워, 나무라도 하여 입에 풀칠을 하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삼두구미가 하는 말이, “그렇다면 돈을 많이 줄 테니 딸을 내게 시집보내는 게 어떠냐?”하고 물었다.
나무꾼은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무꾼은 삼두구미를 모시고 집으로 내려와서 돈을 많이 받고 큰딸을 삼두구미에게 시집보냈다.
삼두구미는 나무꾼의 큰딸을 부인으로 삼아서 데리고 자기가 사는 산중으로 갔다. 삼두구미 부인이 따라가 보니, 산중은 산중이라도 고대광실 높은 집에 잘 사는 집 같았다. 삼두구미는 부인을 사랑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자신의 양쪽 다리를 뽑아서 주면서, “마을 갔다가 오는 사이에 그걸 다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 마을로 떠났다.
부인은 하도 끔찍해서 삼두구미를 따라온 일을 후회했지만, 이미 어찌할 수가 없었다. 부인은 사람 다리를 먹을 수가 없어서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고 있었는데, 마을 갔던 삼두구미는 돌아올 때가 되어 갔다. 할수없이 궁여지책으로 부인은 그 다리를 마루 널판을 들고 그 속에 숨겼다.
얼마 후 삼두구미가 들어오면서, “내 다리를 어떻게 하였느냐?”하고 물었다. 부인이 “예, 먹었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삼두구미가 “그러면 내 시험해 보겠다.”하고 큰 소리로, “나 다리야!”하고 불렀다. 그러자 마루널판 아래서 “예”하고 다리가 대답을 했다. 그러자 삼두구미는 삽시간에 변신을 하여 머리가 셋에 꼬리가 아홉인 짐승이 되었다. 그리고 “이 망할 년, 누구를 속이려고 하느냐?”하며 인정사정없이 부인을 때려 죽여 버렸다.
삼두구미는 다시 백발노인으로 변신을 하고 나무꾼 집으로 가서, 둘째딸에게 “언니에게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삼두구미는 둘째 딸을 데리고 들어와서는 큰딸에게처럼 다리를 먹으라고 시켰다. 둘째딸도 자신의 다리를 먹지 않자 다시 죽여 버렸다.
삼두구미는 다시 또 처갓집에 가서 이번에는 막내딸을 다시 저번처럼 데리고 오게 되었다. 삼두구미는 막내딸에게 “너희 언니들은 부자집에 가서 잘 사는데, 모레 친정에 인사문안을 오려고 한다. 그런데 가져올 물품이 많으니, 그걸 같이 가서 가지고 오자.”하고 말했다. 막내딸은 그것을 진정으로 믿고 삼두구미와 함께 길을 나섰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서 어떤 대궐같은 집안으로 인도를 하는데,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참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가도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이자 막내딸은 “우리 언니들은 어디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삼두구미는 점잖아보였던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달리 “시끄럽다. 잔소리 말아라.”하고 야단을 쳤다. 막내딸은 그제야 속은 줄을 알고, ‘이젠 이 놈을 달래어서 목숨을 보전해야겠구나.’하고 생각했다. 막내딸은 “시키는 대로 할 터이니, 무슨 말이라도 하십시오.”하고 말했다.
그러자 삼두구미는 자기의 양쪽 다리를 뽑아 주면서 “내가 아흐레 동안 마을에 갔다 올 테니, 그 사이에 이 걸 먹어라.”하고 말했다. 막내딸은 말을 잘 듣겠다고 하고는 “그러면 영감님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나는 이 다리를 먹는 사람이 제일 좋아.”하고 대답했다. 막내딸이 다시 “그러면 제일 싫어하는 건 무엇입니까?”하니까, “날달걀과 동쪽으로 뻗은 버드나무 가지와 무쇠덩어리가 제일 싫다.”고 하였다. 막내딸이 “왜 그것을 싫어합니까?”하고 묻자, “그건 차차 알게 된다.”하고 마을로 가버렸다.
막내딸은 혼자 집에서 울면서 날을 새다가 생각 끝에 장작불을 크게 피우고 그 다리를 모두 삶았다. 삶다가 남은 뼈가 손바닥만큼 해지자, 그걸 전대에 돌돌 말아서 자신의 배에 감고, 달걀과 버드나무 가지와 무쇠덩어리를 구해다가 숨겨두었다.
열흘째 되는 날 묘시가 되자 삼두구미가 돌아왔다. 막내딸은 앞으로 나서서 반가워하면서
“영감님 오실 때를 기다렸습니다.”하니, “내 다리는 어떻게 하였느냐?”하고 삼두구미가 물었다. 막내딸이 “예, 다 먹었습니다.”하니까, “그러면 내가 확인을 해 보겠다.”고 하더니, “내 다리야!”하고 불렀다. 이 소리에 막내딸 배에서 “예!”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삼두구미는 막내딸이 자신의 다리를 다 먹은 줄 알고 안심하게 되었다.
삼두구미는 막내딸에게 “너는 내 부인감이 분명하다.”라고 칭찬을 하였다. 막내딸은 삼두구미더러, “그러면 영감님 이름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나는 삼구구미라는 땅귀신이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막내딸이 “그러면 왜 달걀과 버드나무와 무쇠덩이를 싫어합니까?”라고 묻자, “그것은 내가 다른 것들은 다 휘어잡아도, 달걀과 버드나무와 무쇠는 휘어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걀에게 땅의 일을 물어보면 달걀은 ‘나는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으니까 모르겠다.’고 모가지를 좌우로 흔들어 턴다. 무쇠덩어리는 불에 넣어도 타지 않고 변동이 없어 내가 조화를 부릴 수가 없으니까 싫어한다. 그리고 동쪽으로 뻗은 버드나무 가지는 뻣뻣해서, 그것으로 나를 한 번 후리면 사지가 칭칭 절여서 운신을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막내딸은 다시 “또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까?”묻자, “날달걀이 얼굴에 맞아 범벅되면 앞도 보지 못하고, 무쇠덩어리로 가슴을 맞으면 가슴이 먹먹하여 싫어한다.”하고 대답했다.
막내딸은 그 말이 떨어지자, “영감님 머리에 이나 잡아드리겠습니다.”하며 이를 잡는 것처럼 하다가 얼른 숨겨 두었던 버드나무가지와 달걀과 무쇠덩어리를 내어 놓았다. 그리고 삼두구미에게 “영감님, 이게 무엇입니까?”하고 묻자 삼두구미는 겁이 나서 머리가 셋이고 꼬리는 아홉인 본래 모습으로 변신을 하여 땀을 뻘뻘 흘렸다. 그리고 “어이구! 이거 치워버려라. 빨리 치워라.”하고 손을 가로 저으며, 뒤로 물러앉았으나 도망갈 곳을 찾지 못했다. 막내딸은 “무슨 말입니까? 나는 이걸로 영감님 말이 참말인지 알아보겠습니다.”하며, 버드나무 가지로 삼두구미를 착착 때리니 삼두구미는 동쪽으로 달아났다. 막내딸이 달걀과 무쇠덩이로 얼굴과 가슴을 맞추자 삼두구미는 축 쳐져서 죽어갔다. 그제서야 막내딸은 먹을 갈아서 달걀에 천평지평(天平地平)을 써서 삼두구미 겨드랑이에 껴두고 방문을 열어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막내딸이 큰 소리로 “불쌍한 언니들아, 원수를 갚았으니 어서 나오세요.”하고 외치자, “이 방에 있다.”하는 언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방문을 열어보니 언니들은 삼두구미에게 죽어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막내딸은 치마에 그 뼈를 주워 담아 집으로 돌아와서 집 앞 골목에 모셔두고 아버지께 들어가서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이구! 불쌍한 내 딸들아! 가난이 죄로구나.”하고 통곡했다. 아버지는 칠성판을 장만하고 딸들의 뼈를 차근차근 주워 시신을 매장하려고 버드나무 가지를 한 아름 가득 준비하고 산중으로 올라가 보니, 삼두구미가 죽었다가 이제 막 살아나려 하였다. 아버지는 버드나무 가지로 삼두구미를 때려 죽여서 방아에 놓고 빻아 가루를 내어, 그 가루를 허풍 바람에 날렸다.
그때의 법으로 지금의 세상에는 묘를 이장할 때, 시신을 백보 바깥에 가져다 놓고 옷을 갈아입히고, 처음의 묘터에 달걀 세 개와 무쇠덩어리 세 개를 묻고 흙을 덮은 후, 버드나무 가지를 꽂아서 삼두구미 땅귀신을 방지하는 법이 마련되었다.
<삼두구미의 사진자료 : 천오(天吳)
고대 중국 해외동경(海外東經) 조양곡(朝陽谷)에 사는 천오(天吳). 머리와 꼬리, 발이 모두 여덟 개씩이고,먼저 묘를 옮기기 전에 삼두구미 토신님께 ‘옥황에 올라가십사'하는 내용의 축을 묘 앞에서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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