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작법.3>엇시조와 사설시조 | 時調작법(1) 2004/06/04
임정일(skyman63)
http://cafe.naver.com/ipoem/1317
나. 엇시조의 형태
초■중■종장 가운데 어느 한 장이 6~7
음보로 이루어진 시형이다.
엇시조의 「엇」이란 한자의 「於」에 이두(吏讀) 「叱(■) 엇 」을 붙여 만든 이두식
조어(造語)이다. 「엇」은 접두사로서 평시조와 엇비슷한, 또는 평시조에서 어긋난 형식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엇시조는
평시조의 기본 틀인 3장 6구 12음보에서 어느 한 장의 1구가 2, 혹은 3음보 정도
길어진 형태이다. 대개 초장과 중장이 길어지지만, 중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종장만이 길어진 경우는 드물다.
다시
정리하면 엇시조는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중간 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초■중■종장
가운데 어느 장이든지 길어질 수 있으나 중장이 길어진 형식이 일반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靑山도 절로 절로 綠水라도 절로 절로
山 절로 절로 水
절로 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중에 절로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 절로 하리라.
- 김인후의 "청산도 절로 절로■"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갈잎으로,
밤이슬로
사쁜 내린 섬의 새는
흰 갈기, 날개 돋은
한 마리 백마였다가
모래톱
은방석 위에
둥지 트는
인어였다.
象牙質 큰 부리에
선짓빛 깃털 물고
햇살 무동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훠이,
훠이, 날아간 새여.
- 윤금초의 "땅끝"
섬진강 놀러온 돌
은빛 비늘 반짝이고
드레스 입은 물고기 시리도록 푸르다.
강변 수은등이 젖은
눈 끔벅이고
구르는 갈잎 하나 스란치마 끄는 소리
바람도 빗살무늬로 그렇게 와
서성이고■.
수심 깊은 세월의 강
훌쩍 건너온 한나절,
저 홀로 메아리 풀며
글썽이는 물빛들이
포구 죄
점령하고
이 가을 다 떠난 자리
格子 풍경 예비한다.
-
윤금초의 "빗살무늬 바람"
김인후(金麟厚■1510~1560)의 "청산도 절로 절로■"는 중장과 종장이 늘어난 엇시조
형태를
취하고 있다. 윤금초의 "땅끝"과 "빗살무늬 바람"은 넷째 수와 셋째 수가 각각 엇시조 형태를
이루고 있다. 즉 "땅끝"에서는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는 진술 가운데 ( ) 부분이며, "빗살무늬 바람"에서는 <수심 깊은 세월의 강/ 훌쩍
건너온 한나절,/ 저 홀로 메아리 풀며/ 글썽이는 물빛들이/ (포구 죄 점령하고)/ 이 가을 다
떠난 자리/ 格子 풍경 예비한다.>는 진술 가운데 역시 ( )를 한 부분이 엇시조 형태를
취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엇시조를 창작할 경우 3장 6구
가운데(대개 중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어느 한 장의 1구가 2~3음보 정도 길어지더라도, 그 질어짐의 미학이
그냥 막연하게 자수만 늘이는 식이 아니라 시조 전체 구성상 어쩔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성과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
사설시조의 형태
사설시조는 초■중■종장 가운데 어느 한 장이 8음보 이상 길어지거나 각 장이 모두
길어진
산문시(散文詩) 형식의 시조이다.
사설시조는 평시조의 기본 음률과 산문율(散文律)이 혼용된 산문체의 시조 형태를 말한다.
시조문학의 변화■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평시조는 사대부(士大夫) 문학이었고,
사설시조는 서민(庶民) 문학이었다. 달리 말하면 평시조는 양반계층의 문학이었고
사설시조는 서민대중의 문학이었다. 사설시조는 사대부 시조의 관념성과 대립되는
사실적 요소에 의한 현실인식의 시였고, 그것은 다음에 올 자유시의 기초를 닦게 해준
기폭제였다고 볼 수 있다.
박철희 서강대 교수는 사설시조가
발전하여 현대 자유시의 모태를 이루었으며, 더 나아가
오늘의 산문시를 낳게 한 밑그림과 같은 시 형태였다고 풀이한 바 있다.
사설시조는 그 형태 때문에 더욱 독특함을 보이는 시조다.
사설시조의 형태를 규정하는 데는 평시조의 음수율을 기준으로 하여 왔으며
지금까지 거론된 학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사설시조는
초■중■종장에 두 구절 이상 또는 종장 초구라도 평시조의 그것보다 몇 자 이상
되었다. 그러나 초■종장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이병기
「國文學槪論」 P.117
2).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여 초■중■종 3장 중에 어느 장이 임의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초장은 거의 길어지는 법이 없고 중장이나 종장 중에 어느 것이라도
마음대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대개는 중장이 길어지는 수가 많다.
조윤제 「國文學槪論」 P.112
3). 초■중장이 다 제한 없이 길고 종장도 어느 정도
길어진 시조다.
고정옥 「國文學要綱」 P.396 / 김사엽 「李朝時代의 歌謠硏究」 P.254
4). 사설시조는 초■중■종 3장의 구법(句法)이나 자수가 평시조와 같은 제한이 없고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어조(語調)도 순산문체로 된 것이다.
김종식「時調槪論과 詩作法」 P.89
5).
초■중■종장이 다 정형시에서 음수율의 제한을 받지 않고 길게 길어진 작품을 사설시조라
하며■ 김기동 「國文學槪論」 P.115
6). 단시조(短時調)의 규칙에서 어느 두 구 이상이 가각 그 자수가 10자 이상으로 벗어난 시조를
말한다. 이 파격구(破格句)는 대개가 중장(제2행)의 1, 2구다. 물론 종장도 초장도 벗어나고
3장이 각각 다 벗어나는 수도 있다. 이태극 「時調槪論」 P.69
7). 사설시조는 시조 3장 중에서 초■종장은 대체로 엇시조의 중장의 자수와
일치하고
중장은 그 자수가 제한없이 길어진 시조다. 서원섭 「時調文學硏究」 P.32
8). 종장의 제1구를 제외한■두 구절 이상이 길어진 것을 장형시조(長型時調) 또는
사설시조라고
한다. 정병욱 편저 「時調文學事典」
9) 엇시조는 2음보가 세 번 중첩되어 6음보가 나타난 곳이 한 군데만 있는
시조라고 규정할 수
있고 2음보가 세 번 중첩되어 6음보가 나타난 곳이 두 군데 이상 있거나 2음보가 네번 중첩되어
8음보가 나타난 곳이 한 군데 이상 있는 시조를 사설시조라고 규정할 수 있다.
조동일 「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
사설시조 약
300수를 분석한 결과 초■종장이 단독으로 길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며,
중장만이 단독으로 길어진(3구 이상)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
사설시조는 초■중■종장의 3장시로서 종장 첫 구 3자의 고정을 원칙으로, 어느 한 장이 3구 이상
길어지거나 두 장이 3구 이상, 혹은 각 장이 모두 길어진 자유로운 구수율의 산문 시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장 이상, 혹은 각 장이 모두 길어질 경우 자유시와 다른 시조 고유의 변별성을 획득할 수
없으므로, 초장■종장은 평시조의 정형률을 따르되 중장만을 길게 하는 것이 사설시조의 타당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윤금초)
그 구체적인 예를
보자.
한盞 먹세 그녀 또 한盞 먹세 그녀 곶 것거 算 노코 無盡無盡 먹세 그녀
이 몸이 죽은 후면 지계우혜 거적더퍼 줄이여 메여 가나 流蘇寶帳에 萬人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덥 개 나모 白楊속에 가기 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굴근 눈 소소리바람 불제 뉘 한 盞
먹자 할고 하물며 무덤우헤 잰납이 파람 불제야 뉘우친들 어떠리
- 정철의 "장진주사"
사람이 몇 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 만폭동 다 그만 두고 구름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 안개 풀 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담(蓮珠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 조운의 "구룡폭포"
때린다, 부 부순다, 세상 한 켠 무너버린다.
바람도 바다에 들면
울음 우는 짐승 되나. 검푸른 물 갈기 세워 포효하는 짐승이 되나.
뜬금없이 밀어닥친 집채만한 파도, 파도. 해안선 물들였던 지난 철 허장성세 재갈매기 날갯짓 소리
환청으로 들려오고, 우리 더불어 한바다 이루자던 동해 바다 문무대왕 수중릉 대왕암이 하는 말도,
몇 문단 밑줄 친 언어 다 거품 되어 스러진다. 미완성 내 그림자 물거품 되어 쓰러진다. 난파의
세간살이 부러진 창검처럼 이에 저에 떠밀리는 먹빛 아찔한 이 하루, 천길 궁륭같은 푸른 물 속
한 걸음 헛디딘 벼랑길 이 하루가 멀고 험한 파랑에 싸여 자맥질한다,
자맥질한다.
저 바다 들끓는 풍랑 어느 결에 잠재울까.
- 윤금초의 "해일"
멀어져간 잎새들은 어디로 가 무엇이 되었는가.
가슴에 못이 된 비밀도
지고 나면 잊혀지나, 잊혀지나 내가 버린 말들은 거미줄에 얽히운다.
잠자리 나 비처럼 젖은 눈에 걸리운다. 약속한다고, 영원이라고, 진실이라고 몸 부수며 멀어져간
잎새들은 어디로 가 무엇이 되었는가. 하늘은 머리 위에 내려와 되풀이 묻지 말라, 묻지 말라 하느니.
2차선 길섶으로 줄지어 핀 벌개미취, 늦벌 두엇 데려와 빗질한 그물바람 가만
풀어놓느니.
농부는 늙은 소걸음, 놀빛 길을 따라가네.
- 홍성란의 "그물바람
지나는 길"
앞산도, 저 바다도 몸져 누운 국가부도 위기.
03
대통령 IMF 기사를 읽다가 임프! 임프가 뭐꼬? 묻는다. 경제수석 더듬거리며 국제통화기금이라는
것입니다. 03 대통령, 누고? 누가 국제전화 많이 써 나라 갱제를 이 지경으로 맹글었노? 도대체 이번
사태까지 오게 된 원인이 뭐꼬? 뭐꼬? 네네네 네,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종금사 부실 경영이■.
03 대통령 탁자를 내리치며 도대체 종금사가 어데 있는 절이고?
이튿날 대중 대통령, 긴 한숨 내쉬며 언제 디카프리오(빚
갚으리오).
- 윤금초의 "인터넷 유머 / 1 - IMF, 정축 국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전 사설시조의 본령인 해학성, 현실비판, 상소리(요설), 풍자, 에로티시즘,
유머 등은 오늘의 감각에 걸맞게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서사적 요소와 해학성 및 풍자정신을
가미한 사설시조를 활발하게 창작하게 되면 우리 시조문학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따라서 사설시조는 1) 서사구조, 2) 복선(伏線■나중에 전개될 사건을 미리 넌지시 귀띔해 주는
장치),
3) 극적 요소(드라마), 4) 걸쭉한 입담, 5) 웅장한 스케일, 6) 판소리의 아니리조(극적 줄거리를 엮어
내는 사설), 7) 갈등구조, 8) 풍자정신, 9) 쉬어가는 대목(休止), 10) 종장의 대반전(大反轉) 효과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사설시조의 매력은 산문시를 뛰어넘는 문장의 긴장감 유지와, 압축과 생략의 미학을
추구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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