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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의 전통무기] 전통무예/무기 체계 해석과 복원상 한계

_______! 2008. 10. 29. 15:14


근래에 높아진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특히 밀리터리 취향에 대한 높은 관심이 더해져, 우리나라 고대 이래의 전통 무기 및 무예, 전투형태에 대한 복원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군사사(軍事史)의 일환으로 전문적인 역사학자들의 심도있는 연구와 아울러 일반 동호인들과 무술인들도 전통무기의 활용법, 전통무예에 대한 복원 노력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 성과물도 차츰 축적되고 있고요.

이러한 전통 무예와 무기체제의 해석과 복원 노력은 물론 바랍직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그러한 해석과 복원 노력을 근본적으로 높게 평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려스런 눈길로 쳐다보는 것은 우선 명확한 전통 무예와 무기체제에 대한 개념 정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에 그림을 참조해 주십시오.




이 그림은 주로 전근대 시대에 중국에서 사용되는 냉병기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일차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우리나라의 전통무기란 중국 한자를 빌려서 표현한 것이고 그것은 다시 말해 한국특유의 무기 형태도 중국의 무기를 의미하는 한자를 차용해 표기함으로써 정확한 무기의 개념을 정립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한국과 중국의 무기가 대체로 비슷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합니다.(출토되는 무기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비슷한 만큼, 중국과는 상당히 구별되는 한국만의 무기가 있으며 그러한 무기는 일부 고고학적 유물로 실존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같은 고유의 무기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무기의 개념을 빌려서 표현해야 되고, 그 와중에 중국무기와의 차별성이 희색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전문 연구자들이나 동호인들은 이러한 병기들의 실제 사용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극(戟)이란 장병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우리는 저 극(戟)이란 무기의 개관적인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설명들은 실제로 여러 연구서나 개설서에서 그 개념과 사용례가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족할까요?

극은 모(矛)와 과(戈)를 합쳐놓은 그 특유의 형태로 언제나 손쉽게 구별가능하고, 또한 모의 찌르는 기능과 과의 베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무기라는 것을 알 수는 있습니다. 그러한 그것을 저 극의 실체를 모두 안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현재에 존재하는 연구자나 동호인들중 어느 누구도 저 극을 가지고 실전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가장 큰 병폐가 됩니다. 즉, 실전에서는 어느 기능을 더 중시해서 사용하고, 실전상의 이 무기의 한계는 무엇이며, 실전상의 이 무기의 기능과 한계를 고려했을 때 극을 가진 병사들을 실전에서는 어떤 식으로 배치/활용했을까 하는 문제에서는 어쩔 수 없는 근원적인 난관에 봉착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가 K-1 전차의 그림과 제원만 적어두고 이것으로 K-1 전차의 실전적 성능을 알아 낼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어떤 병기든 그 병기의 성능과 한계는 오로지 축적된 실전 경험을 통해서만 증명됩니다. 우리의 연구에는 그러한 실전 경험이 전무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추정뿐입니다.

물론 과거 전적에 이러한 무기의 활용방법이 서술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 묘사된 것은, 특히 냉병기처럼 직접 사람이 다루어야 하는 무기의 묘사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제 아무리 상세한 묘사를 한 전적을 참고했다 하더라도, 실전상의 모습을 한 번 볼수 있는 것만 못합니다. 이게 가장 큰 한계입니다.

셋째로, 이러한 무기의 사용례를 복원하고자 하지만, 이미 그러한 기술을 가진 보유자가 절실되었다는 점입니다. 간단히 묻겠습니다. 부월을 사용하는 무술가가 있습니까? 창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무술가가 있습니까? 설령 있다고 해도 무술로써 사용하는 창의 기능과 실전에서 전투용으로 사용하는 창의 기능이 같겠습니까? 전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전투 환경이 달라지면, 병기의 쓰임새도 달라지는 것은 불가지입니다.

또 한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우리의 전통 검술을 사실상 실전되었습니다. 비록 『무예도보통지』에 본국검의 검세가 그림과 함께 설명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의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위 자세는 내략(內掠)이란 검세입니다. 좌우내략이 있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알겠지만 안쪽에서 쳐 올린 듯한 자세같은 데, 략(掠)이란 글자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큰 한자자전을 펼쳐 보십시오. 략에는 "탈취하다", "노략질하다" "매질하다" 정도의 의미만 있을 것입니다. 더 큰 자전을 살펴본다고 해도, 무술상의 동작을 설명하는 용어로 "략"을 뭘로 해석하겠습니까? 겨우 이런 그림과 이 설명만으로 우내략과 좌내략이 정확한 어떤 검세인지 재현해 낼 수 있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검도단체를 중심으로 이 본국검법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많습니다. 실제로 복원했다는 주장의 기사도 몇번 본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복원이란 표현은 어불성설입니다. 그 누구도 증명해 줄 수 없는데, 그 복원했다고 하는 검법이 옳은지 그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복원이 아니라, 도보만 가지고 우리가 현대에서 다시 해석해내고 정확히는 창조해낸 새로운 검법일 뿐입니다. 그 분명한 한계를 지적해야 합니다.

이런 비슷한 경우가 마상무예입니다. 위에 든 냉병기중 상당수는 말을 탄 채 쓰는 병기입니다. 그러나 말을 탄 채로 무기를 써본 사람은 지금은 없습니다. 이것 또한 현재에는 실전된 무예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마상에서 쓰였을 무기들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추정해 낸다는 것은 이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어떤 무기들은 말을 탄 기병과 말을 공격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용도라는 것만 추정하지 실제 사용례는 모릅니다. 실제로 말탄 기병을 그 무기로 공격해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가지 점들은 우리나라의 전통 무예와 무기, 그리고 무기체계를 해석하고 복원해 내는데 크나큰 한계로 작용합니다. 문헌적 고증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러한 무기의 사용법, 혹 전통무예는 거의 다 실전되었습니다. 더불어 실전에서 사용한 경험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이런 한계를 도외시하고, 무예와 무기체계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는 시도입니다.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냐는 비판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라고 뾰족한 대안은 없습니다. 다만 단정적인 결론은 보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실전 사용례를 확인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독자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와 더 많은 고고학적 성과들이 축적되고, 또한 다양한 무기를 실전처럼 연마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생겨나야 가능해 질 것입니다.

아직 우리의 연구성과는 초보적인 단계입니다. 이 한계를 도외시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좀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 재규의 철학사전
글쓴이 : 구름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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