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성이 지극한 독자가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큰 병을 앓게 됐는데, 너무 가난해서 의원을 부를 수가 없어 아들은 애만 태우고 있었다. 안타깝게 여기던 마을사람 하나가 용하다는 의원 얘기를 해주었다.
“직접 찾아가면 틀림없이 자네 어머니 병을 고칠 방법을 일러줄 걸세. 그런데, 문제가 있어.” “뭔데요?” “거기를 지나야 한다네.” “네? 거기를요?”
거기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들판 가운데 느닷없이 불이 환하게 켜지곤 하는 곳을 일컫는 것으로, 거기에 가면 죽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효자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어두워졌다. “이거, 말하지 않은 게 나을 뻔 했나? 괜히 말을 꺼냈나 보네.” “아,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가 저리 아프신데, 아들인 제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다녀와야지요.” “역시 자네는 효자구만. 무사하길 빌겠네.” |
효자는 그날 당장 길을 나섰다. 넓은 들판으로 들어서서 얼마나 갔을까. 불빛덩이 하나가 길을 가로 막았다. ‘음~. 저게 그 소문의 불빛이로구나.’ 효자는 무서웠지만,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불빛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넌 누구냐? 누군데 내 길을 막는 것이냐?”
순간 불빛이 주춤하는 듯하더니, 이내 요사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천년 묵은 구렁이다. 넌 누구냐?” 효자는 무서웠지만 이판사판이다 싶어 배에 더 힘을 주면서 소리쳤다. “나는 만년 묵은 여우다!” 그러자 구렁이가 뜻밖의 말을 했다. “아이고, 그러십니까?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둘은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싫어하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되었다. “형님, 저는 세상에서 담뱃진이 제일 싫고 무섭습니다. 형님은 어떻습니까?” 효자는 돈 때문에 죽고 살고 하는 세상이니 돈이 제일 싫다고 대답했다. 구렁이와 헤어진 효자는 의원을 찾아가 약을 구해다 어머니 병구완을 했다. 그런데 얼마 뒤, 밤만 되면 마을 주위로 불빛이 돌아다니며 마을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 천년 묵은 구렁이가 마을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담뱃진이 세상에서 가장 싫고 무섭다는 구렁이의 말을 기억하고 있던 효자는 마을사람들에게 담뱃진을 모아오라고 해서 구렁이가 나타나는 곳마다 가서 담뱃진으로 불을 질러버렸다. 그러자 다시는 그 불빛이 나타나지 않았고 마을은 평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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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오는 날,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더니 효자네 집 뒷마당에 그 불빛이 나타났다. “아이쿠! 저 구렁이란 놈이 복수하려고 왔나보구나. 담뱃진이 없는데, 이를 어쩐다?” 효자가 방 안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빗소리 사이로 구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나도 형님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을 가져왔으니, 받으시오!” 그리고 집 지붕 한 쪽이 우지끈 무너져 내리더니, 불빛이 사라져버렸다. 구렁이가 던진 것은 엄청나게 큰 돈다발이었다. 그렇게 해서 효자는 부자가 되어 어머니를 모시고 잘 살았다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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