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같은 농경신이고, 특별한 신체나 제단은 없다. 다만 밭에서 점심을 먹을 때 먼저 밥을 조금 떠서 던지며 “고시래!”를 하는데, 이것은 농신을 대접하는 행위라고 한다.
여신이라고는 하지만 조선 시대 이후 정립된 지고지순한 여신상이 아니라 남들에게 온갖 사기를 다 쳐가며 세상을 주름잡는 마성의 여인(?). 소위 자립적인 여성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닥 존경스러운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녀의 사기행각을 살펴보자면.
- 문도령과 공부 경쟁을 하면서 공부 비법을 거꾸로 알려준다.
- 물론 문도령이 자신이 여자인 것을 눈치채고 내기를 걸어서 어쩔 수 없기는 했다. 그런데 막판에 자기가 먼저 고백하고 결혼 약속을 잡는다. 츤데레? 하긴 시간의 갭이 좀 있긴 하지만.
- 정도령이 자신을 속이고 자신과 결혼하려 하자 무릎베게를 해 준 상태에서 죽여버린다. 나중에 다시 살려주기는 한다.
- 남자로 변장해서 서천꽃밭 주인의 막내사위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 서천꽃밭의 꽃을 마음대로 막 쓴다(...) 그리고 결혼했던 여자는 나중에 문도령에게 줘버린다(...)
- 문도령 부모의 시험을 통과할 때 마지막에 발이 베인 걸 월경 탓이라며 얼버무렸다.덤으로 그걸 보며 비웃고 있던 선녀들도 월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 하늘에서 곡식의 씨를 받아 농사를 지었다든가 천상에 적이 쳐들어오자 꽃 하나 들고 다 쓸어버린다든가(카자미 유카?) 꽃으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든가 하는 걸 보면 먼치킨이 따로 없다(...) 사실 꽃이 사기이긴 한데 분명 인간이라면서 부엉이 한 마리 잡아 준 값으로 막 갖다 쓴다(그전에 신들은 뭐했나 부엉이 한 마리 못 잡고). 바리공주 이야기의 일부 판본에서 저 사람 살리는 꽃 세 송이 얻어가려고 바리데기가 그 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참 비교된다.
한국 신화에서 보기 드물게 주변을 휘어잡는 여인이며 이를 소재로 만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