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대 로마 시대의 형벌 ¶
대역죄인이나 폭정을 일삼은 황제, 이를테면 폭군 네로나 도미티아누스의 경우에게 내려지던 형벌의 하나. 공문서나 각종 기록에 남겨진 대상자의 이름을 지우고 건물에 새겨진 대상자의 초상 등을 긁어내 없애버리며, 이를 통해 대상자를 아예 이름만 있지만 업적은 없는 황제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명예를 소중히 하는 로마인에게는 죽은 후에 부관참시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빼앗는 사형을 능가하는 최악의 형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록말살형은 역사학자들에게도 최악의 적이다. 애초에 고대의 기록 자체가 현재까지 전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 시절 당시에 작정하고 기록을 없애버리게 된다면 자료를 얻는 것은 사실상 답이 없게 된다결국 남은 것은 유물이나 당대의 평판, 혹은 추정 정도이다.
일면 조선시대에 이루어졌던 팽형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다만 팽형은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니 차라리 이것이 낫다고 보는데.
한국에서는 시오노 나나미의 영향을 받아서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존재는 두되 그가 한 일을 기록에서 뺀다는 점에서 다른 것이다. 네로나 도미티아누스도 이 형벌을 받았지만 후대 역사가들은 두고 두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겼었다. 5현제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도 이 형벌을 받을 뻔 했다.
역사의 떡밥으로 숨겨진 역사라는 측면에서 자주 애용되는 클리세이기도 하다. 요세푸스는 모세가 이집트 왕가에서 컸고 이디오피아를 정복하는 등 훌륭한 왕자였으나 십장을 죽이고 도망간 후에 기록말살형을 당해서 호적이 파였다고 기록하고 있다.[2]
찰턴 헤스턴이 나온 공포물에서도 이런 설정이 나오는데 아버지를 사고사로 죽인 여성파라오가 이 형벌을 당해서 역사에서 파였고 그런 이유로 그녀의 무덤이 도굴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 결말은 그 여왕은 찰턴 헤스턴의 사산된 딸에게 빙의되어 부활하여 아버지를 사고사 시키게 된다.
2 근, 현대시대의 예 ¶
고대 로마 이후로 기록말살형이 공식적인 형벌로 지정된 사례는 없으나, 근대는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탈리아는 무솔리니의 이름에 콘크리트를 부어 기록을 없애기도 했다.
- 스탈린 치하 당시의 소련에서 행해진 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숙청당하게 되면, 그 사람이 전에 찍었던 사진에서 모조리 그 사람의 모습을 지워 없애버린 것. 상세한 사항은 대숙청 항목을 참고. 스탈린때는 아니지만 흐루쇼프 역시 권력에서 물러난 후 모든 업적이 삭제되는 불운을 겪는다. 중국에서도 문화대혁명 때 류사오치, 덩샤오핑이 사진에서 지워지는 일을 당했다.
-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자주 벌였다.
- 북한에서는 지금도 애용되는 형벌이다. 이런 저런 일로 숙청되는 사람들의 저작은 언급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북한 문학사의 계보는 남한에서 이전에 입수한 문건에 의존하는 것이 빠를 정도이다.[3] 반동분자와는 거리가 먼 소련이나 중국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 조선의 해방주체나 한국전쟁의
북한만 주장하는승전 주체가 소련,중국의 도움 부분은 모두 삭제되고 오로지 김일성의 영도로만 고쳐진 것이 대표적인 예.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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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자 그대로 기억을 죽인다는 뜻.[2] 영화 십계에서는 바로 이 학설을 그대로 영화에 담았다. 첫 장면에서 이디오피아의 정복자로 모세가 나오고 있으며 파라오가 죽기전에 스스로 그 칙령을 어기겠다고 하고 모세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3] 어떤 작가가 숙청되면 그가 낸 모든 작품과 그가 언급된 모든 기록이 수정된다고 하니 후대 작가들은 그의 존재 자체를 모르게 된다
도깨비 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