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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의 군사문화재 - 수노(手弩)

_______! 2008. 10. 29. 15:11


삼국 시대·고려 시대에 이어 조선 시대에도 쇠뇌(弩)는 계속 사용됐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쇠뇌는 활에 비해 소홀히 취급돼 군대에서 비중 있는 무기로 운용되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가끔 쇠뇌와 관련된 기사가 등장하지만 어느 기록에도 군에서 쇠뇌를 대량 운용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쇠뇌는 장점이 많은 무기다. 쇠뇌는 활과 달리 팔 힘과 무관하게 누구나 발사할 수 있다. 사용법을 익히기도 활보다 훨씬 쉽다. 활은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오랜 수련이 필요하지만 쇠뇌는 그런 과정이 필요 없다.

1727년에 쓰여진 조선 시대 쇠뇌 제작법을 담은 책인 ‘노해’(弩解)를 보면 “쇠뇌를 제작·사용하면 어린아이나 약한 부녀자라도 능히 시위를 당겨 화살을 발사할 수 있다”고 쇠뇌의 장점을 격찬하고 있다.

쇠뇌는 사격 속도가 활에 비해 6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느린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활과 쇠뇌를 조합, 사용할 경우 장단점을 상호 보완해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조선 시대에 쇠뇌가 소홀히 취급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활은 전투 무기임과 동시에 심신 단련의 도구로 높게 평가됐지만 쇠뇌는 아녀자도 쏠 수 있어 훌륭한 전투 무기는 될지언정 심신 단련의 도구로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영·정조대에 이르면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쇠뇌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군사 훈련이 부실해지는 등 국가의 안보 체제가 와해되는 상황에서 간단한 훈련으로 사용법을 습득할 수 있는 쇠뇌의 중요성이 다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무사들이 익혀야 할 여덟 가지 필수 무예 중 하나로 쇠뇌 사용법을 꼽으면서 무과 시험 과목에 쇠뇌를 포함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비록 대량으로 사용되지 못했지만 조선 시대 쇠뇌 중에는 특징적인 것이 많다. 조선 후기에 쓰여진 무기 관련 서적인 ‘훈국신조군기도설’을 보면 연발 사격이 가능한 특수 쇠뇌인 수노(手弩·사진)가 등장한다.

수노는 전갑(箭甲)이라 불리는 화살 상자를 장착하고 있다. 전갑 속에는 화살 10발 정도를 한꺼번에 넣어 손잡이를 아래위로 흔들면 자동으로 발사된다. 별도의 장전 과정 없이 연발 사격이 가능하므로 수노는 다른 쇠뇌와 달리 발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손으로 손잡이를 흔드는 것만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여자도 쏠 수 있는 쇠뇌라는 의미에서 부인노(婦人弩)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노는 자동 장전을 위해 화살 끝에 깃이 없다. 때문에 화살이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 사거리가 짧고 명중률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0. 20 >

출처 : 재규의 철학사전
글쓴이 : 구름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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