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탐정 수업 중이에요

쉿! 탐정 수업 중이에요

기사입력 2008-10-30 11:48

'우리시대 탐정' 민간조사원 따라잡기

 어린 시절, 탐정을 꿈꾸신 적 없으십니까?

표지 색깔 때문에 '빨간책'이란 야릇한 별칭으로 불리던 해문출판사의 '팬더추리걸작시리즈'와 오랜 팬들의 향수(?)를 위해 엉성한 번역마저 그대로 둔 채 '동서미스터리북스'란 이름으로 최근 재출간한 동서문화사의 '동서추리문고'.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봤을 책들입니다.

비 내리는 외딴 산장의 2층방. 안으로 잠겨 열리지 않는 문 뒤로 자결한 투숙객. 바바리 깃을 세운 낯선 남자가 담배 한 모금을 빨아 허공으로 담배 연기를 날려보낸 뒤 던지는 한마디. "이건 명백한 밀실 살인입니다." 그시절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탐정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탐정이란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람들이란 것을 깨닫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상 탐정 업무는 물론 '탐정'이라는 용어의 사용도 법으로 허용되지 않으니까요.

현행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정인의 소재를 탐지하거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은 물론 정보원·탐정 혹은 기타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일'은 명백히 불법입니다.

탐정이랍시고 멋대로 일을 벌였다간 불법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오해받기 십상입니다. 더 이상 탐정을 꿈꾸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도 분명히 탐정은 있습니다. '민간조사원(PI·Private Investigator)'이란 이름의 그들은 보험범죄나 교통사고 분석, 실종자 및 가출인 소재 파악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물론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사건 담당 변호사나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법적 위임을 받은 특정 사건에 한해서만 조사활동을 벌일 수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나 현재 국내에서만 45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정도랍니다. 입법을 추진 중인 '민간조사업법'이 제정되면 그 수는 급격히 늘 전망입니다.

이 같은 경향을 타고 최근 부산의 한 대학에 민간조사원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탐정학교'입니다.

더 이상 탐정은 어린 시절의 꿈만은 아닙니다. 물론 아쉽게도 '탐정'이란 이름은 사용할 순 없지만요.

어린 시절, 탐정의 꿈을 꾸었던 여러분! 어떠신가요? 다시 한 번 그 시절의 꿈을 꿔 보지 않으시렵니까? 내일의 셜록 홈스, 에르큘 포아르가 어쩌면 바로 여러분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글=김종열 기자 bell10@busanilbo.com사진=정종회 기자 j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