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자료

한국의 군사문화재 - 동개활과 동개살

_______! 2008. 10. 29. 15:04


동개활은 말 위에서 사용하는 전통 활의 일종이다. 동개활도 재료나 제작법은 조선 시대 활의 표준인 각궁과 유사하지만 말 위에서 사용하기 편하게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각궁 길이가 120~130cm 정도인데 동개활은 110cm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한국 활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크기가 작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전통 활은 서양의 장궁(長弓)과 반대되는 개념의 작고 짧은 활, 즉 단궁(短弓)에 속한다. 동개활은 그런 작은 한국의 전통 활 중에서 가장 작은 활인 셈이다.

말 위에서 활을 쏠 때 큰 활은 사용하기가 불편해 작은 활일수록 유리하다. 때문에 크고 길이가 긴 장궁을 주로 사용한 서양에서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궁기병(弓騎兵)이 별로 활약하지 못했다. 반대로 우리나라처럼 작은 활을 쓰는 몽골·터키 등에서 궁기병이 발달했음은 물론이다.

동개활에서는 동개살이라고 부르는 전용 화살을 사용했다. 동개활이 작은 활이기 때문에 동개살도 평균적인 화살보다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화살의 길이는 두 자 일곱 치(二尺 七寸) 정도인데 동개살은 두 자(二尺)가 안되는 짧은 길이였다. 동개살은 화살의 길이는 짧지만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화살 끝의 깃이 아주 크다. 동개살은 깃이 크다는 의미에서 대우전(大羽箭)이라고도 한다.

말 위에서 활을 쏘는 기사(騎射)는 조선 시대에 ‘우리나라의 장기’(我國長技)라고 자부심을 가질 만큼 중요한 무예 기술로 평가받았다. 당연히 무과시험에도 기사가 포함됐다.

무과에서 서서 쏘는 보사(步射)는 활 쏘는 사람 정면의 일정 거리에 표적을 놓고 쏘는 방식이었지만 기사는 표적을 옆에 두고 말을 타고 달리면서 몸을 틀어 활을 쏘아 표적을 맞히는 방식의 시험이었다.

기사에서 표적을 맞혀도 말의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감점됐다. 기사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활을 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간이 물시계인 주통(注筒)을 만들어 말이 달리는 속도를 측정했다.

무과시험 기사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는 30m(25보)를 넘지 않았다. 보사의 사거리가 96m(80보) 이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사는 사거리가 무척 짧았다. 무과시험뿐만 아니라 실제 전투에서도 말의 움직임 때문에 먼 곳에 있는 표적을 맞히는 것은 힘들었고 말을 타고 돌격하다가 적과 근접한 후에 활을 쏘는 것이 보통이었다.

현재 보사는 전승돼 오고 있지만 기사는 전승이 끊긴 지 오래다. 많은 무예 연구가가 말 위에서 활 쏘는 법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사법의 정확한 기술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기사에서 사용하는 동개활 자체도 실물 유물이 희귀한 편이다. 주요 박물관에서도 아직은 동개활 실물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 없다.

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弓矢匠) 김박영(金博榮·74)씨가 1994년 육군박물관에서 개최된 ‘한국의 활과 화살’ 특별전에 추정 복원한 동개활을 출품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