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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의 군사문화재 - 깍지

_______! 2008. 10. 29. 15:09
 


KBS 1TV ‘불멸의 이순신’ 출연자들이 국궁(國弓)의 활시위를 양궁(洋弓)처럼 당긴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 원균 역을 맡은 최재성이 검지와 중지로 화살을 잡고 활을 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국궁은 엄지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여기에 활시위를 걸어 화살을 고정시키는데 최재성의 사격 자세는 국궁 사격 자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화살과 시위를 쥐는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첫째는 이른바 몽골리안 릴리스(Mongolian release)로 엄지손가락에 주로 힘이 걸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와 몽골·중국·터키 등은 이 방식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둘째는 지중해 방식으로 주로 검지와 중지에 힘이 걸리게 하고 경우에 따라 다른 손가락까지 추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중해 방식은 현재 양궁 사격 자세의 기원이 되는 자세다.

셋째는 핀치형으로 지중해 방식과 유사하지만 손끝으로 화살 끝을 잡는 것이 차이점이다.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 중의 하나는 국궁은 활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화살을 걸지만 서양식 활은 왼쪽에 화살을 건다는 점이다. 이는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활의 성능에 엄청난 차이점을 가져온다.

국궁 연구가인 정진명씨는 “서양식으로 활의 왼쪽에 화살을 걸 경우 시위를 당기기는 쉽지만 활을 쏘는 궁사가 움직이면서 쏘기에 불가능한 자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대로 국궁식은 이동할 때에도 화살 자체가 흔들리지 않아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사격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궁 전통 용어로 활을 잡는 손은 줌손, 화살과 시위를 쥐는 손을 깍지손이라고 부르는데 깍지손의 엄지손가락에 끼는 반지 모양의 도구가 바로 깍지(角指·角環)다. 뼈·상아·뿔·가죽 등으로 만드는 깍지는 시위를 거는 데 사용한다.

깍지를 사용하면 맨손으로 시위를 당기는 것보다 더 강하게 당길 수 있기 때문에 더 멀리 화살을 날려 보낼 수 있다.

깍지에도 두 종류가 있다. 그냥 반지 모양으로 생긴 것이 암깍지, 반지에 작은 돌기 모양의 혀(舌)가 붙어 있는 것이 숫깍지다. 우리나라는 특히 전통적으로 숫깍지를 많이 사용한 대표적인 국가다. 특히 숫깍지가 암깍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강한 활을 쏠 때는 주로 숫깍지를 사용했다.

숫깍지와 암깍지의 성능 차이에 대해서는 ‘연려실기술’ 별집 제12권에 유명한 일화가 남아 있다.

효종은 볼모로 청나라 선양(瀋陽)에 머무르는 동안 접해 본 청나라 방식의 암깍지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결국 효종은 숫깍지를 사용하지 말고 중국 암깍지만 사용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숙종 재위 시절 실제 관통 시험을 해 보니 숫깍지를 사용해서 사격했을 때는 갑옷을 관통했으나 암깍지를 사용했을 때는 관통하지 못했다. 이 결과를 본 숙종은 결국 숫깍지 사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2. 1>

출처 : 재규의 철학사전
글쓴이 : 구름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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